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퉁퉁 부었다…콩팥 질환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4일 10시 36분


이창화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부종이 질병을 경고하는 신호등이라며 그것이 질병의 징후인지, 일시적 현상인지 먼저 파악할
 것을 권했다. 오전에 눈꺼풀이 붓고 오후에 다리가 붓는 게 반복되면 콩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제공

이창화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부종이 질병을 경고하는 신호등이라며 그것이 질병의 징후인지, 일시적 현상인지 먼저 파악할 것을 권했다. 오전에 눈꺼풀이 붓고 오후에 다리가 붓는 게 반복되면 콩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제공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눈 주변이 부어 있을 때가 있다. 이 경우 콩팥(신장) 질환을 많이 걱정한다. 보통 붓는 현상을 의학적으로 ‘부종’이라고 한다. 콩팥 질환에 걸리면 실제로 이런 증세가 종종 나타난다. 그러나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콩팥 질환과 관련이 없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의 강미현(가명·여) 씨는 얼굴이 많이 부었다며 이창화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찾았다. 하지만 이 교수가 살펴봤을 때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만한 부종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부종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 5명 중 1명에게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 씨는 부기를 뺀다며 이뇨제를 복용했다. 부기에 집착하던 강 씨는 나중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까지 받았다.

60대 중반의 김성준(가명) 씨는 강 씨와 정반대 사례다. 작년 가을 콩팥이 좋지 않다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이 교수를 찾았다. 실제로 콩팥 기능이 20~30%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미 다리는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몸 여러 곳에 부종이 나타났지만 김 씨는 그러려니 하고 무시해 온 것이다. 다행히 집중 약물 치료로 좀 나아졌지만 일찍 부종을 인식했더라면 콩팥 질환 치료도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강 씨가 일시적 현상을 지나치게 걱정해 또 다른 질병을 얻었다면 김 씨는 너무 무관심해 질병을 키운 경우다. 두 사람 사례는 양 극단에 놓여 있다.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종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에게 부종에 대해 물었다.
● “부종은 건강 경고 신호등”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인체의 60%는 수분이다. 이 수분의 70% 정도는 세포 안에, 30% 정도는 세포 밖에 있다. 세포 밖에 있는 수분을 다시 구분하면 25%는 혈관 안에 있고, 나머지 75%는 세포와 세포 사이 공간에 존재한다. 혈관 안에 있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세포와 세포 사이 공간에 있는 수분이 늘어나는 것이 부종이다.

부종은 신체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부위에서 관찰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피하지방과 근육이 적고 뼈와 맞닿은 부위에서 잘 관찰된다. 눈꺼풀, 정강이뼈 앞부분이나 손등, 발등 부위에서 부종을 확인할 수 있다.

부종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콩팥 질환 외에도 심장, 간, 갑상샘, 임파선 등 여러 기관의 문제로 부종이 나타난다. 약의 부작용이나 호르몬 이상이 원인이 돼 부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부종은 그 자체가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경고를 보내는 신호등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부종이 특정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를 일반인이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도 세심하게 관찰하면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이창화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부종이 질병을 경고하는 신호등이라며 그것이 질병의 징후인지, 일시적 현상인지 먼저 파악할
 것을 권했다. 오전에 눈꺼풀이 붓고 오후에 다리가 붓는 게 반복되면 콩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제공

이창화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부종이 질병을 경고하는 신호등이라며 그것이 질병의 징후인지, 일시적 현상인지 먼저 파악할 것을 권했다. 오전에 눈꺼풀이 붓고 오후에 다리가 붓는 게 반복되면 콩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제공

● 아침에 일어나니 퉁퉁, 병일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두덩이 부었다면 콩팥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정확히 판단하려면 전날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만약 전날 밤에 라면 같은 짠 음식을 먹었다면 붓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염분은 수분을 끌어안는다.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염분이 수분을 더 많이 머금었기에 얼굴이 붓는 것이다. 얼굴이 푸석푸석한 것 또한 일종의 부종이므로 생기는 원인은 같다.

이후 낮 동안의 일상생활에서 부기를 체크해야 한다. 얼굴의 부기가 빠지고, 다른 부위에도 부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저녁에 짠 음식을 먹지 않으면 다음 날 대부분 부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콩팥 질환이 원인이라면 부종은 사라지지 않고, ‘중력의 법칙’을 따른다. 주간에 일을 하고 있으면 부종이 다리 쪽으로 쏠려 다리가 붓는다. 야간에 드러누우면 부종이 다시 눈꺼풀 주변이나 척추 뼈의 끝과 엉덩이 사이로 쏠린다. 이런 경우라면 야식을 끊어도 부종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 질병 의심되면 원인부터 찾아야
질병이 의심되는 부종은 생김새나 탄력이 다르다. 부종을 손가락으로 눌러 질병의 징후인지 판단할 수 있다.

10초 동안 힘을 주어 부종을 누른 뒤 반응을 본다. 가령 퉁퉁 부은 발을 눌렀을 때 곧바로 튀어나와 원래 상태가 되면 부종이 아니다. 이는 지방층이 두꺼워 생기는 현상으로 살찐 사람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손가락을 떼도 눌린 자극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질병의 징후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갑상샘이나 임파선 질환이 원인인 부종은 좀 다르다. 그 부종 아래쪽에 여러 물질이 쌓여 있어 막대기처럼 단단하다. 꾹 눌러도 들어가지 않고, 피부색도 살짝 바뀐다.

최근 식사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단기간에 체중이 늘었으며 여러 부위가 부었다면 질병의 징후일 수 있다. 대체로 몸에 부종이 생기면 체중이 3~4㎏ 늘어난다. 나트륨과 수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푸석푸석한 상태가 지속될 때도 부종이 생겼을 확률이 높다.

질병에 따라 부종이 생기는 부위는 약간씩 다르다. 콩팥 질환에 걸렸다면 전신에 부종이 나타난다. 급성 심근경색이 원인이라면 폐에 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겉으로는 붓지 않으며 그 대신 호흡곤란 증세가 발생한다. 간이 원인이라면 횡격막 아래쪽으로 부종이 더 나타난다. 하지만 질병에 따라 획일적으로 부종이 발생하는 부위와 양상이 같지는 않다. 이 교수는 “일반인이 직접 질병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질병의 징후로 보이는 부종이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콩팥 질환이 있다면 대체로 붓는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부종만으로 콩팥 질환을 확정할 수는 없다. 이창화 교수는 부종 외에도 콩팥 질환을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징후가 있다고 했다.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첫째, 콩팥 질환 초기에는 소변을 자주 본다. 특히 밤에 이런 현상이 심하다. 잠을 자다가 3회 이상 소변을 보러 간다면 콩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소변 양도 많아진다. 이 교수는 “건강한 콩팥은 밤에 소변을 농축해 양이 많아지지 않도록 하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서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소변에 거품이 생기거나 피가 섞여 나온다. 물론 콩팥 질환이 없어도 소변 거품은 생긴다. 하지만 콩팥 질환이 있으면 2, 3분이 지나도 거품이 없어지지 않는다. 또 변기의 물을 내려도 거품 흔적이 남는다.

셋째, 밤에 다리에 쥐가 잘 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날 경우 이미 콩팥 질환이 상당히 진행됐을 확률이 있다.

넷째,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고 기운이 떨어진다. 대체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흔하게 나타나는 증세인데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이 밖에도 △식욕이 떨어지거나 △집중력이 저하되며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피부가 가렵거나 건조해지는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콩팥 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콩팥 질환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인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심되는 증세가 있으면 곧바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콩팥 질환자의 70% 정도는 당뇨와 고혈압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콩팥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당뇨와 고혈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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