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통사고 사망자 OO명.’ 운전자에게 과속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로 전광판에서 제공하는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하지만 이 문구가 오히려 더 많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요슈아 마드센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 연구팀은 도로 전광판을 통해 제공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 표시가 운전자 주의를 끌어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주 고속도로 위에서 사망자 수를 표시한 전광판 880곳 주변의 교통사고 건수를 살폈다. 텍사스주는 2012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매월 한 주씩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전광판에 표시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사망자 수가 표시된 날과 그렇지 않은 날 간 비교가 가능했다.
예상과 달리 사망자 수를 표시한 기간에 오히려 사고가 늘었다. 사망자 수를 보여준 전광판을 지난 뒤 10km 내 구간에서 일어난 충돌사고 수가 사망자 수를 표시하지 않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한 것이다. 이는 속도 제한을 시속 5∼8km 높이거나 고속도로 순찰대를 6∼14% 줄이는 것과 비슷한 역효과다.
사망자 수 안내로 인해 텍사스주에서만 매년 충돌사고 2600건과 사망자 16명이 추가됐다. 사고에 따른 추가 비용도 매년 3억7700만 달러(약 4666억 원)가 들었다.
연구팀은 혼잡한 고속도로 상황에서 운전자들의 인지력에 부하가 생긴 데다 전광판에 표시된 사망자 수로 주의를 끈 것이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마드센 교수는 “운전자가 멈추는 곳에서 사망자 수를 보여주는 등 더 안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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