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IT 기술이 궁금하다면 CES의 현장을 둘러보라는 말이 있다. 올해에도,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라스베이거스로 모였다. 1월 5일(현지시각)부터 8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2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엔 온라인으로만 진행됐지만, 올해부턴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으로 개최됐다. 많은 기업이 온라인 전시관 및 발표 행사, 오프라인 전시관 등의 형태로 CES 2022에 참여했다.
CES 2022도 시작과 함께 올해의 핵심 기술을 살펴보는 ‘테크 트렌드 투 와치’ 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 연사를 맡은 스티브 코닝(Steve Koenig)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부사장은 ‘고도화된 연결’, ‘인공지능’, ‘디지털헬스’, ‘메타버스’ 총 5개를 올해 눈여겨 봐야 할 기술로 소개했다. CES 2022는 어떠한 기술과 제품을 ‘혁신’으로 판단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CES 2022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디지털 헬스케어’다. 코로나19 이후로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는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을 측정할 때 쓰는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최고혁신상은 20여 개의 부문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하나씩 선정한 뒤 주는 상이다.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500원 동전 크기의 센서를 팔 위쪽 뒷부분에 붙인 후, 최대 14일 동안 연속적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제품이다. 혈당 수치를 분석한 그래프도 제공하는데, 스마트폰으로 센서를 스캔하면 이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손가락 채혈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헬스케어 기업 알고케어는 이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뒤, 개인 맞춤형으로 영양분 조합을 제공하는 기술로 혁신상을 받았다. 알고케어의 알고리즘은 개인의 식습관, 생활습관, 보유질환, 만성질환 위험도, 영양제에 대한 반응 등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에게 필요한 영양성분 조합과 정확한 함량을 파악해,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한다. 이용 데이터가 쌓일 수록 분석의 정확도는 더 올라간다. 서비스는 구독형으로 이용할 수 있다. IoT 기반 장비가 각각의 영양제 잔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데, 이를 통해 알고케어에서 특정 영양제를 다 쓰기 전에 해당 영양제를 배송한다.
메디컬 AI 전문기업 웨이센은 AI 내시경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혁신상을 수상했다.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이상 부위를 감지하므로, 의료진들이 이상 부위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어, 인터넷 설치가 어려운 내시경실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내시경 장비를 추가로 구매할 필요 없이 기존 장비에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 웨이센의 기술은 인터넷 기반 시설이 부족한 의료 개발도상국에서 사용할 수 있단 점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펫 헬스케어 기업 에이아이포펫은 인공지능으로 반려동물을 진단하는 앱 ‘티티케어’로 혁신상을 받았다. 반려동물의 눈이나 몸을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으면, 인공지능이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려준다. 해당 부분에 질병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건강 관리에 필요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확인하는데 진단키트를 구매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농기계 제조회사 존디어는 AI를 활용해 잡초에만 제초제를 뿌리는 로봇 씨앤스프레이(See & Spray)로 CES 2022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이를 통해서 제초제 사용량을 평균 77%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 제초제는 독한 화학성분이라, 토양을 오염시킨다. 제초제 남발이 오랫동안 사회적인 문제였단 점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신재생 에너지는 날씨 상황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진다. 날씨가 흐리면 에너지 발전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오션그레이저는 남는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 오션배터리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원리는 우선,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가 남을 때 이 에너지로 물을 위로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이 불지 않거나 태양열이 없을 때 물을 내려보낸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을 떨어뜨려, 발전기를 작동시킨 뒤 전력을 생산하는 수력발전과 같다. 이 기술을 통해서 에너지를 저장할 때 효율성을 80%까지 높일 수 있다.
LG전자의 가정용 식물재배기 ‘틔운’이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틔운은 꽃, 채소, 허브 등의 식물을 집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게 하는 생활가전이다. 이전에도 식물재배기 제품은 여러 제품사와 유통사를 통해 부분적으로 판매되긴 했지만, 이 제품은 LG의 기술을 집중해 상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강화한 제품이다. 식물을 길러본 적 없는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식물 재배과정이 자동화됐다. 틔운 내부에 씨앗키트를 장착하고, 물과 영양제를 미리 넣어 두면 하루 8번씩 식물에 자동으로 공급된다.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에바는 전기차 완속 충전기 ‘스마트EV 차저’로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했다. 일반적인 7kW 완속 충전기와 달리 ‘멀티탭’처럼 충전기를 쓸 수 있는 제품이다. 7kW 전력망에 5대의 에바 충전기를 설치한다고 하자. 기존 완속 충전기를 5개 쓸 땐 전력 35kW가 들어가지만, 에바 충전기는 서로 통신을 하면서 7kW 전력망에서 전력 자원을 나눠 갖는다. 한정된 자원을 여러 군데로 나눠서 활용하기 때문에 전력 과부하를 피할 수 있다. 에바는 설치된 각각의 충전기를 특정 전력망에 묶는 그룹핑 기술과 낮은 설치비용으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펫나우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반려견의 비문(코의 지문)을 인식하는 기술로 CES 2022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강아지는 코를 통해서 다른 개체와 구별하는 게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강아지의 코를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코의 지문 정보를 만들어 저장한다. 강아지를 잃어버렸더라도, 펫나우에 저장한 비문 정보를 비교함으로써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방식처럼 반려견 몸에 마이크로 칩을 삽입할 필요 없는 것이다. 강아지 보험이 비싼 이유는 한 마리로 등록한 보험을 여러 마리가 중복으로 이용하는 문제 때문인데,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면 보험료도 내려갈 수 있다.
인공지능 전문기업 클레온은 더빙 솔루션 ‘클링’으로 혁신상을 받았다. 영상의 음성을 자동으로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으로 더빙하는 기술이다. 사람들이 더빙한 외국 영화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배우의 원래 목소리와 달라서’다. 클링은 영상 속 인물의 목소리 정보를 뽑아내고, 인공지능이 발음과 억양을 학습하게 한다. 그리고, 원래 인물의 목소리로 선택한 언어의 더빙을 녹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과물이 어색하지 않도록 더빙된 소리에 맞춰 영상 속 인물의 입 모양도 바꾼다. 2시간짜리 드라마 기준 30일 이상 걸리던 더빙 작업을 3일 만에 끝낼 수 있다.
에이수스는 화면이 360도 회전하는 젠북 14 플립 OLED로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했다. 화면 테두리가 매우 얇아 화면에 집중할 수 있는 나노엣지 터치스크린이며, 1.4kg의 무게로 가벼운 제품이다. 화면을 회전해 노트북, 태블릿PC로 활용할 수 있다.
에이수스는 CES 2022에서 17인치 폴더블 OLED 노트북인 ‘젠북 17 폴드 OLED’를 공개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를 펼치면 17인치, 접으면 12인치로 노트북과 태블릿PC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화면은 2560 x 1920의 고해상도를 지원하며, 0.2ms의 응답속도를 발휘하여 움직임이 빠른 콘텐츠를 재생할 때 화면에 발생하는 잔상을 최소화한다.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와 16GB LPDDR5 메모리, 1TB의 PCIe 4.0 기반 고속 SSD를 탑재해 성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CES 2022에서 자사 TV로 NFT(대체 불가능 토큰) 콘텐츠를 구매하고 감상할 수 있는 NFT 플랫폼을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TV를 기반으로 한 NFT 플랫폼이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단 점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아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2022년형 삼성의 네오 QLED, 마이크로 LED, 더프레임에 NFT플랫폼을 탑재할 계획이며, 이용자는 플랫폼에서 NFT를 감상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안경 업체 뷰직스는 증강현실(현실 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안경 ‘뷰직스 쉴드'로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일반 뿔테 안경과 닮았지만, 디스플레이와 터치센서 등이 달린 스마트 안경이다. 산업현장에서 업무를 멈추고 지시사항을 확인할 필요 없이, 일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안경 속 영상으로 업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터치로 작동시킬 수도 있지만, 외부 소음을 줄여주는 노이즈캔슬링을 통해서 음성 명령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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