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테크]
당국 감염병 등급 하향 검토하지만 코로나19가 재생산지수 훨씬 높아
위험성 과소평가로 피해 규모 커져…유행 끝나야 정확한 비교 가능할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0.1% 이하로 0.01∼0.05%인 계절독감 치명률과 유사해 계절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절독감과 비교하는 것은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에 맞지 않다는 게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이다. 2009년 유행하던 신종 플루와 비교해도 오미크론 변이의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결정적으로 계절독감의 치명률이 정확하지 않다. 코로나19는 발생 초기부터 2년 넘게 하루 신규 확진자 수와 중환자, 사망자 수를 집계하지만 독감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은 병의원 200곳을 지정해 독감 환자를 신고하도록 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정확한 확진자 수를 모르니 정확한 치명률도 알 수가 없다. 학계에서는 매년 인구의 5∼10%가 독감에 걸리고 이 중 2000∼3000명이 사망해 치명률을 대략 0.01∼0.05%로 추정한다. 방역당국이 밝힌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약 0.1%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크게 차이 난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강해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사망자 수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2380명이었다. 독감으로 매년 숨지는 사람 수와 맞먹는 수치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명률은 100명 중 몇 명이 사망하느냐를 따지는 수치이기 때문에 치명률이 비슷하더라도 확진자 규모 자체가 크면 사망자는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감 환자라도 증상이 가벼운 사람은 병원에 가지 않으니 독감의 치명률은 실제보다 높게 집계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훨씬 더 낮게 평가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독감의 치명률은 과대평가, 코로나19 치명률은 과소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계절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대유행했을 때와 비교해도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월등히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9년 국내 신종 플루 대유행 기간 동안 발생한 확진자 수가 최근 1∼2일간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9년 신종 플루 대유행 때 국내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확진된 신종 플루 환자는 75만9678명이었고 그중 약 270명이 숨져 치명률이 0.035%로 낮은 편이었다”며 “대유행이었음에도 지금처럼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화장장이 포화 상태일 만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절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감염재생산지수는 1.3∼1.4 정도에 그친 반면 오미크론 변이는 10∼14 정도로 홍역(12∼18)과 비슷하다”며 “치명률도 낮지 않은 데다 전파력이 강한 탓에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코로나와 독감의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정확하지 않은 단순비교 결과를 방역정책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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