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잠깐! 출발 전, 전기차 보조 배터리 챙기셨나요?”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13시 24분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휴대폰은 하나, 충전기는 몇 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물건이 있습니다. 휴대폰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의 이동전화 가입건수는 7,000만 건 이상입니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수는 5,182만 1,669명인데 말이죠. 통계적으로 1인당 1대 이상 휴대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발표한 ‘Pew Research Center’의 ‘Smartphone Ownership is growing rapidly around the world, but not always equality’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보급률은 전 세계 1위입니다. 어느덧 휴대폰은 우리 삶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건수,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방전일 것입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모두 떨어져 전원이 꺼진 경험, 혹은 배터리 잔량이 부족해 식당이나 카페에서 충전을 부탁했던 경험, 아마 한번쯤은 있었을 겁니다. 필자도 중요한 연락을 기다리던 중 꺼진 휴대전화 때문에 난처했었는데요. 그 일 이후 하루 종일 외근하는 날이나, 퇴근 후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면, 보조배터리를 항상 챙깁니다. 보조배터리 외에도 가방에는 여유분의 충전기를 넣어 다니고, 사무실용 충전기도 별도로 구매했죠. 사용하는 휴대폰은 1대지만 충전을 위한 충전기는 여러 개인 셈입니다. 문득 궁금해지네요. 여러분은 몇 개의 충전기를 가지고 계시나요?

출처: 필자 제공

맞습니다. 충전기 여러 대를 샀네요. 급하게 편의점에서 충전기를 구매한 적도 있고요.

맞습니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라는 속담이 있죠. 제품의 기능을 확대시키고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제품을 보완할 수 있는 보완재가 필요한 법입니다. 식빵에 맛있게 먹기 위해 잼이나 버터를 구매하고, 잼을 바를 수 있는 버터나이프처럼 말이죠. 휴대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충전기, 이어폰, 케이스, 그립톡 등도 같습니다.

오늘은 제품의 기능적 역할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 가능하게 하는 보완재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자동차와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동력원과 관련해서요.

출처: 필자 제공

친환경 자동차의 동력원과 관련된 것인가요?

네, 맞습니다. 전기, 수소 등 친환경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원은 다양하죠. 2020년 7월 기준, 전월 대비 친환경 자동차 신규등록은 3.1%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는 0.3% 증가했지만, 경유 및 LPG차는 0.04% 감소했죠. 친환경 자동차 등록이 내연기관에 비해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국내 친환경 자동차 수는 100만 4,000대를 돌파했는데요. 친환경 자동차 시대 전환 속도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즉, 자연스레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 수소 등 친환경 자동차 충전 산업도 성장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죠.

친환경 자동차 등록 현황, 출처: 국토교통부
친환경 자동차 등록 현황, 출처: 국토교통부

이에 정부기관, 민간기업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충전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와 친환경 자동차 운전자들은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하죠.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완속충전기, 급속충전기, 로봇 충전기, 자율주행 충전기, 무선 충전기술 등 충전기의 종류 및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이네요. 다른 나라들은 친환경 자동차 확대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나요?

미국은 지난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신형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 11월 약 1조 2,000억 원 달러(한화 약 1,423조 원) 규모의 예산 집행을 예고한 ‘인프라 법안’에도 서명했어요. 향후 10년간 미국 전역에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해 각 주정부들이 충전 시설 50만 개를 설치할 수 있도록 약 50억 달러(한화 약 5조 9,0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영국산업연맹(CBI)이 주최한 연간 콘퍼런스에서 2022년부터 영국 내 모든 건물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표했습니다. 충전소 설치 비용은 약 800 파운드(한화 약 127만 원)로 책정했으며, 동시에 충전기 설치 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죠.

출처: 필자 제공

그래도 아직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이잖아요. 운전자들이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주로 휴대폰 앱(App)을 사용합니다.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파악하고 방문하죠. 하지만, 충전 중인 전기차로 꽉 찬 충전소 상황 때문에 오랜 시간 대기하곤 합니다. 충전 시설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지역일 경우, 불편은 더욱 커지죠.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휴대폰 보조배터리처럼 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충전기가 있다면 어떨까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Zip Charge’는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Conference of the Parties 26)에서 휴대용 전기차 충전기 ‘Zip Charge Go’를 공개했습니다. 여행용 캐리어 정도 크기의 리튬 이온 배터리 팩에 바퀴를 달아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도록 휴대성을 강화한 형태입니다. 트렁크에 싣고 주행할 수도 있죠.

출처: ZipCharge 홈페이지

전기차 보조배터리네요?

그렇습니다. 자동차에 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꺼내 충전할 수 있으니까요. Zip Charge Go는 4kWh와 8kWh, 2가지 용량으로, 30분 동안 충전하면 약 32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타입2 소켓을 채택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어요. 배터리는 집에서 일반 플러그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용 앱을 통해 충전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거나 충전 예약과 같은 기능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출처: ZipCharge 홈페이지

아직 Zip Charge Go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판매와 구독 형태로 서비스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판매 가격은 500~1,000파운드(한화 약 79~158만 원) 사이, 구독 가격은 2022년말부터 한달 약 49파운드(한화 약 7만 7,000 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집 근처에 적당한 충전 시설이 없는 운전자에게 좋겠네요.

그렇습니다. 사실 전기차 운전자 상당수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도시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죠. 기존 주차 공간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다세대 주택의 경우, 전기차 충전기를 가정마다 설치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죠. 결국 많은 전기차 운전자가 공공 충전 인프라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출처: ZipCharge 홈페이지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는 Zip Charge Go는 유용한 대안일 수 있습니다. 충전 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요. 완벽한 대안은 아니겠지만, 가정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 어렵거나, 차박이 취미인 운전자에게는 꽤 의미있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숙박 업소에 하나씩 있어도 좋겠네요.

우리나라는 친환경 자동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환경부는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 구조의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고,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산업 증진을 위해 제도를 개선할 방침인데요. 2025년까지 급속충전기 1.5만 대, 완속충전기 3만 대를 확충할 예정입니다. 또한, 신규 공동주택 대상으로 충전기 의무 대상 범위와 설치수량 확대 방안 등도 추진할 계획이죠.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무선 충전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특례를 승인받았습니다. 전기차에 충전 수신기를 부착하고, 주차장 노면에 무선 충전 송신기를 설치해 주차 시 무선으로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무선 충전은 85KHz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지만, 기존 전파법상 해당 주파수는 전기차 충전용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으나, 실증특례를 승인받아 시범사업 진행 등으로 기술을 개발한다는 방침이죠.

출처: 현대자동차
출처: 현대자동차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미국은 전기차 1대당 충전기 1.8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은 1대당 충전기 3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대당 0.5기에 그치죠. 전기차 인프라 확충에 더 많은 시간과 투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정부의 노력과 민간 투자 확대에 따라 친환경 자동차 인프라 확충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 시장 성장과 확대에 따라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충전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죠. 오늘 소개한 휴대용 충전기처럼 말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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