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아카바네 노보루 리코이미징 대표는 디지털 카메라 사업의 새 운영 전략을 밝혔다. 골자는 두 개다. 디지털 카메라 상표 ‘펜탁스(Pentax)’와 ‘GR’ 시리즈 제품의 개성을 강화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한층 튼튼히 만드는 것, 공방(작업장) 생산과 디지털 판매 방식을 융합해 유통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리코이미징은 펜탁스 디지털 카메라의 외관, 색상에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는 커스터마이즈의 폭을 넓힌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꼼꼼하게 살피며 제품을 만드는 공방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각오다. 과거 리코이미징은 DSLR 카메라와 교환식 렌즈, 그립의 색상을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돕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번 전략도 개인화 서비스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 온라인 팬 미팅을 포함한 소비자 참여 행사를 열고, 이 곳에서 나온 소비자들의 요구들을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반영하는 계획도 밝혔다.
GR 디지털 카메라는 고화질을 기본으로 휴대성과 조작계를 강화한 스냅 촬영 특화 제품으로 변신한다. 소비자와 함께 스냅 촬영 문화를 만들도록 SNS 팬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성화하고 오프라인 촬영 이벤트도 마련한다.
유통 구조도 바꾼다. 오프라인 판매장 중심이던 기존 유통 판매망을 온라인으로 옮긴다. 앞서 문을 연 리코이미징 온라인 쇼핑몰에 더해 오픈마켓에 펜탁스, GR 브랜드 직영 온라인 상점을 연다. 리코이미징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 구매 기회와 소통 범위를 모두 넓힌다고 밝혔다.
리코이미징은 새 운영 전략을 밝히면서 ‘소비자와의 소통과 상생’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는 과거 펜탁스가 두터운 필름 카메라 마니아층을 만든 전략과 일치한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소비자층은 갈 수록 얇아진다. 제품 생산량은 업계 전성기인 2010년 초반의 1/10 수준으로 줄었다.
리코이미징은 소비자의 감성을 직접 건드리는 새 운영 전략을 펼쳐 마니아 사용자를 늘린다. 온라인으로는 상품 판매에, 오프라인으로는 소비자와의 소통에 집중하며 시장 영향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리코이미징이 넘어야 할 산은 높고 험준하다. 먼저 리코이미징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 주류로 자리 잡은 미러리스 카메라 제품군이 없다. 앞서 펜탁스 상표로 선보인 미러리스 카메라 K-01과 Q는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데 실패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량이 꾸준히 느는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제품군이 없다는 점은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치명적인 단점이다.
펜탁스의 주력, DSLR 카메라 시장 규모는 꾸준히 줄어든다. 그럼에도 펜탁스의 신제품 출시 주기는 너무 길다. 펜탁스는 2018년 35mm DSLR 카메라 K-1 마크 II를, 2021년 APC DSLR 카메라 K-3 마크 III를 각각 출시했을 뿐이다. 그 사이 소비자를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에 많이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GR 시리즈의 미래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신제품 리코 GR IIIx는 발표 후 일본 디지털 카메라 시장 판매량 1위에 오를 만큼 많은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이 제품이 속한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빠르게 쇠퇴 중이다. 스마트폰과 소형 미러리스 카메라, 두 제품군의 인기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 자체가 작기에, 리코이미징 브랜드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카바네 노보루 대표는 “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나누며 즐기는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다. 소비자의 여러 요구에 정중하게 대응해, 이들과 함께 새로운 길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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