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24일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만났다. 남궁 내정자는 이날 ‘비욘드 코리아’와 ‘비욘드 모바일’ 두 가지 키워드로 제시한 카카오의 미래 비전의 대체적 윤곽을 제시했다. 내수기업 꼬리표를 떼고, 모바일 플랫폼을 넘어서는 다양한 신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남궁 내정자는 그간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외력이 컸다고 자평했다. 그가 말하는 외력이란 2010년 이전까지 나타난 PC와 유선 인터넷 보급, 2010년 이후부터 나타난 스마트폰의 보급과 같은 시대적 흐름이다. 남궁 내정자는 2018년을 이러한 외력이 끝났다면서도 성장의 여지가 사라진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결의 대변혁이라는 서론이 끝났을 뿐 본론은 시작도 안 했다. 이 흐름을 기반으로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갖춰졌다. 지인의 연결, 비(非)지인의 연결 중 카카오는 전 세계 인구의 1%도 안되는 지인 기반 연결만 커버하고 있다. 카카오는 앞으로 나머지 99%인 비지인 기반 연결로 확장함으로써 이제 서론만 끝났을 뿐이라는 걸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카카오를 단순히 지인끼리 소통하기 위해 이용하는 메신저가 아닌 관심사 등을 공유하는 개개인들이 모이는 비지인 기반 소통 서비스로 탈바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궁 내정자는 이러한 확장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임기 2년 내 주가 15만 원 회복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현재 텍스트 기반 메타버스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남궁 내정자는 “메타버스라고 하면 흔히 3D 아바타를 많이 떠올리고, 그 방향으로 많이 가고 있다. 저희는 3D 아바타 뿐만 아니라 2D, 사운드, 텍스트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형태소가 다 메타버스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카카오는 텍스트 기반 형태소에 강하다. 텍스트 기반 메타버스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V2TF’와 ‘OTF’로 이름 붙인 두 가지 버전의 메타버스 태스크포스도 이미 발족했다. V2TF가 준비하고 있는 메타버스에 관해 남궁 내정자는 “간단히 말해 롤플레잉 채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PC통신 시절,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 즐겼던 MUD(Multi User Dungeon) 게임과 유사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카카오브레인의 AI 기술을 접목하는 등 발전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OTF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 오픈채팅 기반 메타버스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톡은 지인 기반 소통이지만 오픈 채팅은 관심 기반 소통”이라며 “꼭 텍스트가 중요하지 않다. 이미지, 멀티미디어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오픈채팅 기반 메타버스는 ‘고독한 XX방’과 같은 오픈채팅 이용 사례에서 영감을 받았다. 남궁 내정자는 “고독한 XX방에서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만 올릴 수 있었다”면서 “서로 교감은 일어나지만 다른 콘텐츠 형태소를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소를 담을 수 있는 형태로 오픈채팅을 재정립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오픈채팅 기반 메타버스가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톡은 지인 기반 소통이라 한국 내에선 빠르게 확산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글로벌화에는 한계가 됐다”면서 “오픈채팅은 지인 기반이 아닌 관심 기반 소통이므로 글로벌 확산도 한층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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