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의 원인이 뇌 속 신경세포 자체가 아닌 최상위 신경줄기세포의 비정상 때문이라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가 발행하는 신경정신의학 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지에 게재됐다.
동국대 화학과 김종필 교수 연구팀은 다 자란 뇌 속의 최상위 신경줄기세포가 제 때 활동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긴 휴면기를 가지는 현상을 자폐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경줄기세포는 신경세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다. 최상위 신경줄기세포가 하위 신경줄기세포를, 하위 신경줄기세포가 신경세포를 만드는 계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단계 중 지금까지는 자폐의 원인을 찾을 때 주로 비정상적인 하위 신경줄기세포나 신경세포 자체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김 교수는 최상위 신경줄기세포가 필요할 때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상위 신경줄기세포를 치료하면 비정상적이던 하위 신경줄기세포나 신경세포도 치료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구진이 자폐 증상을 보이는 쥐를 대상으로 뇌 속 최상위 신경줄기세포가 제 때 활성화되도록 했더니 3~4주 뒤에 자폐 쥐가 다른 쥐들과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등 증상이 완화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인간의 신경세포를 신경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리프로그래밍’ 기법을 통해 연구 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향후 자폐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까지 자폐증 치료는 환자들이 사회에서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치료에 집중돼 왔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자폐증 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발달질환의 연구와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재생의료 분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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