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약물에 대한 반응 달라
부작용의 상당수는 ‘유전적 원인’
英 내년 개인별 검사 시행 가능성
“맞춤형 처방으로 부작용 최소화”
마약성 진통제로 알려진 ‘코데인’은 진통이나 기침을 억제하는 약으로 흔히 쓰인다. 성인의 경우 코데인이 몸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유전자가 없어 약이 듣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만 해도 전체 인구의 약 8%가 코데인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약리학회와 영국왕립외과협회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화된 처방―환자 결과를 개선하기 위한 약물유전체학 활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르면 내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승인을 전제로 개인별 약물 유전체 테스트를 시행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개인 유전체 검사로 향후 발병 가능성이 있는 유전 질환을 찾거나 유전자 기반 맞춤형 치료전략을 제시하는 것처럼 늦어도 3년 내에 약물에 대해서도 유전체 기반의 개인 맞춤형 처방 서비스 시대를 열겠다는 의도다.
약물유전체학은 개인의 유전체가 약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환자의 약물 반응 특성을 유전체 기반으로 이해하고 효과가 좋은 약물을 처방하거나 반대로 효과가 없는 약물의 오남용을 막는 게 목표다. 약물유전체학은 최근까지 항암제 등 신약을 개발할 때 약물의 타깃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활용됐다.
지난달 공개된 영국 약리학회와 왕립외과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전체 병원 입원 환자의 약 6.5%가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다. 약물에 따라 다르지만 특정 약물에 효과를 보는 사람들은 최소 30%에서 최대 50%에 그쳤으며 상당 부분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결과로 분석됐다. 또 영국인의 99%는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진통제, 항우울제 등 특정 약물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를 최소 1개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후 약 90%가 진통제나 항우울제 등 최소 1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한다. 약물이 개인에게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잘 모른 채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개인화된 처방이 가능한 약물유전체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무니르 피르모하메드 영국 리버풀대 약리학 교수는 “궁극적인 목표는 약물 유전체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처방을 현실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가 약물 복용의 결과를 개선하고 증상을 치료하고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도록 올바른 약물을 적절한 용량으로 시간에 맞춰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별 약물 유전체 테스트에 소요되는 비용은 1인당 100∼150파운드(약 16만∼24만 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피르모하메드 교수는 “NHS는 약물 부작용 문제 해결에 매년 6억5000만 파운드(약 1조360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며 “개인별 약물 유전체 테스트를 도입하면 이 비용의 30%를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약물 유전체학 기반 테스트가 수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암 환자에게 활용되는 약물인 ‘5-플루오로우라실’의 경우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체 테스트가 이뤄진다. 조희영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화학 약물 중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거나 예상하지 못한 약물의 치료 효과를 확인할 때 단백질이나 유전체 분석을 통한 연구 수준에서 약물유전체학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개인별 맞춤형 약물 유전체 연구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