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표 한양대 생체의공학과 교수
문자 패턴, 통화 목소리 등 통해, 일상서 정신건강 상태 예측 가능
우울증 치료 챗봇, 원격 진료 등 인공지능 활용 서비스 개발 활발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획득한 다양한 디지털 생체 정보를 통해서 개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기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정신건강 서비스도 바뀌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앨릭스 리아우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의 우울한 상태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 사용 시 문자를 입력하거나 오타가 나는 미묘한 패턴의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또 통화를 할 때 생기는 목소리의 작은 변화를 통해서 감정 상태의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실도 밝혀냈다.
디지털로 표현되는 생체신호에서 뽑아낸 사람의 정신 건강 관련 정보를 ‘디지털표현형’이라고 한다. AI를 활용해 디지털표현형을 분석하면 일상 생활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실시간 정신건강 상태를 추적할 수 있다. 병원에 갔을 때 스마트폰을 스캔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질환 진단이 자동으로 되는 것이다.
AI 디지털 데이터 처리는 정신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뿐 아니라 ‘챗봇’ 등 대화 로봇에도 사용된다. 정신질환 치료에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아바타에게 자신의 비밀을 더 쉽게 털어놓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를 내놨다.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챗봇을 만들어 우울증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도 보여 줬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도 세브란스병원이 AI 기반 챗봇을 활용해 공황장애를 치료했다. 챗봇은 홀몸노인과 같이 대화 상대가 없어 정신적인 우울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정신건강 보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AI를 통해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하면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적절한 기분전환 방법이나 행동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AI 원격 헬스 플랫폼인 ‘유퍼(Youper)’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환자가 자신의 기분 상태에 대해 응답하면 전문적인 정신과 의사를 연결해 줘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 또 원격 진료 이후에는 처방약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이것이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디지털 치료서비스다.
미국 학술지 란셋은 우울증에 AI 기술을 도입하면 투입한 비용 대비 효과가 4배에 달하지만 세계적으로 해당 분야 투자가 저조하다고 2018년 분석했다. AI를 정신건강 분야 의료 시스템에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디지털 데이터와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특히 심리, 감정, 정신질환 등과 관련된 데이터 확보에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가 진행되는 AI 디지털 정신 건강 분야를 한국이 주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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