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인텔이 ‘인텔 아크(Intel Arc) 그래픽 제품군을 앞세워 그래픽 처리 장치 시장에 다시 뛰어든다. 인텔 아크 그래픽 제품군은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소개된 Xe 마이크로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며, 노트북용인 인텔 아크 A 시리즈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데스크톱 제품군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인텔이 외장 그래픽 카드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갈수록 그래픽 처리 장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그래픽 카드는 게이밍 혹은 영상 편집 등으로 활용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연산 처리에 특화된 특성 덕분에 인공지능 개발, 자율주행, 3D 렌더링 등 최신 산업 분야에 널리 쓰이게 되면서, 그래픽 처리 장치의 중요성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CPU 등의 마이크로 프로세서에만 집중하던 인텔 입장에서는 그래픽 처리 장치 시장도 함께 잡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이를 위해 인텔은 2017년 AMD 외장 그래픽 카드 부문 수석 부사장인 라자 코두리(Raja Koduri)를 영입해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고, 2018년 6월에는 공식적으로 외장 그래픽 카드 개발 여부를 공개한다. 이어서 2020년,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타이거레이크)를 출시하며 새로운 ‘인텔 Xe 마이크로 아키텍처’ 기반의 그래픽 처리 유닛(GPU)을 함께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된 인텔 아크가 바로 이 Xe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발전시킨 제품이다. 노트북용 아크 A 시리즈 선 공개, 데스크톱은 여름 출시
이번에 공개된 인텔 아크 A 시리즈는 Xe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한 게이밍 노트북용 프로세서다. 라인업은 1080p(FHD) 게이밍에 최적화된 아크 3 그래픽과 더 높은 성능의 아크 5 및 아크 7 그래픽 세 종류다. 라인업은 여섯 개의 Xe 코어와 4GB GDDR6 메모리가 적용된 아크 3 A350M과 8개의 코어를 갖춘 아크 3 A370M, 16개의 코어와 8GB 메모리가 적용된 적용된 아크 5 A550M, 24개 코어와 12GB 메모리를 갖춘 아크 7 A730M과 32개 코어 및 16GB 메모리를 갖춘 아크 7 A770M까지 다섯 종류다.
인텔 아크 A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인공지능 가속 기능인 XMX AI 엔진, Xe 미디어 엔진, Xe HPG 디스플레이 엔진을 탑재하며, 게이밍 기능 면에서는 XeSS와 다이렉트 X 12 얼티밋 지원을 지원한다. XMX AI 엔진은 인공지능 추론 작업 시 기존 GPU 벡터 장치 대비 16배의 향상된 컴퓨팅 기능을 제공해 생산성, 콘텐츠 제작 성능 등을 끌어올린다.
Xe 미디어 엔진은 최대 8K60p 12bit HDR 디코딩과 8K 10bit HDR 인코딩을 지원하는 미디어 처리 장치로, VP9, AVC, HEVC, AV1 코덱까지 폭넓게 지원한다. Xe HPG 디스플레이 엔진은 최대 2대의 8K 60p HDR 디스플레이 혹은 4대의 4K 120p HDR 영상을 지원하며, 게이밍 디스플레이를 위한 1080p 및 1440p 360프레임, 게이밍 디스플레이의 범용 기술인 어댑티브 싱크까지 빠짐없이 지원한다.
XeSS(Xe Super Sampling)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미지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기술로, 엔비디아의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이나 AMD의 피델리티FX 슈퍼 레졸루션(FidelityFX Super Resolution, FSR)과 유사한 기능이다. XeSS를 지원하는 게임은 1080p에 필요한 수준으로 연산을 처리한 다음, 인공지능을 활용해 4K 해상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인텔은 올해 여름까지 20개의 게임 타이틀에 XeSS를 탑재할 예정이며, 생태계 지원을 통해 적용 범위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다이렉트 X12 얼티밋을 공식 지원해 실시간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은 물론, 사용자에게 잘 보이지 않은 위치의 화질을 떨어뜨려 프레임을 끌어올리는 가변 비율 쉐이딩(VRS), 화면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처리하지 않아 부하를 줄이는 메쉬 쉐이딩, 사전에 기록된 텍스처의 위치를 토대로 로딩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샘플러 피드백 등의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성능 무난할 듯, 호환성만 확보하면 OK
12세대 인텔 코어 i7-1280P와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을 탑재한 노트북, 12세대 코어 i7-12700H 및 아크 A370M을 탑재한 노트북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아크 3를 탑재한 노트북은 히트맨 3, 둠 이터널, 토탈워 사가: 트로이, 울펜슈타인: 영블러드 등의 게임에서 62~78프레임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 동일 비교군에서 인텔 i7-1280P로 구동되는 노트북은 노트북은 30~50프레임으로 플레이된다. 또한, 아크 A370M은 포트나이트와 GTA V는 중간 옵션 1080P 해상도에서 각각 94프레임 및 105프레임의 성능을 보이며, 로켓 리그와 발로란트 높음 옵션에서 105프레임 및 115프레임의 안정적인 게임 성능을 제공한다.
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인 핸드브레이크를 활용해 4K HEVC를 4K AVC로 인코딩하는 작업에서는 1.3배 빠른 성능을 보여주었고, 동일 작업을 다빈치 리졸브에서 수행할 때에는 1.6배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를 활용해 자동 리프레임 시에는 1.8배 빠른 처리 성능을 제공하며, 장면 편집 탐지(scene edit detection)는 최대 2.4배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 아쉽게도 고성능 제품에 대한 성능 비교는 이번 발표를 통해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도 보급형 제품인 A370M이 인텔 내장 그래픽보다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 만큼, 제품 전반의 성능도 타사 제품과 경쟁해볼 수준으로 예상된다.
인텔 아크 시리즈, 양강 구도 깰까?
인텔 아크 그래픽 제품군이 야심 차게 등장했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현재 게이밍 그래픽 카드 시장은 엔비디아가 20년 이상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AMD 역시 나름의 기술력을 토대로 꾸준히 시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두 기업이 쌓아 올린 시장의 장벽이 높다 보니 다른 제조사가 등장할 겨를도,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인텔 역시 CPU 부문에서는 강자지만, 그래픽 카드 부문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등장한 Xe 마이크로 아키텍처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보급형 제품군을 시작으로 경쟁을 펼치면 빠르게 시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텔 아크 A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2 프로를 통해 첫 선을 보이며, 올해 2분기 중으로 고성능인 인텔 아크 5 및 7 제품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또한, 데스크톱용 인텔 아크 그래픽 제품군과 카드(add-in-card)는 올해 여름 출시된다. 제품 가격이나 자세한 성능 정보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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