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인근 학원가에서 만난 김모양(16)은 스누피 스티커가 붙은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이렇게 말했다. 몇년 전까지 보급형 스마트폰 기반 ‘키즈폰’과 ‘데이터 차단폰’만 써왔던 그는 이 기기들이 10대들의 ‘자율성’을 꺾었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14일 김 양과 같은 ‘알파세대’의 불만과 학부모들의 우려를 모두 고려해 ‘U+Z플랜폰’을 출시했다.
10대들이 비싼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쓰고 싶어한다는 점과, 휴대전화가 공부에 방해될까 걱정하는 부모들의 수요를 담은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U+Z플랜폰’은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 흰색 모델에 자기관리앱 ‘Z플랜’을 탑재했다.
◇갤럭시Z플립3 기반 131만원대…“좋은 폰 원하는 10대 니즈 포착”
기존 중저가 청소년 폰과 가장 큰 차이점은 131만9890원이라는 높은 ‘출고가’다. 최대 공시지원금인 60만원을 포함하면, 실구매가는 71만9890원이지만, 사실상 공짜폰에 가까웠던 10대 전용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고가다.
131만원대 가격은 기존 갤럭시Z플립3(125만4000원)보다도 높다. 10대들이 좋아하는 ‘갤럭시버즈2’와 폰 꾸미기에 필요한 ‘정고이너사이드’ 스티커 2팩과 링케이스를 굿즈로 구성해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가 높은 가격대의 ‘갤럭시Z플립3’을 택한 배경에는 청소년의 고가 단말기에 대한 수요가 자리한다. 고가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아이폰 수요가 10대들 사이에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청소년들과 인터뷰한 결과, 학업이 중심이 되는 나이지만 그래도 좋은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고, 인기 기종 중 하나가 ‘Z플립3’이었다”고 밝혔다.
알뜰폰 사업자를 중심으로 출시된 중저가 청소년폰은 전화와 문자만 되고 Δ메신저 Δ게임 Δ소셜네트워크(SNS) 서비스는 사용할 수 없었다. 카메라 기능도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떨어져 청소년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데이터 자율 관리 ‘Z플랜앱’ 탑재…“자율성 존중, 졸업 후에도 유용”
LG유플러스는 10대들이 스스로 데이터 관리를 하고 싶었다는 점을 포착해 Z플랜앱도 기본 탑재했다. 기존 중저가폰에도 지원되지 않았던 기능으로 청소년들이 Δ기본 홈 모드 Δ컨테이너 모드 피처폰 Δ커스텀 Δ일반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평소에는 ‘기본 홈 모드’로 데이터를 이용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시험 기간에는 데이터 사용을 제한하는 ‘피처폰 모드’로 바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원하는 화면과 앱을 편입해 이용할 수 있는 ‘커스텀 모드’와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강화한 ‘컨테이너 모드’도 있다.
자녀들이 데이터 제한 기능이 없는 고가 스마트폰을 쓸 경우 유해물에 노출되거나, 스마트폰에 중독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고려한 장치다.
LG유플러스는 “청소년을 믿고 그들의 자율성을 우리가 신뢰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10대들도 본인만의 생각이 있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 (Z플랩앱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떠오르는 ‘큰손’인 10대를 장기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데이터 차단 폰을 쓰던 10대 학생들은 졸업 후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경향이 높은데, U+Z플랜폰은 최신 갤럭시Z플립3을 기반으로 했기에 바꿀 가능성이 적다.
Z플랜폰에는 Δ학습 시간표 Δ오늘의 할일 Δ수상 이력 기록 Δ발표·과제 일정 기록 Δ모의고사 시간 측정등 학습 관리 기능도 쓸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청소년 폰은 (데이터 차단 문제 때문에) 고3 끝나면 무조건 바꿔야 하는데, 지금은 플래그십 단말기로 제작해서 대학에 가서도 계속 쓸 수 있다”며 “U+Z플랜폰엔 시간관리 기능처럼 20대들에게도 유용해 대학 가서도 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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