동국대 창업원 이광근 원장 “창업 DNA의 선순환 구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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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2일 17시 46분


스타트업 창업은 이제 새로운 흐름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ICT 산업을 이끌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 미국 상장 기업 중 상위 10개 기업 안에 포함되어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등 선진국들이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안정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대학들도 스타트업 육성과 사업화 지원, 보육 등을 위해 힘을 쏟는다. 특히,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는 '창업' 육성에 힘써 창업 선도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다. 1999년 창업지원단을 출범, 중소기업청(現 중소벤처기업부, 이하 중기부)으로부터 서울창업보육센터(BI사업) 신규 지정 받은 바 있고, 2004년 산학협력단을 출범시키며 지원을 활성화했다.

동국대 상생플러스 스페이스, 출처: 동국대학교 창업원

이어 2009년 일산바이오메디캠퍼스에 BMC창업보육센터 설립, 2011년 중소기업청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주관기관 최초 선정 이후 지난 2019년까지 9년 연속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2019년 대학 내 여러 조직으로 분산 운영하고 있던 창업지원, 보육 및 교육 기능 등을 '창업원'으로 통합해 ‘창업진흥센터’, ‘창업교육센터’, ‘창업보육센터’, ‘BMC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동국대는 ‘예비창업패키지’와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 예비창업자 30명과 청년창업자 26명을 선발해 지원했다. 이에 IT동아는 동국대학교 창업원 이광근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창업 현장에서 14년을 함께 했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동국대 창업원은 지난 창업지원단 당시부터 방문해 어색하지 않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인터뷰했던 기억도 난다. 국내 대학교 중 유일하게 ‘창업원’을 출범하며 창업 지원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동국대학교 창업원에서 만난 이광근 원장, 출처: IT동아

이광근 원장(이하 이 원장): 맞다. 정부가 선정하는 창업선도대학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 연속 선정받은 바 있다. 올해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창업지원 정책인 예비창업패키지와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선정받아 운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동국대 창업지원과는 인연이 깊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창업선도대학을 선정받을 때 계속 단장으로 재임했었고, 그 이전인 2007년에는 창업보육센터 센터장도 역임했다. 2016년에는 창업선도대학 협의회 회장으로도 일했었고… 지난 14년 동안 창업 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

IT동아: 14년… 스타트업이라는 말도 어색했을 때 아닌가.

이 원장: 오래됐다. 창업, 스타트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창업 DNA’를 대학교부터라도 학생들에게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업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에듀케이션, 인큐베이션, 인베스트먼트다. 교육 시키고, 육성한 뒤,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해외 창업 선진국은 대부분 이러한 시스템을 따른다. 대표적인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스탠포드대학 중심으로 젊은 아이디어가 탄생했기에 가능했다.

2016년 바이오대 교수 간담회 당시 모습, 출처: 동국대학교 창업원

그리고 해외에서는 대학뿐만 아니라 초등, 중등, 고등 교육 과정에서도 창업 DNA를 심어준다. 자연스럽게 창업을 진로 선택 중 하나로 선택하는 문화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선택의 자유가 적다. 창업은, 스타트업은 스스로 하고 싶은 바를 이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아닌가. 이를 알리고 싶었다.

다만, 한국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급하게 육성하면서 에듀케이션이 아닌 인큐베이션에 집중했다. 창업보육이라는 말도 많이 들려오고. 마치 ‘애 키우는 거냐’는 핀잔도 있지 않은가. 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육과 보육, 그리고 투자까지. 대학교가 바로 교육의 중심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스타트업이 지녀야 하는 의미

IT동아: 맞다. ‘창업하면 망한다’, ‘대학 나와서 가게나 하는거냐’라는 말을 농담처럼 많이 했었다.

이 원장: 창업해서 망하면 신용불량자에 빠진다는 말, 정말 많이 하지 않았나. 그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지금은 어떤가. 창업, 스타트업을 어색해하지 않는다. 굳이 대기업 취직을 우선하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어느 정도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약 1시간 가까이 인터뷰한 이광근 원장, 출처: IT동아

초기에 창업 DNA를 넣고자 노력하면서 ‘동아리’에 집중했다. 흔히 말하는 창업 동아리다. 동아리는 젊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무언가를 만드는 하나의 네트워크다. 하지만, 동아리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도적인 학생이 등장해서 성공적인 동아이로 성장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때문에 교수가 어느 정도 이끌어줘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창업이 필요하다는 중요성을 교수진에게 설명하고, 다시 학생들에게 알리는 과정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다. 창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그리 좋지 않은 시절 아니었나.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만들어왔다.

IT동아: 그래도 여전히 어색하긴 하다. 창업 교육. 어떤 것을 교육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원장: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은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자본의 조직단위다.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먼저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대부분 여기까지만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은 이윤 추구 이외에도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도 지녀야 한다. 즉, 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가는, 이윤 창출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개념과 정신이 기업가 정신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무조건 돈을 잘 버는 스타트업은 성공한 스타트업일까?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스타트업은 주위 환경을 살피고, 기회를 살려, 현재 기술을 동원해, 가치를 창조한다. 가치를 창조하는 단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필요성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초중고 교과 과정에도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동국대 창업원을 통해 스타트업 선후배가 소통하길 원합니다

IT동아: 동국대만의 창업 DNA가 있다면?

이 원장: 동국대는 창업을 전공 과목으로 가르친다. 아마 국내 대학교 중 유일하지 않을까. 초기에는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에서 창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인터넷, 모바일 등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다. 이후 식품공학과 등 창업은 전반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창업은 기존 여러 전공과 융합했을 때 영향력이 커진다. 전문 지식을 갖춘 학생들이 창업을 진로로 결정했을 때, 창업원이 옆에서 도움을 주며 지원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네트워크, 전문지식, 성공사례, 투자 등을 연계한다. 이전에 졸업한 선배 기업과도 연결하고. 그렇게 하나씩 동국대 창업원만의 네트워크를 갖춰나가고 있다.

IT동아: 기억나는 스타트업이 있는지.

이 원장: ‘아트쉐어’가 기억에 남는다. 아마 10년 정도 지나지 않았을까 싶다. 국제통상학과 남학생과 조소학과 여학생이 공동창업했었는데, 그 둘이 결혼했다(웃음). 아트쉐어는 저작권이 풀린 명화(고흐의 작품)나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아티스트의 그림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폰 케이스, 캐리어 등에 디자인을 입히고, 관련 수익을 아티스트와 쉐어하는 형태로 사업을 발전시켰다. 최근에는 예술작품을 블록체인화하는 작업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아트쉐어, 출처: 동국대 창업원

‘고요한택시’도 기억한다. 청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시키는 사회적기업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칭찬했던 스타트업인데, 고요한택시는 100% 청각장애인 기사님이 운전하는 택시 서비스다. 택시 앞좌석과 뒷좌석에 태블릿PC를 이용해 기사님이 손님이 소통할 수 있다.

고요한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동국대 창업원
고요한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동국대 창업원

IT동아: 창업원이 집중하는 부분이 따로 있는지.

이 원장: 네트워크다. 동국대는 20만 동문인이 거쳐간 국내 대표적인 대학교 중 하나다. 동국대 졸업생, 재학생이 창업한 기업만 수만 개다. 이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찾아 연결해주고, 고민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투자 연계도 지원한다. 이렇게 발전한 네트워크는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지난 10년 가까이 동국대 창업원을 비롯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밭에 씨를 뿌리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10년, 앞으로 10년은 뿌린 씨앗이 성장해 열매를 맺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게 한번의 순환이 일어나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보람을 느낀다. 창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시절부터,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완성해나가는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었다. 앞으로도 창업원은 지금의 역할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동국대 창업원에, 동국대 창업원을 통해 시장에 나서는 많은 스타트업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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