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1시 10분(한국 시간) 남태평양 통가 인근 해저에서 역대급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통가 화산이 분출할 당시 폭발음은 미국 알래스카까지 전달됐다.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만든 구름 기둥은 19.2km에 달했다. 유엔의 위성사진 분석기구인 유엔활동위성프로그램(UNOSAT)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면적(약 285만 m²)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번 화산 폭발의 위력을 TNT 폭약 기준으로 약 1만 kt이라고 분석했다. 히로시마 원폭(15∼16kt)의 600배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남다른 규모만큼이나 기존의 해저화산 폭발과는 다른 이례적인 특성이 많아 연구할 만한 가치가 크다고 보고 있다.
○폭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파괴력 엄청나
이번 화산 폭발은 화산분출지수(VEI) 4∼5 또는 5∼6으로 사상 최대 규모까지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VEI가 6 이상이면 대기권까지 화산재와 가스를 뿜어내 일시적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1991년에 폭발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VEI는 6으로, 당시 이산화황 가스를 2000만 t이나 뿜어내 전 세계 평균 기온을 3년간 0.5도 떨어뜨렸다. VEI 6이었던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은 원래 섬의 3분의 2를 없앴고, 전 세계 평균 기온을 5년간 1.2도나 떨어뜨렸다. 이에 비해 통가 화산은 분출 시간이 10분 내외로 짧았고 이산화황 분출량도 약 40만 t 정도로 기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가 화산은 마그마에 가스 함유량이 많고 해저화산 꼭대기가 해수면과 가까워 폭발 규모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승섭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화산 분출의 양상을 결정하는 것은 마그마 속성”이라며 “마그마 구성 성분은 물론이고 가스를 얼마나 함유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해저화산이 왜 분출했는지 정확한 원인과 과정을 알려면 추후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
○기압변화 공명 현상이 만들어낸 해일
화산 폭발 지점으로부터 약 7900km 떨어진 일본은 폭발 당일 저녁에는 지진해일(쓰나미)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다가 16일 0시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이미 15일 오후 10시 52분 오가사와라제도 지치지마에 쓰나미가 관측된 뒤였다. 일본 기상청은 쓰나미 높이를 최고 3m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아마미군도 고미나토에서 최고 높이 1.2m의 해일이 관측됐다. 쓰나미 발생 시간과 높이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이번 쓰나미가 여느 쓰나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보고 있다. 쓰나미의 80%는 지각 운동으로 바닷물 전체가 상하로 출렁이면서 발생한다. 화산 폭발로 산사태가 나면서 연쇄적으로 해일이 일어나는 사례가 1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쓰나미는 화산 폭발 당시 태풍처럼 급격한 기압 변화가 나타나 발생한 기상해일이라는 것이다.
기상해일은 기압 변화가 이동하는 속도, 즉 태풍의 기압골이 이동하는 속도가 파도 속도와 같을 때 공명이 생겨 에너지가 증폭하면서 일어난다. 대기 중에 전파되기 때문에 바다를 매질로 전달되는 지진 쓰나미보다 훨씬 빠르고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기상해일은 해수 상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니 전체 쓰나미의 3∼4%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현상이다.
○기상해일과 화산 산사태 쓰나미 동시 발생 가능성
절충된 해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화산 분출 이후 섬의 일부분이 사라진 점을 보면 폭발 당시 산사태가 나면서 쓰나미가 일어났을 수 있다”며 “산사태 쓰나미와 기상해일이 복합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상해일은 공명 현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쓰나미는 한 방향을 향해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쓰나미는 화산을 중심으로 전 방향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일본 기상청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일찍 도달한 첫 쓰나미는 기상해일, 그 뒤 쓰나미는 산사태가 원인일 수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현지에서 직접 지형조사를 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통가 현지에서는 화산 폭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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