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먹거리]알록달록 찻잔에 피어난 봄… 눈이 기쁘고 코가 즐겁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꽃차
차로 음미하기 좋은 목련-매화… 각각 코막힘-갈증 해소에 좋고
생강꽃차는 해열작용에 효과
꽃차 본연의 맛 즐기려면, 청정지역에서만 채취하고 고온에 덖어 쓴맛 없애야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날이 따뜻해지면서 활짝 핀 꽃들로 거리가 색색의 옷을 입었다. 봄꽃은 눈을 기쁘게 해주고 향긋한 꽃내음은 코를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잘 덖음(물기가 조금 있는 재료를 냄비나 솥에 넣어 열로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것)한 꽃차는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 덖음 꽃차는 맛과 향이 깊고 뛰어나다. 뜨거운 물로 우림을 하면 꽃잎을 활짝 펴서 아름다운 꽃의 자태를 감상하며 마실 수 있다.

봄은 꽃을 채취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차로 마시기 좋은 대표적인 봄꽃은 목련, 매화, 생강꽃 등이다. 목련차는 살짝 매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코 막힘과 축농증, 비염 등 이비인후과 질환에 좋다. 매화차는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갈증을 해소해준다. 심신 안정과 숙취 완화,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또 기침과 구토를 멎게 하고 기미·주근깨 등을 방지한다. 향은 그윽하고 향기로우며 시원한 맛이 난다. 설탕이나 꿀 등에 재워 먹거나 물에 타서 먹기도 한다. 생강꽃차는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열을 식히는 해열작용을 한다. 혈액 순환에도 효과가 있다. 손발이 저리고 시리거나 어깨가 아프고 뻐근할 때 마시면 좋다.

꽃을 채취할 때는 오염원이 없는 청정지역에서 해야 한다. 도로변, 논두렁, 밭두렁은 채취를 금한다. 과수원 근처나 솔잎혹파리 방제 구역 등 농약이나 제초제 노출의 위험이 있는 곳에서도 채취하지 않는다.

꽃차는 꽃봉오리가 약간 열리기 시작한 것이 가장 좋다. 완전히 개화한 꽃은 맛도 향도 덜하지만 꽃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화분과 꽃잎이 많이 떨어져 나와 차로 만들었을 때 색이 맑지 않다. 이슬을 머금고 있는 새벽시간이나 저녁시간의 꽃은 향이 덜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꽃은 솎아내듯이 따고 한 가지에서 많은 양의 꽃을 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꽃차는 익히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는 ‘덖음’을 해서 만들어진다. 덖음은 꽃의 풍미를 더해주고 독성을 중화시킨다. 덖음을 할 때는 꽃의 종류에 따라 열에 강한지, 취약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에 강하면 고온에서, 취약하면 낮은 온도에서 덖음을 한다.

대부분의 꽃차는 다듬기, 열로 건조, 저온 또는 고온에서의 덖음, 찌기, 데치기, 비비기 등의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보관을 위해 남은 수분을 제거하고 프라이팬의 뚜껑을 열고 닫아 향매김을 한다. 향매김으로 좋은 맛과 향은 가두고 쓴맛, 떫은맛, 풋내 등 좋지 않은 맛과 향은 날려버린다.

꽃차를 마실 때는 우리기 전에 먼저 꽃잎의 모양을 감상하고 차가 우려지는 동안 꽃잎의 변화를 관찰한다. 차가 다 우러나면 꽃차의 색을 음미하며 눈으로 충분히 즐긴다. 차를 우리고 마시는 동안 코로 꽃차의 그윽한 향취를 느끼는 것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혀끝으로 꽃차를 느끼고 입속에 차를 머금고 천천히 굴려본다.

꽃차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게 좋다. 꽃차 재료 2g에 100도의 끓는 물을 50mL 내외로 빠르게 부었다가 따라낸다. 다시 끓는 물 250mL를 넣고 대략 5∼7분 정도 우려낸 후 마신다. 윤슬 온누리산야초꽃차협회 회장은 “꽃차를 우려낼 때는 정수기 물보다 철분이나 마그네슘이 적게 함유된 미네랄 생수를 끓여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조언했다. 칼슘이나 망간 등 광물질이 함유된 물은 침전물이 생겨 차가 혼탁해진다. 염소가 많이 녹아 있어도 차의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진다.

꽃차는 열과 습기에 취약하다. 햇빛에 두면 꽃의 색깔이 엷어지므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공기에도 쉽게 탈색이 되므로 뚜껑을 잘 닫아서 밀폐된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열을 가해서 향도 다시 살려주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준다.

#헬스동아#건강#의학#오늘의 먹거리#꽃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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