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국민의 금융 생활을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바꾸며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명제를 구현하고 있다. 금융혁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핀테크 분야에서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유망 아이템이 있다. 조각투자다. 쉽고 편리한 인터페이스(UI)에 조각투자 상품을 붙인 소액투자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각투자가 간편송금, 간편결제 등에 이은 제 2의 핀테크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각투자는 ‘일반인이 쉽게 소유하기 어려운 자산을 조각내 여럿이 나눠 갖는 투자 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조각투자 대상은 다양하다. 음악부터 미술품, 명품시계, 한우, 와인, 부동산 등 다양한 상품을 조각내 거래하고 투자한다. 조각투자 시장은 새롭고 창의적인 투자 대상을 발굴하려는 핀테크 기업의 노력과 함께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용자 입장에서 거액이 필요한 상품을 소액으로도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각투자 플랫폼의 등장은 반갑다. 개인에게도 수 백억 원 이상의 자금을 움직이는 사모펀드들이나 구매할 수 있던 빌딩과 같은 고가의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가 열린 것이다. 누적 회원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조각투자 플랫폼도 등장하는 등 시장 반응도 뜨겁다. 조각투자 플랫폼이 잠자던 투자 수요를 깨우고 있는 셈이다.
조각투자는 시장의 전체적인 판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닌다. 저작권 분야도 그 중 하나다. 음원 저작권 조각투자를 제공하는 뮤직카우는, 기존 음원 저작권과 팬심을 연결하고, 팬들이 투자한 음원에 대해 저작권료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로 개인 자산의 가치 상승을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플랫폼 수익의 일부는 아티스트에게도 전달한다. 음원 시장에 대한 조각투자 방식을 영화나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저작물로 확장할 수 있다면,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반의 자금 흐름을 촉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성장하고 있는 조각투자 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규제 이슈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와 같은 조각투자 사업모델을 현행 자본시장법과 관련 없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핵심은 조각투자 상품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만약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상품을 증권으로 해석한다면,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플랫폼들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는 조각투자에 대해 ‘증권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적 논리로 해석하기에는, 시장 전반에 미치는 순기능과 성장 잠재력을 막는 것은 아닌지 아쉽다. 기존 증권 규제의 틀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산업의 성장과 투자자 보호를 조화시킬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조각투자를 법 제도에 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당 과정에서 투자자와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자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조각투자의 제도권 연착륙을 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시적인 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조각투자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을 관찰하고, 중장기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미국은 정부 인증 전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고, 이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같은 규제기관에 ‘규격 충족’을 입증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허용한다. 국내에서도 법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라면, 이를 시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이후 발견하는 문제점을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각 플랫폼 이용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조속히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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