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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성 커지자 재무장 나선 선진국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군비를 늘리고 있다. 이웃 국가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보고, ‘무기 없는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내년 국가안보 예산을 올해 7820억 달러(약 953조4144억 원)보다 4%가량 늘어난 8134억 달러(약 991조6973억 원)로 편성했다. 이중 국방부 예산은 올해보다 8% 이상 증가한 7730억 달러(약 942조2097억 원)인데, 1459억 달러(약 177조7500억 원)를 F-35 전투기와 B-21 폭격기 구입 등에 쓸 방침이다. 미 행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3.5% 줄인 긴축 예산으로 편성하면서도 국방 관련 예산은 늘린 것이다.
중국 재정부도 지난달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보다 7.1% 늘린 1조4504억5000만 위안(약 277조1085억 원)으로 책정했다. 중국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4년 12.2%를 정점으로 2015년 10.1%, 2016년 7.6%, 2017년 7.0%, 2018년 8.1%, 2019년 7.5%, 2020년 6.6% 등 매년 하향세를 보이다가 지난해(6.8%) 증가세로 돌아섰다. ‘강대강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잠자던 독일’마저 깨웠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으로서 반성과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군비 강화를 자제해왔다. 그런데, 전쟁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독일은 최근 F-35 전투기 35대 구매 계약을 거의 마무리했고, 탄도미사일 방어망 구매도 타진 중이다. 또 올해 국방비를 1000억 유로(약 134조1790억 원)로 늘리고,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인 연간 방위비 지출 비중도 2024년까지 2%로 올리기로 했다.
이외에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등이 국방 예산을 GDP의 2%까지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경우 1980년대 초반 GDP 대비 3% 수준이었던 국방비 지출을 1% 수준까지 낮췄는데, 다시 이를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생각지도 못한 우려
해외에서는 뜻밖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군비 경쟁이 기후 변화와 환경 개선에 대한 각국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쟁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행동을 탈선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군대는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라며 국방비 예산의 증가는 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를 의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가마다 쉬쉬하고 있지만, 군대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줄곧 있었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 국방부가 자국 군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 300만 t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100만 t에 이른다고 ‘국제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GR) 단체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평균 크기의 자동차 600만 대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에 맞먹는 규모다. 미국 정부 역시 자국 군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5600만 t이라고 밝히지만, SGR은 그 양을 2억500만 t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브라운대 왓슨 국제 및 공공문제연구소는 2017년 미 국방부의 온실 가스 배출량이 스웨덴과 덴마크, 포르투갈 등의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을 더한 것보다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군수 산업의 첨단화 속에도 기름을 먹는 전차나 항공모함, 전투기는 여전히 핵심적이다. 테슬라의 등장 이후 전기차가 우리에게 익숙해졌지만, ‘전기 탱크’나 ‘전기 전투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각국 정부는 2015년 발효된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있는데, 군수 시설은 각국 정부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태다. 가뜩이나 국방 분야가 사각지대로 꼽혀 왔는데, 이번 전쟁으로 ‘구멍’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세계화는 끝났다”
이번 전쟁으로 ‘탈세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세계화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쟁은 수면 아래서 진행되던 탈세계화를 물 밖으로 꺼내버렸다. 각국이 마스크 대신 ‘방패’를 손에 쥐게 만든 것이다.
대놓고 “우크라 전쟁으로 세계화가 끝났다”고 비관하는 전문가도 있다. 연 10조 달러를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30년 간 이어진 세계화에 마침표가 찍혔다”고 했다. 그는 주주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냉전 이후 유지되던 세계 질서를 뒤엎었다”며 “팬데믹 위에 겹겹이 쌓인 전쟁의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이 수십 년간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전쟁 이후 경제의 중심축이 ‘세계화’에서 ‘온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탈세계화는 환경 문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먼저 자원 공급의 병목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병목 현상이 생기면 공장이 멈추니 환경에 좋은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맞다. 그런데, 전기 자동차, 풍력발전기 부품 공장 같은 친환경 산업까지 정지시키는 것이 문제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병목 현상으로 친환경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이 ‘넷제로’(Net-zero,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과 같거나 적어 순 배출이 0인 상태)에 도달하려면 2030년까지 전기차 생산이 10배, 충전소는 31배로 늘어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친환경 발전소 역시 3배로 늘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중요 원재료 생산량이 500% 증가해야 하는데, 병목 현상으로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차가워지는 국제정세, 뜨거워지는 지구
탈세계화로 각국의 협력이 차가워지면 펜데믹이 끝나도 공급 병목 현상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친환경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재료가 중국, 러시아 같은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자원 부국’들의 갈등이 커질수록 공급망 관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비(非) 동맹 국가로부터는 아예 원하는 자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코발트, 리튬, 니켈, 네오디뮴 같은 희토류로 만들어지는데, 이중 핵심 재료인 리튬(호주, 칠레, 중국)과 코발트(콩고민주공화국, 러시아, 호주)가 상위 3개국에서 전체 물량의 80%가 생산되고 있다. 전기차 내부를 채우는 구리 역시 칠레와 페루, 중국의 생산량이 절반이나 된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니켈 값이 폭등하기도 했는데, 니켈의 주요 생산지가 인도네시아(30%)와 필리핀(13%), 러시아(11%)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미사일’보다 ‘러시아 니켈’이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재생가능 에너지의 설비 수요가 늘어날수록 배터리나 모터, 전선 등에 사용되는 광물 자원의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107m짜리 탄소섬유 재질의 해상 풍력 발전기(할리에이드-X) 터빈에는 희귀금속 소재의 자석이 100개가 넘게 들어간다. 구리선도 그 길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입된다”고 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관인 우드맥킨지는 2040년 리튬 수요가 2020년의 12.5배인 375만 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광물 자원의 편향된 공급은 이전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탈세계화 분위기가 강해질수록 각국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산유국이 여러 대륙에 걸쳐있음에도 석유를 두고 벌어진 패권다툼이 얼마나 살벌했는지를 고려하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형편없는 재정 지원”
탈세계화로 환경 분야에서 글로벌 공조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환경 문제만큼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한 분야가 없다. 일부 국가만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소비의 60%는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기타 개발도상국들이다. 선진국들끼리 아무리 애를 써도 이들의 참여 없이는 화석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IEA는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50년 석유 수요가 2020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들은 그나마 개발도상국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면서 참여를 독려해왔는데, 최근 이 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올해 예산안 1조5000억 달러(약 1830조7500억 원)에는 10억 달러(약 1조2200억 원)의 기후 원조가 포함돼 있다. 기존에 언급됐던 규모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NYT는 최근 보도에서 “백악관이 요청한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까지 매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114억 달러(약 13조9100억 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대부분 빈곤 국가에서 가속화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자금이다. 주로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데 쓰인다. 이 때문에 유엔 ‘지속가능한 에너지 부문’ 특별대표를 지낸 레이철 카이트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은 미 의회의 예산안을 두고 “형편없는 수준, 누구 코에 붙이냐”고 꼬집었다. 전 세계 기후 재정에서 ‘축’ 역할을 기대했던 미국에 실망감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공유지의 비극은 목동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워 양들에게 풀을 배부르게 뜯게 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공유지인 목초지가 황폐해지다 못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는 개념이다. 당장의 성장이 급한 개발도상국이 목동처럼 화석 연료를 사용하다가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한 환경 활동가는 “미국이 재정 약속을 다시 한 번 지키지 않으면, 이들 국가가 배출량 감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 정부 대신 나서는 글로벌 ‘큰 손’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금융 시장을 휩쓴 ESG 투자(환경·사회·지배구조)를 떠올릴 수도 있다. ‘큰 손’들이 정부 대신 지원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14년 21조4000억 달러에서 2020년 6월 말 기준 35조3000억 달러로 성장했다. 올해는 41조 달러, 2030년에는 130조 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단위가 ‘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와 관련된 채권 발행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ESG 채권 발행 규모는 2018년 1530억 달러에서 지난해 1조290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2018년 1조 원에 불과했던 국내 ESG 채권 발행 규모도 2021년 87조 원으로 급증했다. 펀드, 채권 이외에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까지 등장하는 등 ESG 투자가 금융 시장에서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힘을 발휘할 만큼 덩치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논란도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금융판 그린 워싱’(친환경 위장 전략)이다. 친환경에 투자하는 것처럼 포장이 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지원 받아야 할 친환경 산업으로 돈이 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는 “매일 2개의 새로운 ESG 펀드가 출시되고 있는데, 그린 워싱이 동반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가 전 세계 상위 20개의 ESG 펀드를 뜯어본 결과, 펀드들은 평균 17개의 화석 연료 생산 업체에 투자하고 있었다. 미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같은 업체다. 한 펀드는 중국의 탄광 회사까지 보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성을 위해 환경 개선에 역행하는 회사들을 끼워 넣은 것이다. 이외에 도박이나 술, 담배 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었다.
● “허풍 가득한 포트폴리오”
한국에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줄곧 있었다. 국내에는 90여 개의 ESG 주식형 펀드가 있는데, 해당 상품의 3분의 2 가량이 삼성전자를 20% 넘게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SK하이닉스나 카카오, 네이버, 삼성SDI, 현대차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대부분 구성돼 ‘무늬만 ESG 펀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코스피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국내 ESG펀드 순자산은 약 8조 원 규모다.
ESG 투자의 효과성도 논란의 대상이다. 글로벌 상장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꼼꼼하게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환경과 관련된 부분을 상장 회사의 자발적인 보고에 맡기는 현재의 시스템을 문제로 꼽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이와 관련해 통제하지 않는 상장 기업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4~3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석유화학, 유틸리티, 시멘트 회사 등 5%의 회사가 전체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녹색 투자’는 해답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ESG 투자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도 있다. 친환경 산업에만 투자를 집중하다보면 ‘더러운 자산’이 감시망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각국의 연기금, 기관 투자자들이 석탄 회사의 투자를 철회하고 자산을 매각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나 민간 기업에서 해당 자산을 매입할 것이다.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길지 모른다. 기관 투자자가 자산을 팔아 치웠지만, 결과적으로 탄광은 폐쇄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회사의 수익성을 요구하는 개인 주주들에 못 이겨 생산량을 줄이지 못할 수도 있다. 수익성과 지구의 건강을 모두 지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 애플처럼 글로벌 기업이 나서야
정부보다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들은 ‘톱다운 방식’으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다. 애플은 제조 공급망과 제품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75%를 직접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25%는 2억 달러(약 2400억 원)의 복원 기금을 활용해 탄소를 줄이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이 ‘애플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따라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급망 업체는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후방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ESG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기술력을 제품 재활용에도 활용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직접 개발한 로봇 ‘데이지’로 시간당 200개의 아이폰을 분해하고 있다. 폐기된 아이폰에서 배터리와 카메라, 나사, 회로판 등을 떼어내 부품별로 분류한다. 이와 함께 금이나 은, 알루미늄, 코발트, 팔라듐 등의 소재도 다시 나눠서 새 아이폰 제작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아이폰 10만 개당 금 2파운드(약 0.9㎏)와 은 16.5파운드(약 7.5㎏), 알루미늄 2t을 추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품에 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애플은 재활용 공정에서 추출한 알루미늄을 새 제품처럼 재가공하는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의 분해 로봇 데이지. 영상출처 : 애플 홈페이지
● “우리는 오늘만 살지 않는다”
‘펩시콜라’로 잘 알려진 미국 식음료 제조업체 펩시코도 눈여겨볼만하다. 달고 짠 가공식품을 팔던 펩시코는 2000년대 중반부터 ESG를 비즈니스에 녹이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건강을 신경 쓰는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펩시코를 이끈 인드라 누이 전 CEO는 ‘목적 있는 성과’(PwP)라는 프로그램으로 회사를 바꿔나갔다. 우수한 재무적 성과(재무 지속가능성)와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인간 지속가능성), 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 제한하기(환경 지속가능성) 등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이었다.
펩시코는 매출에서 건강에 좋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2006년 38%에서 2017년 절반까지 늘렸다. 같은 기간 물 사용량은 25%로 줄였다. PwP를 실시한 이후 펩시코의 순매출액은 80% 성장했다. 물론 과제도 남아있다. ‘플라스틱’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전 세계 쓰레기 브랜드조사’에서 펩시코는 코카콜라에 이어 두 번째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올랐다. 펩시코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생원료 50%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펩시코의 이 프로젝트는 기업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산업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ESG 추구와 수익성이 상극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담은 매년 더해질 것 같다. 환경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SG를 ‘의무방어’가 아닌, ‘선제공격’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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