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연구에서 어린이-청소년 빠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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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영국 연구 토대로 변화 촉구

어린이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겪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는 성인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킹스칼리지런던 제공
어린이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겪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는 성인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킹스칼리지런던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감염된 뒤 회복해도 오랜 기간 후유증을 겪는 장기 후유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도 장기 후유증을 겪는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드러난다.

테런스 스티븐슨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아동보건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어린이 코로나19 환자는 3개월 후에도 관련 증상을 호소할 확률이 높다고 8일 국제학술지 ‘랜싯 아동 및 청소년 보건’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 내 11∼17세 청소년 코로나19 확진자 6804명을 대상으로 3개월 후 증상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3개월 후에도 피로나 두통, 숨 가쁨 등 관련 증상을 3가지 이상 경험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가 30.3%로 비확진자보다 2배 높았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의 장기 후유증 연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연구가 성인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8일 사설을 내고 “어린이도 성인처럼 장기 후유증을 겪을 수 있지만 실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거의 없다”며 학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뇌, 행동 및 면역’에 발표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성인 중 최대 3분의 1은 3개월 후에도 피로나 숨 가쁨 등 증상이 남아 고통받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 2월 장기 후유증과 치료법 연구를 위해 1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장기 후유증의 심각성을 알렸다.

어린이의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은 증상은 알려졌지만 그 영향까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어린이는 성인과 유사한 피로감, 두통, 불면증, 집중력 저하,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어린이 장기 후유증의 발병률은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형편이다. 의료진이 방역에 집중 참여하고 있는 한국도 관련 연구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과학계 일각에선 어린이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에 대한 정의를 새로 마련하려는 연구를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0월 성인의 장기 후유증에 대한 정의를 마련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장기 후유증을 따로 정의하진 않았다. 스티븐슨 교수팀은 국제 전문가 120명과 합의를 거쳐 8일 국제학술지 ‘소아질환 기록’에 어린이 장기 후유증의 정의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겪고 있는 11∼17세 청소년 8명이 감수에 참여해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경우 △신체적이거나 정신적,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학교나 가정생활의 일부 측면을 방해하는 경우 △최소 3개월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면 장기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분류한다. 스티븐슨 교수는 “연구용 정의뿐 아니라 임상적 정의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연구는 대부분 증상을 부모의 설명에 의존해 판단하거나 부모나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다 보니 연구가 더디거나 충분한 자료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백신 접종이 더딘 어린이 감염자가 늘어나는 만큼 연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처는 “연구자금 지원 기관들이 더욱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장기 후유증을 겪는 어린이의 진단과 치료 시기는 성인보다 더욱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장기 후유증 연구#어린이-청소년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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