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오면서 산책이나 등산 등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으로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하거나 활동량을 늘리면 어깨, 허리, 무릎 등에 통증을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봄철 찾아오는 춘곤증도 지속되면 각종 통증을 야기하는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초기에 뻐근한 정도의 통증은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기 통증을 방치할 경우 더욱 악화되고 만성화될 우려가 있다.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국내 만성 통증 환자는 25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특히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80% 이상이 만성 통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통증은 신체적인 불편함뿐 아니라 수면장애, 우울감 등 정신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사회활동이 힘들어지고 삶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게 된다. 통증이 있다면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시간적 여유 부족 등으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정용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대병원 통증센터 문지연 교수에게 만성 통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문지연 서울대병원 통증센터 교수가 만성 통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만성 통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만성 통증은 질병이나 부상의 일반적인 치유 기간보다 통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3개월 넘게 지속되는 지속성 또는 재발성 통증을 말하는데 원인은 다양하다. 첫째 우리 몸이 나이가 들면서 회복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혹은 척추관 협착증처럼 우리 몸의 구조 자체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변화하여 통증을 치료해도 재발하는 경우다. 둘째는 이러한 통증 자체를 방치해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계에 신경감작을 일으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다. 셋째는 통증과 함께 동반되는 수면장애, 우울한 기분, 불안감 등이 회복에 악영향을 끼쳐 통증을 만성화하는 경우 등이 있다.
―만성 통증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만성 통증에 대한 치료는 원인 제거나 교정이 가능한 지 확인한 뒤 통증의 종류, 강도, 특성 등을 고려해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통증 종류에 따라 세분화된 약물치료, 신경차단술이나 관절강 내 약물주입술, 신경조절술 같은 중재적 시술요법, 재활운동요법, 물리치료, 정신적 지지요법 등이 있다. 중재적 시술 요법은 침습적 시술과 비침습적 시술로 나뉘며, 흔히 알고 있는 온열 치료나 저주파를 활용한 전기 자극 치료, 무통증 신호요법 등이 비침습적 시술 요법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저주파 치료법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무통증 신호요법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저주파 자극기는 ‘관문조절설’이라는 기존 통증 조절 원리에 입각해 감각신경 중 촉각을 주로 관장하는 신경섬유를 활성화시켜 통증 신호가 중추로 전달되는 것을 억제한다. 200 Hz 이내, 50∼150 mA의 주파수 및 강도를 사용하여 일시적인 통증 완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무통증 신호요법은 비교적 낮은 강도의 자극(5mA)을 이용해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섬유의 통증신호를 무통증 신호로 변환하여 중추신경계로 전달하도록 한다. 무통증 신호요법의 작용 원리에 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하지만 기존 저주파 치료법과는 달리 통증을 좀 더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치료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무통증 신호요법은 어떤 환자들에게 주로 사용되나.
무통증 신호요법은 비침습적 치료이므로 다양한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큰 부작용 없이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외래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 말초신경통, 항암 후 말초신경통, 척추수술 후 통증 증후군, 무릎 관절통, 테니스엘보, 어깨 통증, 목 통증, 허리 통증 등 여러 환자들에게 사용해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병증성 통증이란 통증을 정상적으로 전달하는 신경계 자체에 질환이나 외상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항암요법 후 말초신경병증 등이 해당된다.
―집에서도 만성 통증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운동 요법을 우선적으로 추천할 수 있다.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근력 강화 트레이닝까지 본인의 통증과 취약 부위에 맞춰 개인별 맞춤 운동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요통이나 관절통에 절대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가정용 의료기기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무통증 신호요법을 활용한 가정용 통증 완화 의료기기도 출시되어 다양한 만성 통증 치료에 활용 가능하다.
―가정용 의료기기로도 충분히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나.
가정용 통증 완화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 연구는 아직 진행 중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동일한 원리를 활용한 기존 기기의 연구 결과를 보면 80∼90% 정도의 우수한 통증 완화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통증센터 외래에서 선별한 난치성만성 통증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상당수의 환자에서 약 30∼50%의 통증 완화 효과를 보였으며 장기간 치료 시 50∼80%까지의 유의한 통증 완화 효과를 얻는 것으로 확인된다
―가정용 통증 완화 의료기기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먼저 통증이라는 이상신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원인 치료를 요하는 통증인지 전문의의 진료가 우선돼야 하며 의료기기를 최소 10회 이상 꾸준히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통증이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나더라도 우선순위를 정해 한 부위씩 충분한 횟수만큼 사용해야 한다. 기기 사용 도중 혹은 받은 직후 바로 통증에 대한 감각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경험했다면 가정용 통증 완화 의료기기 치료에 대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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