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뉴 리치’(New Rich·스타트업 창업자 등 신흥 부유층).
이 둘은 2018∼2021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지낸 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사진)가 꼽은 최근 한국 기부문화의 새로운 ‘동력’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예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국내 기부 모금액이 늘고 있다”며 “이들에게서 희망을 봤다”고 전했다.
예 교수는 MZ세대를 ‘기부 생활화’가 이뤄진 세대라고 보고 있다. 그는 “MZ세대들은 한 달에 1만, 2만 원씩 자신이 후원하고 싶은 단체에 사용처까지 지정해 기부하고 있다”며 “향후 이 세대의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기부 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유층의 기부 문화도 바뀌고 있다. 자신의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에서 사회에 ‘돌려주는 것’으로 인식하는 부자가 늘고 있다. 예 교수는 대표적인 기업가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꼽았다. 이들은 세계적 기부 클럽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가입했다. 재산 10억 달러(약 1조2090억 원) 이상인 사람이 재산의 절반 이상 기부하기로 약속하면 가입할 수 있다.
예 교수는 “미국의 기부 전통은 약 100년 전 대부호 록펠러와 카네기가 사재를 털어 대학을 세우고 도서관을 만들면서 생긴 것”이라며 “우리도 뉴 리치들이 새로운 기부 전통을 시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뀌는 기부 문화에 국내 기부 모금액은 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에도 불구하고 2020년 공동모금회 모금액이 8461억 원에 달했다. 1998년 설립 이후 가장 많은 금액으로, 코로나로 인해 기부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깬 것이다. 지난해 역시 연말연시 2개월 모금 목표액(3700억 원)이 캠페인 시작 45일 만에 모였다.
예 교수는 “한국의 기부 문화가 이제 ‘7분 능선’을 넘어섰다고 본다”며 “이제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기부금 중 개인 소액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30% 수준에 그친다.
소액 기부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곳에 기부가 필요하다’고 알릴 수도 있다. 예 교수는 지난달 마케팅과 정치를 결합해 분석한 책인 ‘당선비책’을 출간하면서 인세를 제주도 올레길을 운영하는 ‘제주올레’에 기부했다. 그는 “제주올레가 후원으로 유지되는 민간단체라 기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인세 기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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