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이지혜(가명) 씨는 4년 전 아기를 출산했다. 이 씨는 임신 기간에 30kg 가까이 체중이 늘었다. 출산 후 처음에는 체중이 좀 줄어드나 했지만 곧 다시 늘었다. 결국 4년 만에 비만 치료를 받기 위해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심 교수는 비만 치료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산후 비만에 대한 심층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임신 기간에는 태아, 태반, 자궁, 양수, 수분 등으로 인해 대체로 체중이 9~15kg 증가한다. 출산 후에는 아기, 태반, 양수가 다 빠져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체중이 줄어든다. 다만 당장은 임신 이전의 체중으로 완벽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5~10kg의 체중이 더 나간다. 이는 대부분 임신 기간에 몸 안에 쌓인 수분(세포 외 수액) 때문이다.
심 교수에 따르면 출산 후 한 달 정도만 제대로 산후 조리를 하면 이 체중도 빠진다. 하지만 일부 산모들은 그 후로도 체중이 빠지지 않고, 때로는 더 증가한다. 이 씨가 그런 사례다. 이른바 산후 비만이다. 이유가 뭘까.
● “출산 후 체중이 안 빠지는 이유 있다”
심 교수에 따르면 이 씨의 산후 비만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 씨는 결혼하기 전에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결혼한 후 과격한 다이어트를 그만뒀지만, 임신하면서부터 식사량이 크게 늘었다. 태아에게 양질의 영양을 공급한다는 목적에서다. 체중이 불어난 것은 이때부터다.
바로 이 대목이 문제라고 심 교수는 지적했다. 심 교수는 “임신 초기에는 영양 성분이 태아로 가기보다는 임신부의 몸에 체지방으로 쌓이기 쉽다. 임신 초기의 과잉 섭취는 산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심 교수는 이어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섭취한 과잉 영양은 출산 이후 잘 빠지지 않는다. 이 시기까지 과잉 섭취를 줄이는 게 산후 비만을 어느 정도 막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심 교수에 따르면 산후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인 것과 환경·습관적인 것이 2 대 8의 비율이다. 살이 찌는 체질이라서가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출산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육아가 힘들다 보니 끼니를 거르다가 한꺼번에 몰아서 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영양을 따지기보다는 빵과 같은 간편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운동도 못 한다. 이런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산후 비만이 굳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첫째보다는 둘째, 둘째보다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난 후 비만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심 교수는 이를 ‘생리적 요요’ 현상이라 불렀다. 임신하면서 체중이 증가하고, 출산한 후 빠지는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산모의 몸이 자꾸 임신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 “출산 후 3개월이 비만 관리의 골든타임”
심 교수는 출산 이전의 체중으로 돌아가려면 출산 후 3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 3개월이 산후 비만을 막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이 씨 또한 이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에 해당한다. 왜 3개월일까.
심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 몸은 3~6개월 이전의 상태를 ‘자신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공식대로라면 산모의 경우 임신 후반부, 그러니까 임신 8개월 이후의 체중을 원래 체중으로 기억한다. 이 인식을 바꾸는 데 걸리는 기간이 약 3개월이라는 것이다. 심 교수는 “3개월 사이에 습관을 바꾸고, 그 습관을 유지해야 요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체중이 80kg이라면 20kg을 뺐어도 3개월 동안 유지하지 않으면 산모의 몸은 여전히 자신의 체중을 80kg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그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 섭취량을 늘리려는 본능이 발동한다. 이 때문에 식욕을 억제하는 게 쉽지 않다.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몸이 완벽하게 달라진 몸을 자신의 몸으로 인식하려면 6개월은 필요하다. 그러니까 출산 직후 체중이 80kg인 산모가 3개월 동안 20kg을 뺐다 하더라도 이후 3개월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해야 산모의 몸이 ‘내 체중은 60kg이다’라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 출산 후 다이어트 이렇게
출산 후 한 달 동안은 쉬는 게 좋다. 물론 계속 누워있기만 하면 좋지 않다. 움직일 수 있다면 조금씩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대체로 2~4주 이후부터는 이런 활동을 시작한다.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가 높은 것이 걷기다. 빠른 속도로 걷거나 달리는 것은 무리다. 심 교수는 “운동을 많이 해야 체중을 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틈날 때마다 10~15분씩 걷되 최소한 매일 1회 이상은 유지한다. 속도는 빠르지 않아도 좋다. 대체로 시속 3km 안팎이면 된다.
이후 운동 강도를 서서히 높인다. 심 교수는 1, 2주일 간격으로 시간과 강도를 모두 높일 것을 주문했다. 처음에 10분으로 시작했다면 1주일 후에는 15분, 그게 안 되면 2주일 후에 15분으로 늘린다. 15분 운동이 괜찮다면 그 다음에는 다시 20분으로 늘린다. 이때 속도도 조금씩 높인다. 이와 함께 매일 5~10분 정도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을 하면 좋다. 이 경우에도 처음에는 힘이 들지 않는 범위에서 시작한 후 점차 강도를 높인다.
3개월 후에는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까지 운동 강도를 높인다. 이 무렵 다이어트 효과가 줄어드는 ‘정체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강도를 높여 운동해야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3개월 운동하면 비로소 산후 비만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먹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열량은 높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철분이나 칼슘이 부족하지 않도록 식단을 짜는 게 좋다. 심 교수는 미역국이나 우유, 계란 같은 음식을 권했다. 소고기 미역국이나 전복 미역국은 단백질과 열량이 낮은 해조류를 혼합했기에 좋은 음식이라고 추천했다. 출산 후에는 변비가 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식이섬유 섭취를 위해 현미나 보리밥을 먹도록 한다.
산후조리,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출산 후에 몸 상태가 나빠졌다고 말하는 산모들이 있다. 살이 더 쪘을 뿐 아니라 관절이 약해졌다거나 시력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출산 후유증이다. 이에 대해 심경원 교수는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하면 곧 사라지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산후 조리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이 시기에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고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산후 조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비교적 약하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의 골반이 서양 여성보다 작고, 태아의 머리는 서양의 경우보다 크기 때문에 출산 과정에서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후 조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다만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산후 조리에는 반대했다. 이를테면 바람을 쐬면 뼈가 상한다며 한여름에도 펄펄 끓는 방에서 땀을 흘리도록 하는 게 잘못된 산후 조리라는 것이다. 물론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면역력이나 뼈 관절이 모두 약해졌으니 찬바람이 좋을 리는 없다. 다만 지나치게 땀을 흘리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신진대사 이상이나 탈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 정도면 충분하다.
누워만 있는 것은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한다. 활동이 가능해지면 움직이는 게 좋다. 다만 이때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일단 약해진 관절이 다치기 쉽다. 또 부기가 빠지기를 기다려야 할 시기에 식사량을 턱없이 줄이거나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오히려 부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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