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넥슨이 서비스한 게임은 '코노스바: 판타스틱데이즈', '블루아카이브' 단 2종. 이는 넥슨이 모바일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재편한 이후 가장 적은 라인업이며, 두 작품 모두 넥슨의 기대작이라고 불리기에 다소 거리가 먼 게임이었다.
이러한 넥슨의 행보는 실적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났다. 2021년 넥슨의 매출은 2조 8,530억 원으로 3조 클럽에 가입했던 2020년에 비해 6% 하락했다. 영업이익 역시 9,516억 원으로 18%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무려 104% 상승한 1조 1,94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을 이끌 대형 신작의 부재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고, 게임 출시에 소모되는 마케팅 비용과 각종 부대 비용이 줄어들어 순이익은 상승한 넥슨의 2021년 행보가 고스란히 실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넥슨의 2022년은 다르다. 넥슨은 ‘명작 IP(지식 재산권)의 모바일화’,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춘 차세대 게임’ 그리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대형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 등 2022년 자신들이 선보일 게임을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공개했다.
이러한 기조를 중심으로 새롭게 정비된 개발 조직과 산하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작품들을 비롯해 넥슨의 성장을 이끌 초대형 기대작이 연초부터 출시되는 등 올해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신작 라인업만 10종에 이른다.
2년간의 조직 정비로, 내실을 다진 넥슨이 올 한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다채로운 게임을 쏟아낼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던파 모바일’로 시작되는 넥슨 IP의 새로운 도전
넥슨의 ‘명작 IP의 모바일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은 자회사 네오플의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이다.
바로 3월 24일 서비스를 예고한 ‘던파 모바일’은 전 세계 8억 5천만 명 이용자와 누적 매출 180억 달러라는 엄청난 기록을 가진 던파의 IP(지적 재산권)를 활용해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다.
이 ‘던파 모바일’의 개발을 위해 네오플은 엄청난 공을 들였다. 별도의 서울 지사를 설립하여 개발팀을 이전하고, 던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윤명진 디렉터의 총괄 아래 인력을 300명까지 늘려 개발과 출시 이후 서비스에 대비했다.
여기에 "좋은 게임을 만들어 모험가들과 오랜 기간 함께하고 싶은 만큼 '손맛'을 위해 30번 이상 조이스틱을 개선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라는 윤명진 디렉터의 발언처럼 ‘던파 모바일’만의 독특한 콘텐츠가 등장하며, 키보드, 패드까지 지원하는 PC 버전도 준비하는 등 단순히 원작을 모바일로 옮기는 것을 넘어 새로운 던파의 IP 확장에 나선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던파 모바일’은 출시 전부터 글로벌 이용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 대규모 해외 접속이 예고되고 있을 만큼,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 시간 담금질 중인 ‘마비노기 모바일’ 역시 올해 그 윤곽이 드러난다. 2020년 독립 법인으로 세워진 ‘주식회사 데브캣’에서 개발 중인 ‘마비노기 모바일’은 마비노기의 아버지 ‘나크’ 김동건 대표의 지휘 아래 담금질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진행된 넥슨 쇼케이스를 통해 김동건 대표가 직접 메인 스트림 시나리오, 채집, 아르바이트, 사냥, 캠프파이어 등 원작의 콘텐츠는 물론, 캐릭터의 표정, 의상, 체형 설정 기능을 추가하여 게임 내에서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오는 2022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개발본부에서 담금질 중인 ‘테일즈위버:세컨드런’ 출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올해로 서비스 19주년을 맞은 넥슨의 대표 온라인게임 테일즈위버의 모바일 버전인 이 게임은 소설을 기반으로 한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를 한층 강화했으며, 업그레이드된 연출 효과를 가미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탈 중국화” 외치는 넥슨.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작도 다수 모습을 드러낸다. 이전까지 넥슨의 주요 글로벌 매출 수입원은 ‘던파’를 중심으로 한 중국이었으나, 2022년 북미, 유럽 등의 서구권 시장을 비롯한 해외 시장을 공략할 만한 신작을 대거 준비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넥슨의 첫 콘솔 대작 타이틀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다. 니트로에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카트라이더’ 기반의 신작 게임으로, 콘솔, PC 등을 지원하는 넥슨의 첫 멀티플랫폼 게임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3번의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들에게도 큰 호평을 이끌어냈으며, 지난해 소니에서 진행한 2022년 라인업 쇼케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에서 기대작으로 등장. 공식 유튜브의 게임 트레일러의 조회 수가 일주일 만에 120만 건을 넘어설 만큼 눈도장을 확실히 찍기도 했다.
네오플과 ‘길티기어’, ‘블레이블루’ 등을 제작한 아크시스템웍스가 공동 개발 중인 대전 격투게임 ‘DNF DUEL'(’던파 듀얼‘)도 글로벌 흥행을 이끌 기대작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던파 듀얼‘은 수준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대전 격투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단 한 번의 테스트로 일본, 미국 시장에서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던파 듀얼‘은 오는 2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여기에 지난 2019년 자회사로 편입한 북미의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신작 ‘아크 라이더스’도 ‘더 게임 어워드 2021’에서 깜짝 공개되었다. ‘아크 라이더스’는 지구로 내려온 무자비한 기계 재앙 ‘ARC’에 대항하는 저항군의 이야기를 담은 협동 플레이 중심의 3인칭 슈팅 게임으로, 2022년 스팀과 에픽 스토어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전통의 MMORPG부터 TPS, 진영전까지 독특한 시도 가미한 신작도 즐비
앞서 소개한 게임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넥슨의 라인업은 즐비하다.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은 하반기 출시가 유력한 넷게임즈(현 넥슨게임즈)의 ‘히트2’다. 넥슨에게 모바일 게임으로 처음 게임 대상을 안겨준 ‘히트’의 후속작 ‘히트2’는 ‘HIT’와 ‘오버히트’를 제작했던 핵심 인력이 주축을 이뤄 개발 중인 대작 MMORPG다.
특히, 올해로 취임 4년 차를 맞은 넥슨의 이정헌 대표의 손길이 닿은 첫 작품이라는 점과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활용한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모바일로 그대로 구현하는 등 넥슨의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주목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울러 넥슨지티(현 넥슨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TPS(‘3인칭 슈터) 게임 ‘프로젝트D’ 연내 출시를 목표로 담금질에 나서는 중이다. 지난해 12월을 시작으로 3차례 테스트를 진행한 이 게임은 5:5 전략 대전을 중심으로, 캐릭터별 고유 스킬과 사실적인 전투 액션 등의 부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마비노기 영웅전’, ‘야생의 땅: 듀랑고’ 등으로 유명한 이은석 디렉터가 지휘봉을 잡아 개발 중인 독특한 소재의 백병전 액션 게임 ‘프로젝트 HP’, 신규 개발 조직 중에서도 가장 큰 인력이 투입된 ‘Project ER’,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수집형 RPG ‘프로젝트 SF2’ 등 다채로운 라인업이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3인칭 FPS와 RPG의 재미를 결합한 '루트 슈터' 장르로 등장하여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는 PC & 콘솔 게임 ‘프로젝트 매그넘’의 경우 지난 2월 넷게임즈-넥슨지티 합병법인으로 개발에 더욱 개발 가속도에 탄력이 붙어 올 하반기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 예정이다.
이처럼 넥슨은 별다른 출시작이 없었던 2021년의 기억을 지우려는 기세로 2022년 한해에만 전통의 MMORPG부터 TPS, 루트 슈터, 수집형 RPG, 레이싱 등 그야말로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들이 상당한 규모의 콘텐츠로 무장해 출격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다수의 라인업만큼 성과를 내야 하는 2022년 넥슨
실패하기가 어려운 타이틀부터 독특한 장르의 라인업을 대거 선보일 준비를 마친 넥슨이지만, 불안 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
바로 다수의 게임을 선보이는 만큼 그만큼의 성과를 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현재 넥슨에서 운영 중인 개발 조직은 실로 방대하다. 네오플로 대표되는 기존 자회사나 개발팀은 물론, 2019년 설립된 대규모 신규 개발 조직과 원더홀딩스와 ‘합작법인’ 및 최근 합병 절차가 마무리된 ‘넷게임즈 & 넥슨지티’의 합병법인 '넥슨게임즈' 등 여느 중소 게임사를 넘어선 굵직한 규모의 개발 조직이 다수 존재한다.
여기에 신규 개발 본부에서 세자릿수 인재 채용에 나선 것을 비롯해 이들 개발 조직 대부분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 규모를 크게 불리고 있고, 그만큼 개발 프로젝트의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
더욱이 올해에만 출시 예고된 작품이 10종에 이르러 마케팅 비용 역시 만만찮게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 조직의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관리는 물론, 출시 일정도 정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일정을 잘못 잡았다간 게임의 주목도가 자체적으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해진 개발 조직과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 작품들이 연달아 출시되는 만큼 게임 성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며, 이런 상황에서 조직 간의 관리가 허술하다면 자칫 산하 개발 조직 간의 불필요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전과 달리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것으로 기조가 변경된 넥슨이 과연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원활하게 컨트롤하여 성공시킬 수 있을지 넥슨의 운영 능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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