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가누기 어려운 노약자와 장애인들은 욕창(허리나 엉덩이 등 압박을 오래 받는 부위의 살 조직이 괴사하는 것)에 자주 시달린다. 몸을 지탱하고 압력을 적절히 분산하는 특수 방석이나 침구를 사용하면 욕창을 줄이거나 상당 부분 방지 가능하다.
포털의 쇼핑몰에서 ‘욕창 방지 방석’을 검색하면 수많은 제품이 나온다. 모습, 재질, 크기 모두 가지각색이다. 이 가운데 2년째 우리나라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이 성과를 토대로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 의료 보조 기구 시장 공략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엔에스비에스’다.
엔에스비에스를 이끄는 강승현 대표는 과거 의료기기 사업 부서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기존 욕창 방지 방석의 문제를 발견했고, 이를 해결하려 2015년 창업했다.
욕창이 생기는 원리부터 알아보자. 우리 몸의 한 부위에 오래, 꾸준히 압력이 가해지면 정맥의 압력이 높아지고 이 때문에 살의 괴사가 일어난다. 해결책이 나왔다. 몸의 한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추면 된다. 기존 욕창 방지 방석은 공간을 여러 개 나누고 그 속에 공기를 넣어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췄다.
문제는, 이 경우 공기가 자주 빠져, 자주 넣고 빼느라 번거롭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공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되려 욕창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재질이 고무라서 공기를 넣다가 방석이 터지는 문제도 있다. 강승현 대표는 이 단점을 해결하려 인체 무해하고 내구성이 높은 소재와 기술을 찾아 나섰다. 테스트 모델을 만들고 의료 기기 인증을 받은 후 2017년 양산했다.
엔에스비에스의 욕창 예방 방석은 여느 제품과 구조와 재질 모두 다르다. 피부에 닿으면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고무가 아니라, 고무의 탄성과 플라스틱의 물성을 가진 TPU로 만든다. 본체 안에 채워진 기능성 충전재는 소비자의 몸이 닿는 곳과 밀착하도록 스스로 형태를 조절한다. 공기의 양도 욕창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몸을 지탱할 정도로 가장 알맞은 양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욕창 예방 방석은 시장과 소비자의 호평을 이끌었다. 인기를 토대로 해외 의료 기기 전시회에 참가해 제품을 알렸다. 의료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 시장도 공략했다. 한 독일 노약자가 엔에스비에스의 전시회장 부스에 찾아와 ‘좋은 제품을 만들어줘 고맙다’며 인사를 수 차례 한 경험도, 한 바이어가 욕창 예방 방석을 사곘다며 전시 기간인 3일 내내 부스를 찾은 경험도 겪었다.
강승현 대표는 첫 제품, 욕창 예방 방석 상품화의 공로를 동국대학교 BMC창업보육센터에 돌렸다. 2015년 동국대학교 선도대학 과제를 발판 삼아, 초기 제조 스타트업에게 가장 어려운 일인 금형과 시제품 제작을 마쳤다. 이어 BMC창업보육센터의 후속 지원 사업에도 참가해 자금과 경험, 기술을 차곡차곡 모았다. 동국대학교 BMC창업보육센터와 함께 했기에, 창업 후 다가온 숱한 역경을 잘 벗어나 오늘날의 엔에스비에스를 만들었다고 강승현 대표는 말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강승현 대표는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잘 듣고 단점을 해결한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엔에스비에스의 요실금 속옷도 여느 제품과 다르다. 일반 요실금 속옷은 폴리우레탄 커버를 사용하는데, 이 커버는 세탁하면 가수분해(물 분자와 작용해 분해되는 현상)된다. 강승현 대표는 실리콘 원단을 사용해 방수 효과는 물론 세탁과 건조까지 가능한 요실금 속옷을 만들었다. 물론, 항균과 소취, 통풍 성능은 기본이다.
엔에스비에스가 만든 안전 손잡이(노약자나 장애인이 움직일 때, 자칫 넘어지지 않도록 집안 곳곳에 설치 가능한 손잡이)에는 LED 라이트가 장착된다. 덕분에 어르신들이 밤이나 새벽에 움직일 때, 안전 손잡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낙상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돕는다. 병원에 설치하면, 비상 상황 시 대피로 안내 역할도 한다.
자세변환용구는 벽, 침대 등에 기댈 때 몸을 지탱하는 제품이다. 사람의 몸과 가장 비슷한 U자 구조로 만들어져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내부 폼이 탈착식이어서 사용자의 몸 크기에 잘 맞게, 기대는 곳의 높낮에 알맞게 각도를 조절 가능하다. 역시 실리콘 코팅 원단으로 만들어져 세척 관리가 손쉽다.
엔에스비에스의 제품들은 얼핏 보면 두드러지지 않는, 단순한 제품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 제품은 과거에는 없었다고 한다. 강승현 대표는 장애인, 몸이 불편한 소비자의 의견과 요구 사항을 듣고 제품에 반영했다. 제품 구조뿐 아니라 재질도 각별히 신경 써 선택한다. 휴먼 터치, 사람에게 편안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강승현 대표에게 시련이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독일 진출을 준비하던 그는 계획을 미뤄야만 했다. 이어 코로너19 팬데믹을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해외 진출의 전초 기지가 될 생산 공장을 세웠다. 해외 수출에 대응할 규모의 경제도 만들고, 해외 바이어가 한국에 왔을 때 엔에스비에스를 믿을 수 있도록 보여주려는 의도다.
한편으로는 해외 선진국의 공공보험 진입을 시도한다. 엔에스비에스의 상품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다. 고품질 재료에 특허 출원 기술을 더해 만들어서다.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공공보험의 도움을 받아, 엔에스비에스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서 효과를 누리도록 도울 전망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지역의 공공보험 대상이 된 우리나라 상품은 단 한 개도 없다. 진입 자체도 어렵고, 심사 후 승인을 받는 것은 더욱 어렵다.
우리나라 보건산업진흥원이 엔에스비에스를 적극 돕는다. 공공보험 대상이 되면 유럽 전역에 우리나라 의료 기기를 수출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 성과를 토대로 미국, 일본 등 의료 선진국으로의 진출도 타진 가능하다. 세계 노약자와 장애인들도 부담 없는 가격에 엔에스비에스의 상품을 사서 쓸 수 있게 된다.
온라인 공간에 범람하는, 엔에스비에스의 가짜 제품도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강승현 대표는 우직하게, 정직하게 사업을 펴고 좋은 상품을 전달할 계획을 세웠다. 좋은 재료와 첨단 기술로 오차 없이 만든 제품을 세계 각국의 소비자에게 전달하면, 언젠가 이들이 좋은 제품과 가짜 제품의 차이를 알고 스스로 구분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 하에서다. 기존 제품을 개량하고 단점을 보완한 신제품도 선보인다.
엔에스비에스의 사명은 ‘Not Success, But Service’의 머릿말을 딴 것이다. 성공이나 수익보다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봉사하는 것을 우선한다는 창업 이념이기도 하다.
강승현 대표는 “세계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듭니다. 각국 정부가 복지 제도를 강화하면서 의료 및 의료 보조 기기 시장도 성장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정말 노약자나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엔에스비에스는 이 점을 잊지 않고, 노약자와 장애인의 목소리를 경청해 이들에게 꼭 필요한 좋은 제품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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