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지 올해 수상자 발표
‘네가 날 볼 수 없어도(Even though you cannot see me) 난 매우 가까이 있어서 넌 거부할 수 없어(I‘ll be so close, you can’t resist) 전기 자극으로 필요한 걸 말해봐(Tell me your needs by charging please) 번개가 내리치면 이제 소원을 말해봐(The Lightning strikes now make a wish).’
반복되는 랩 가사와 중독성 있는 경쾌한 음악이 나오는 가운데 학생 7, 8명이 바게트를 들고 춤을 춘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설정이지만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전기 자극’이나 ‘번개’라는 가사가 나올 때면 번개가 치는 듯한 시각적 효과 장면도 연출됐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올해로 15년째 개최하는 ‘댄스 유어 피에이치디(Dance Your Ph.D)’라는 이름의 콘테스트 영상이다. 주인공은 생물학 분야 우승자인 리투아니아의 포빌라스 시모니스 연구원. AAAS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4일 올해 댄스 유어 피에이치디 최우수상 수상자를 포함한 각 분야 우승자들을 발표했다.
시모니스 연구원은 전기 자극을 받은 효모의 생물학적 반응들을 랩 가사와 음악으로 표현했다. 효모 대신 바게트를 들고 다채로운 해석을 넣은 영상을 만들었다. 그가 속한 리투아니아 물리과학기술센터와 빌뉴스대 연구원들이 도움을 줬다. 단세포 균류로 이뤄진 효모는 빵이나 맥주, 와인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미생물이다. 효모가 전기 자극을 받으면 세포막을 열거나 닫으면서 활성화, 비활성화 상태를 오가게 된다. 이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발효된다.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효모 배양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면 알코올 생산성 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댄스 유어 피에이치디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춤을 통해 설명하는 콘셉트의 대회다. 피에이치디(Ph.D)는 박사를 의미한다. 학술지 사이언스의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하던 존 보해넌이 과학을 대중에게 흥미롭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 대회를 만들었다. 보해넌은 기자를 그만둔 지금도 대회 주최를 맡고 있다.
대회는 매년 물리학, 화학, 생물학, 소셜과학 분야의 우승작을 가린 뒤 그들 중 전체 최우수상을 뽑는다. 올해 최우수상인 시모니스 연구원은 생물학 분야 우승자다. 화학 분야에서는 마틸드 팔미에 프랑스 보르도대 연구원의 ‘골세포에 초점을 맞춘 노화 뼈 생물학 이해’가, 물리학 분야에서는 샤호안 우 미국 하버드대 연구원의 ‘라이먼 알파 흡수선과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을 활용한 우주 재이온화 탐색’이 우승했다. 소셜과학 분야에서는 센카 지자노비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 연구원이 ‘현대 교육의 교훈적·방법론적 패러다임으로서의 능동적 학습’을 주제로 한 영상으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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