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동통신 업계를 이끌던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기에 적응하지 못해 주도권을 잃었다. 기업 해산과 분할 절차에 이어, 매각을 여러 번 거듭하면서 상표 폐지설도 나오는 등 수난을 겪었다.
이런 모토로라가 최근 부활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2021년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른 것. 모토로라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튼튼히 다진 기반을 토대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업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2021년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해 58%인 애플, 22%인 삼성전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 자리는 원래 LG전자의 몫이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자 모토로라가 LG전자의 점유율을 거의 모두 가져왔다.
모토로라는 300달러(약 36만 원) 이하 가격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2021년 모토로라가 판매한 스마트폰 ‘모토 G 스타일러스’와 ‘모토 G 퓨어’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모토로라 스마트폰은 우수한 기본기와 믿을 수 있는 상표 가치, 우수한 배터리 지속 시간 등 장점을 앞세워 중국산 스마트폰을 눌렀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MVNO(자급제) 스마트폰으로도 각광 받았다.
이번 결과에 고무된 모토로라는 2022년, 미국 중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다. 이미 연초에 삼성전자 갤럭시 S22 울트라와 겨룰 대화면 스마트폰 ‘엣지 플러스 5G’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S펜과 유사한 스타일러스 펜을 지원하고 대등한 기계 성능을 가졌으면서도 가격은 20%쯤 싸다.
이어 모토로라는 내부에서 ‘프론티어’로 부르는 고급 스마트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 스마트폰에는 2억 화소 뒷면 카메라와 6,000만 화소 앞면 셀피 카메라, 125W 초고속 충전 기능이 탑재될 전망이다. 모두 세계 최초다.
새 폴더블 스마트폰도 기대할 만하다. 모토로라는 삼성전자보다 앞선 2019년에 클램 쉘(조개 껍질처럼 위아래로 여닫는 방식) 방식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Razr)’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과거 모토로라의 인기 휴대전화 ‘레이저’의 외관 그대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이 제품의 후속 모델이 등장할 여건이 튼튼해졌다.
한편으로는 모토로라가 지금의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최신 운영 체제와 보안 업데이트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대개 2년~3년간 최신 운영 체제와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것을 보장한다. 1년에 여러 번 마이너 업데이트를 제공해 기기 성능과 보안을 높인다. 반면, 모토로라는 운영 체제와 보안 업데이트를 보장하지 않고, 기기 성능과 보안 향상 업데이트도 좀처럼 하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모토로라가 스마트폰 기계 설계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더블 스마트폰, 모토로라 레이저는 기계 성능이 경쟁 모델(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에 비해 낮고, 폴더블 화면의 경첩의 내구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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