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대표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 표면과 내부에 각각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라는 독성 단백질이 축적돼 신경손상이 생기면서 인지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완벽한 치료 방법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시판 중인 약물들은 모두 증상 완화제에 해당된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인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단백질을 조절하는 ‘마이크로 RNA’를 발견해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에서 바이오오케스트라 류진협 대표(병리면역학 박사, 사진)를 만나 이들의 기술과 향후 비전에 대해 알아봤다.
―기업명이 특이하다.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오케스트라(관현악단)는 지휘자와 연주자가 함께 노력해 조화를 이룬다. 오케스트라의 어원도 ‘복잡한 계획 따위를 능숙하게 조직한다’는 의미다. 우리도 신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고 융화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뜻에서 회사 이름을 바이오오케스트라라고 짓게 됐다.”
―현재 개발하는 마이크로 RNA 기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기전은 무엇인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다각도로 분석해 본 결과 환자들에게서는 특정 마이크로 RNA가 많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miR-485-3p’다. 이 기전을 밝히기 위해 포유류 뇌세포에 해당 마이크로 RNA를 주입해 보았더니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등과 같은 독성 단백질이 생성되고,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등 알츠하이머병과 동일한 증상이 나왔다. 이에 miR-485-3p를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치료제 ‘BMD-001’을 개발하게 됐다. 이는 마이크로 RNA를 정상화시켜서 뇌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한편 독성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결국 염증 감소, 신경 재생, 인지기능 개선 등 복합적인 효능이 있어 알츠하이머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자적인 약물 전달 시스템(DDS)도 개발하고 있다던데…
“뇌 질환 관련 약물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뇌혈관장벽(BBB) 투과 때문이다. BBB는 강력한 생체 장벽 중 하나로 뇌에 필요한 성분만 흡수해 외부 물질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항체치료제의 경우 BBB 투과율이 약 0.1%정도에 불과하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전달체의 겉 표면에 특정 아미노산 분자를 결합시켜 뇌에 필요한 성분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BBB를 통과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독자적인 약물 전달 시스템을 이용하면 약물 투과율이 약 7% 정도에 이르는데, 이는 다른 연구그룹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다수의 글로벌 제약회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그중 한 곳에서 이 기술이전을 위한 기술 실사를 완료했다.”
―모더나 창립멤버인 루이스 오데아 박사를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영입해 화제가 됐다.
“미국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EFL(Endless Frontier Labs)을 통해 모더나 창립멤버인 루이스 오데아 박사를 만났다. 처음에는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다가, 수차례 기술 미팅을 거치면서 바이오오케스트라에 더 많이 관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현재 등기이사로 일하고 있다. 리보핵산(RNA) 전문가이자 임상 설계 전문가인 오데아 최고의학책임자는 바이오오케스트라 미국 법인 대표를 맡아 FDA 임상과 사업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임상 등과 관련된 앞으로의 목표는.
“현재 BMD-001은 전임상, 반복독성시험을 진행 중이다, 전임상을 마치는 대로 미국에서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2022년 말에 FDA에 임상시험 계획을 내고 2023년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현재 ‘시리즈 C’ 투자가 진행 중이다.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해 내년 초 기술특례평가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바이오오케스트라가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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