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6일자 동아일보 25면에 ‘젊음을 되찾아주는 회춘약(回春藥) 근육을 키우라’는 칼럼을 썼다. 52세 아들에 26세 큰 손녀를 둔 ‘할머니’ 임종소 씨 스토리를 시작으로 근육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칼럼이었다. 동시에 donga.com에 당시 75세였던 임 씨가 1년 여 넘게 근육운동을 해서 몸에 생긴 변화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단 하루만에 100만 명에 가까운 독자들이 읽었다. 이후 각 방송에서 임 씨 스토리를 보도했다. 여러 방송에서 임 씨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간이 지난 뒤 영국 공영방송인 BBC에서도 근육을 키운 임 씨 스토리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독일 방송에도 나갔다. 75세의 ‘할머니’도 근육을 키우면 몸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이런 큰 관심의 핵심 포인트였다. 평범한 ‘할머니’였던 임 씨는 지금 실버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2018년 8월 4일부터 dongA.com과 동아일보 지면에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을 쓰면서 150명에 가까운 운동 마니아를 소개했다. 100세 시대 건강법은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을 소개하며 어떻게 하면 운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코너다. 이 기사의 목적은 다른 사람들도 따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획이다.
필자가 100세 시대 건강법을 쓰도록 고민을 던져준 책이 있다. 린타 그래튼(Lynda Gratton)과 앤드루 스콧(Andrew Scott)이 쓴 ‘100세 인생(The 100-Year Life)’이다. 그 책은 “제대로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면 장수는 저주가 아닌 선물이다. 그것은 기회로 가득하고, 시간이라는 선물이 있는 인생이다”고 했다. 100세 시대. 준비하지 않으면 고통스런 삶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이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건강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삶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스포츠기자로 25년 넘게 살아온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운동으로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을 소개해서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후 4년 가까이 운동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했고 스포츠 과학적으로 운동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만큼 국민들이 ‘올바른 운동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
‘스포츠는 사회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땀과 노력을 쏟아 붓고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스포츠를 생활화하면 개인적으로 조직적으로 국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은 사회를 바꿀 순 없지만 개인의 삶은 바꿀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통해 삶을 바꾸면 결국 사회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올 1월 27일자에 “평생 즐긴 탁구, 은퇴 후 지도자로 ‘인생 2막’ 열어줘”라는 칼럼을 썼다.
대학 때부터 즐기던 탁구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새로운 길을 제시해줬다. 2020년 말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은퇴한 전인상 씨(62)는 그해 말 삼다도 제주도에 터를 잡고 탁구 지도자의 길을 가고 있다. 정년을 앞두고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였다.
“100세 시대지만 현실은 60세쯤이면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 그래서 평생 좋아했던 탁구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했다. 2014년 탁구 2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지난해엔 노인체육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방과후 지도자로 활동한다.”
중고교 시절 대전시내 탁구장에서 좀 놀았던 전 씨는 대학 1학년 때 탁구서클(현 동아리)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탁구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다. 실력이래야 친구들과 어울려 공을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책을 보고 거울 앞에서 자세를 익혔다. 그렇게 2년을 활동하다 군에 입대하고 복학한 뒤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한동안 탁구를 잊고 지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대한육상연맹에 입사했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해 1988년 서울 올림픽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육상연맹 사무실이 서울 을지로에서 잠실로 옮겨졌고 1990년대 초반 청담동에 있는 대원탁구장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다시 탁구와 연을 맺게 됐다.”
탁구의 신세계가 펼쳐졌다. 선수 출신 코치가 직접 레슨을 해주고 있었다. 과거엔 상상도 못 하던 일. 선수 출신에게 조련받아 실력이 향상된 마니아들이 모여 있는 탁구장들도 소문이 났다. 전 씨는 대한항공 선수 출신 권영랑 관장에게 원포인트레슨도 받으면서 탁구 실력을 닦았다. 일을 마치면 어김없이 탁구장으로 달려가 한두 시간 땀을 흘렸다. 실력이 비슷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들을 주축으로 대원탁구동호회를 만들어 대회에도 출전했다. 1997년 서울 강남구 생활체육 탁구대회에 출전해 복식 우승, 단식 3위를 하는 등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탁구는 직장생활의 해방구였다. 일하며 얻는 모든 스트레스를 탁구공에 실어 날렸다. 탁구를 치면 한두 시간은 잡생각 없이 탁구에 집중할 수 있다. 내 삶의 큰 활력소였다.”
실력이 늘자 어딜 가든 대접도 받았다. 탁구 좀 치자 육상연맹에서 일한다고 하니 ‘육상선수 출신이라 역시 발이 빠르다’고 엉뚱한 칭찬을 하기도 했다. 어떨 땐 ‘체육과 출신이어서 잘 친다’고까지 했다. 그는 운동과 전혀 상관없는 영문과 출신이다. 각종 육상대회가 전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출장이 잦았던 그는 항상 탁구 라켓을 가지고 다녔다. “난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일 끝나면 바로 탁구장으로 달려갔다. 몸이 찌뿌드드해도 탁구 한두 시간 치면 바로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했다. 탁구를 너무 많이 쳐 ‘엘보’가 오긴 했지만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진 적은 없다.
2007년 KADA로 옮겨서도 탁구는 멈추지 않았고 각종 대회에서도 성과를 냈다. 2014년도 도닉배전국오픈탁구대회 혼합복식에서 우승했다. 2016년 강동구의회의회장배 탁구대회 복식에서도 1위를 했다. 2019년 제2회 에리사랑시니어탁구대회 단식에서도 우승했다.
“서울 사는 사람들의 로망이라고 할까? 꽉 막힌 빌딩 숲을 떠나 탁 트인 곳에서 살고 싶었다. 강원도 원주, 강릉 등도 생각했지만 제주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에 친구가 살고 있어 쉽게 결정했다. 은퇴하고 바로 제주로 내려왔다.”
제주에서의 삶도 자연스럽게 탁구가 주가 됐다. 제주탁구클럽에 가입해 활동했다. 외지인으로 제주에서 정붙이고 잘 살 수 있게 된 원동력에는 매일 만나는 회원들과의 교류가 있었다. 전 씨는 지난해 말 열린 제주도탁구협회장기 탁구대회 백두부 복식에서 우승했고, 4부 단식에서 준우승하는 등 실력을 과시했다. 올해부터 초등학생들 지도자로 나서지만 향후 시니어를 대상으로도 지도할 계획이다.
“탁구는 사계절 언제든 칠 수 있다. 자기 몸만 지탱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제주도 장애인복지관에서 레슨을 해준 적이 잇다. 휠체어 타고, 목발 짚고도 칠 수 있다. 탁구는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아 최고의 실버스포츠로도 알려져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탁구로 희망을 전하고, 어르신들께는 건강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
이런 사례는 많다. 2020년 11월 19일 자엔 다음과 같은 칼럼을 썼다.
#1. 권영채 씨(65)는 정년퇴직을 하기 전부터 만든 ‘버킷 리스트’를 하나하나 실행하다가 시니어 모델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6년 전 은퇴하고 가족을 위해 요리를 배우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지난해부터는 모델에 도전해 기회를 잡은 것이다.
권 씨는 지난해 9월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이하 남예종) 시니어 모델 2기에 등록했다. 이때 열린 ‘미시즈 앤 시니어 모델 세계대회’에 출전해 골드부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모델로서 자질을 더 키우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권 씨는 “모델은 몸이 재산이다”라며 “몸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만난 임종소 씨(76)의 조언으로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헬스장(메카헬스짐)에 등록했다. 임 씨는 dongA.com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9년 6월 6일자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인물. 국내는 물론이고 영국 BBC 방송, 독일 ARD 방송에까지 소개됐고 지금은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임 씨는 “척추협착 탓에 휠체어를 타고 여생을 보낼 위기를 근육운동으로 벗어나게 됐다”며 헬스장 이용을 적극 추천했다.
권 씨는 주 2회 헬스장에서 체계적인 근육훈련을 하고, 평소에는 집에서 홈 트레이닝을 했다. 그는 올 4월 열린 ‘WNC 시그니처 피지크 대회’ 시니어 부문에서 2위를 했고, 10월 열린 ‘WBC 피트니스 대회’ 시니어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시니어 모델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남예종 연극영화과 모델과에 입학해 이론과 실기를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올 5월 열린 대회(GOLD CLASS By Queen of the Asia 2020)에서 대상을 받았다. 9월엔 전통시장 모델 대회에서도 입상했다. 몸이 달라지고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으니 광고주의 러브콜도 이어졌고, 광고도 몇 편 찍었다. 그는 “은퇴를 하고 다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은퇴 전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설계했고 내 몸을 잘 만들고 차분히 시니어 모델을 준비하다 보니 돈도 따라 왔다”고 말했다.
#2. 어수영 씨(62)는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와 시작한 운동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47세쯤 병원에서 건강 악화에 대한 경고를 여러 차례 받은 뒤 체중 감량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흐른 지금 운동 마니아를 넘어 전문가로 변신했다.
177cm의 키에 체중이 93kg까지 나갔던 어 씨는 매일 1시간씩 수영을 한 뒤 출근했다. 출퇴근 때엔 자전거를 이용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안양까지 편도 52km를 주 2회 정도 왕복했다. 자전거로 출근했다가 외근을 하게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다음 날 자전거로 퇴근했다. 그렇게 3년을 이어가자 체중이 75kg으로 20kg이 줄었다. 살이 빠지니까 보기는 좋았는데 힘이 없었다. 그래서 50세 때부터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했다.
6년간 꾸준히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수영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개인혼영 100m(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각 25m)를 1분 30초에 완주하는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매번 7초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실격했다.
그래서 돌파구로 신체능력을 향상시켜 줄 운동을 찾다가 크로스핏을 접했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소방관이나 군인이 주로 애용하는 거친 운동이다. 어 씨는 크로스핏 체육관에 등록한 뒤 꼬박 2년을 쏟아 부었고, 마침내 수영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어 씨는 3년 전 은퇴 후 ‘건강 전도사’로 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남대 운동생리학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그가 이렇게 운동에 매진하게 된 배경에는 긴 시간 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그는 “100세 시대로 수명은 길어졌는데 내 건강이 좋지 않으면 가족도 고생할 것 같아 열심히 운동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일도 찾았다”고 말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78)은 2007년 마라톤에 입문한 게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20회 넘게 달리는 등 세월을 거꾸로 살고 있는 그는 “건강을 잃으면 마음도 잃는다.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건강하면 무슨 일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0세 시대, 건강해야 새로운 도전도 할 수 있다.
dongA.com에 헬스동아 플랫폼을 개설한다. 헬스동아는 독자들에게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포함해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개인의 삶이 바뀌면 사회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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