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정집 먼지 조사하니···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전량 검출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2월 28일 14시 01분


미세먼지는 질산염과 황산염, 탄소류와 그을음, 광물, 기타 유기 물질 등으로 이뤄진 물질이다. 이 중 지름이 10μm인 먼지를 PM10으로 구분하며, 2.5μm으로 더 작은 먼지를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 산하 국제 암 연구소가 분류한 1급 발암물질로, 다이옥신이나 석면, 카드뮴과 마찬가지로 인체에 유해하다. 그래도 미세먼지 자체는 외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실내를 잘 차폐하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실내에서만큼은 깨끗한 공기질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실내 공기에 포함된 유해물질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난 17일,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 가정의 집먼지 특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모든 가정집에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실내 환경 관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가정 내 먼지 구성 요소에 대해 조사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으며, 글로벌 기술 기업 다이슨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연구는 106명의 참가자들이 2주간 가정에서 실제 수집한 먼지를 대상으로 실험 및 분석이 진행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한국 가정의 집먼지 특성’ 연구 진행 중 채취된 집먼지. 제공=다이슨
서울대 보건대학원 ‘한국 가정의 집먼지 특성’ 연구 진행 중 채취된 집먼지. 제공=다이슨

본 연구에서 수집된 구성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모든 가정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성질이 있어 폴리염화비닐 등에 첨가제로 사용된다. 일상에서는 식품 포장용기나 화장품 용기 등 일부 플라스틱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이나 사람의 몸속에서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교란하는 내분비계 교란 장애 물질로, 인체에는 해로운 물질이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여성의 경우 자궁내막증,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유발하고, 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 유아, 어린이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프탈레이트 검출 결과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2009년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서 분석한 국내 집먼지 연구 결과에서도 프탈레이트가 유의미한 수치로 검출된 바 있는데, 10여 년이 흐른 지금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 몇 년간 프탈레이트 사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규제했음에도 프탈레이트 농도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를 프탈레이트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생산된 제품들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다만, 프탈레이트를 대신해서 사용하는 프탈레이트 대체 가소제가 거의 모든 가정에서 프탈레이트보다 더 높은 농도로 검출되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프탈레이트 대체 가소제는 이미 몇 년전부터 프탈레이트를 대체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모든 시료에서 납 및 수은 등의 중금속이 검출됐고, 연구 참여 가정 중 30곳의 침대 매트리스에서 수집한 먼지에서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겐이 검출됐다.

자주 환기하는 습관, 환경호르몬 낮추는데 도움

다이슨 미생물연구소에서 현미경으로 관찰한 먼지의 모습. 제공=다이슨
다이슨 미생물연구소에서 현미경으로 관찰한 먼지의 모습. 제공=다이슨

결론적으로, 이번 조사에 참여한 모든 가정집의 집먼지에서 프탈레이트와 납, 수은이 발견됐고, 그중 매트리스 먼지를 수립한 30곳에서도 모두 집먼지 진드기 기반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발견됐다. 하지만 모든 가정에서 동일하게 검출된 것이며, 농도는 집집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자주 청소하고 환기를 하는 가정에서는 먼지 내 환경호르몬 물질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소화 환기는 집안의 먼지를 줄이는 일반적인 환경 관리 방법이지만, 환경호르몬과 화학 물질의 농도 역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 19로 인해 실내 환경에서의 건강관리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집에서 발생하는 여러 환경호르몬 물질을 동시에 측정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며, “본 연구를 통해 규제 대상 환경호르몬 물질인 프탈레이트의 농도가 감소하지 않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집먼지의 관리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고 전했다.

다이슨 수석 연구 과학자 데니스 매튜스(Dennis Mathews)는 “이번 연구에서 한국 가정의 집먼지는 철저히 조사됐다. 프탈레이트, 프탈레이트 대체 가소제, 중금속 및 기타 오염 물질 등 높게 검출된 물질들은 특히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로서, 우리가 가정의 집먼지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갖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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