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모여 만든 스마트팜 기업 ‘상상텃밭’의 반병현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밝힌 당찬 포부다.
스마트팜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을 재배할 때 필요한 온도,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고, 원격으로 사업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차세대 농업이다.
상상텃밭의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반병현 CTO는 이처럼 가장 진보한 기술을 가장 오래된 산업인 농업에 적용해 혁신을 달성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반 CTO를 통해 청년 스마트팜 기업 상상텃밭의 히스토리를 들어봤다.
—청년 스마트팜 기업 ‘상상텃밭’의 설립 과정은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들이 모여 고향인 경상북도 안동시에 2017년 4월, 상상텃밭을 설립했다. 당시 인공지능이 전 세계를 강타했는데, 첨단기술이 빠른 속도로 각 산업에 녹아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향후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 자명했기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업을 꾸려야겠다고 결심했고, 이에 공감한 친구들이 공동창업자가 됐다.
모교인 카이스트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으로 공부하다가 인공지능에 관심이 생겨 독학으로 관련 기술을 터득했고, 인공지능을 주제로 책도 낼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용이한 형태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법을 터득해 기술 구현에는 자신이 있었다.
어디에 인공지능을 적용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당시 자동차나 스마트폰 업계와 달리, 농업 분야에 첨단기술이 도입되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연구개발 비용 대비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시장 참여자들이 보수적이어서 익숙한 제품에 변화를 주는 데 저항이 큰 것인지 추측하고 있었다. 다만, 언젠가 인공지능이 농산업계에도 적용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에 스마트팜 트렌드를 주도해보자는 결심으로 상상텃밭을 설립했다.
—설립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은데
초기 현금흐름(Cash Flow)을 관리하는 게 어려웠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예상보다 큰돈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술 기반 벤처기업은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연구개발 비용이 든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 신중하고 현명하게 자본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초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사업장의 비닐하우스를 구성원과 조립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기억이 있다. 이러한 과정들이 녹록지 않았다.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재배한 첫 작물은 무엇인가
처음 재배를 시도한 작물은 상추, 청경채 등 엽경채류 채소다. 줄기와 잎만 있는 단순 구조의 작물이라 가장 재배가 쉬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겨자, 방울다다기 양배추, 딸기 등 조금씩 재배조건이 어려운 작물들에 기술을 적용하며 고도화했다.
—최근에는 의료용 대마로 주력 작물을 바꿨는데, 이유가 있나
일반 채소의 부가가치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스마트팜 원천기술을 개발해 특허도 20여건 내고, 국제학술대회에서 관련 논문을 6건 발표하기도 했다. 특정 영양소를 많이 섭취하고, 어떤 영양소는 조금씩 섭취하는 식물 특성을 고려해 항상 최적의 영양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원천기술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처럼 스마트팜 기술력을 키웠으니 사업성을 위해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작물을 선택해야 했고, 대량재배가 쉽지 않은 의료용 대마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삼베용 대마와는 달리 의료용 대마는 반드시 실내 스마트팜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대마를 야외에서 기를 경우 야생 대마 또는 주변 농가의 대마 꽃가루가 날아와 수정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경우 채취할 수 있는 약용 성분의 양이 확연히 줄어 상품가치가 사라진다. 실내에서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수확까지 3개월 이상 소요되니, 최소한 4개월 이상은 실내 환경을 정밀하고, 일정하게 제어하는 것이 필수다.
수백 평 규모의 대형 시설 내부의 온도나 습도, 이산화탄소 분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기후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해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24시간 내내 의료용 대마 재배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현재 사업장에 적용하고 있다.
—작물 재배 외에도 스마트팜 환경을 구축해주는 사업을 최근 시작했다고
그렇다. 당사는 현재 농작물을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농작물을 생산하는 도구인 식물공장 시스템을 구축, 판매하는 것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가장 진보한 기술로 가장 오래된 산업에 혁신을’ 달성하고자 설립한 회사 취지를 살리는 방향이기도 하다.
스마트팜 구축을 의뢰한 사업주의 사업장에 상상텃밭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적용한 식물공장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방식이다. 고객이 적당한 건물이나 온실, 매장 내부 등 시공을 희망하는 구역을 확보하고 의뢰하면, 상상텃밭이 해당 공간에 식물 재배기를 들여놓고 환경제어 시스템 등을 설치해 식물 생산에 최적화된 생산시설로 탈바꿈해주는 방식이다.
—상상텃밭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상상텃밭의 올해 목표는 사업 규모 확장과 공정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타 업체 대비 인건비 소요를 50% 가량 절감하는 것이다. 상상텃밭의 최종 목표는 향후 가장 안전한 식물유래 의약, 식품 원료를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이다. 그 첫 단추가 의료용 대마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동국대 의과대학 등과 MOU를 체결하거나, 제약회사와 협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농산업에도 혁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나아가 상상텃밭 제품을 구매한 농업인들이 단순한 채소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의약 원료나 건강기능식품 원료 납품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발을 디딜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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