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첫째 출산한 뒤 5개월 만에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더니 모두 놀라워했어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가 계속 근육운동 해 온 게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아이 둘 낳고도 임신 전 몸매로 바로 돌아왔으니까요.”
김현정 씨(31)는 2020년 6월과 올 2월에 출산한 두 아이의 엄마다. 둘째를 낳은 지 세 달이 채 안됐지만 사실상 예전 몸매로 돌아왔다. 중학교 때부터 근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20세를 넘긴 뒤 지속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온 결과다.
“중학교 2학년 때 K-팝 하는 언니들 복근을 보고 저도 만들고 싶어 집에서 혼자 홈트레이닝을 시작했어요. 잘 안 만들어지더라고요.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20세를 넘기며 스피닝 강사로 일하게 됐고, 그 때부터 트레이너들로부터 지도를 받았어요.”
땀의 맛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운동한 뒤 샤워를 하면서 느끼는 개운함이 좋았다. 그래서 계속 운동에 관심을 가졌고 스피닝이 인기를 끌 때 자격증을 따 강사로 일한 것이다. 그는 “인생에서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운동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안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 피트니스 업계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트레이너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몸이 잘 잡히지는 않았다. 김 씨는 “뭐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조금씩 얻어 들어서 운동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2015년 대한보디빌딩협회 산하 코치아카데미에서 제대로 공부하면서부터 몸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 씨는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이 해결됐다. 웨이트트레이닝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나서 운동을 하니 근육이 붙었다”고 했다. 그 때 코치아카데미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 하용인 씨(46)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근육을 키웠다.
김 씨는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 중구 명동에서 바디플렉스짐을 운영하는 남편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계획이 바뀌었다.
“몸이 만들어지니까 욕심이 생겼어요. 우연히 보디빌딩 대회에 구경 갔는데 제 몸이 더 좋은 것 같았죠. 그래서 2017년부터 대회에 출전했어요. 비키니 부문에 출전했는데 처음 나가서 2등을 했어요. 성취감이 대단했어요. 그 후 계속 각종 대회에서 1,2등을 했어요. 보디빌딩 대회 출전을 위해서 단축 마라톤에도 나갔다.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다. 평소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근육운동을 했지만 각종 대회 10km와 하프코스에 출전하며 근육의 선명도를 높였다. 보디빌딩 선수들은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대회를 앞두고 고 단백 식사를 하며 탄수화물과 지방을 완전히 끊는 극단적인 식이요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김 씨는 모유수유를 하기 때문에 골고루 잘 먹으면서 유산소 운동을 적절하게 해서 지방을 줄이고 있다.
달리기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짧고 굵게 하지만 하고나면 체력이 확 올라간 느낌이 들고 마라톤 완주는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 같다. 죽을 것 같은데서 해냈다는 느낌이랄까…”라고 했다. 10km는 50분대, 하프는 1시간50분대에 완주하는 수준급 마라토너다.
2019년 임신하면서 대회 출전을 멈췄다. 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기가 자궁에 안착 될 때까지 기다린 뒤 운동을 시작했다. 남편은 애가 잘못 될까 반대했지만 내가 몸을 안 쓰면 죽을 것 같았다. 물론 운동 강도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처럼 가볍게 하다가 최대론 임신 전의 40~50%까지만 올렸다. 출산 1주일 전까지 30kg을 메고 스¤을 했다. 그래도 문제없었다. 이젠 남편도 잘 도와준다”고 했다.
출산 직전 몸무게가 평소보다 15kg 늘었다. 임산부 기준으로 사실상 애기 몸무게 수준으로 는 것이라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질 몸을 만들었고 임신 기간에도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살은 붙지 않았다. 김 씨는 첫째를 출산 한 뒤 50일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5개월 뒤인 2020년 11월 YMCA 대회 비키니부문 163cm 이상급에 출전해 우승까지 했다. 당시 “어떻게 애 낳고 이렇게 빨리 몸을 만들 수 있냐”며 주위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근육운동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몸도 전혀 망가지지 않았고 튼 살 등 임신 후유증도 없었어요. 산후 우울증도 극복할 수 있었죠. 첫째 낳고 집에만 있어서 우울했죠. 인생이 다 끝난 것 같고…. 운동을 하고 몸이 돌아오니 자신감을 찾았어요.”
한승수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1)는 “태아가 안정된 상태에서 적당한 운동은 산모에게 도움이 된다. 김 씨의 경우 임신 전부터 계속 근육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출산 전후 강도를 줄인 운동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육아하면서 운동하기가 쉽진 않았다. 김 씨는 “아기가 잠을 자는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아기의 수면 패턴이 파악된다. 새벽에 4~5시간 잘 때를 잘 활용했다”고 했다. 피트니스센터에는 자주 가지 못하고 주로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했다. CC(폐쇄회로) TV를 설치해 아기를 보면서 운동하기도 했다.
임신하기 전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루 2시간 이상 했다. 유산소운동까지 하루 5~6시간 운동에 투자했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짧고 굵게 끝낸다. 그는 “운동을 하다보니 강도를 높이고 집중해서 하면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둘째 임신 땐 운동을 많이 못했다. 첫째 아이 언어 교육을 시키다 프로그램이 맘에 들어 직접 교육사업에 뛰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첫째 교육을 위해 시작했는데 사업이기 때문에 집중해야 해서 운동할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3개월 만에 몸이 예전으로 돌아왔다. 역시 근육운동의 힘이었다. 근육량이 많아 에너지 소비 효율이 좋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다시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대회에 출전해 결과를 받는 게 재밌어요. 성적이 좋으면 성취감도 느끼고요. 대회를 준비하려면 최소 3개월은 운동해야 하는데 그럼 몸매 관리는 저절로 되죠.”
남편을 만난 스토리가 재밌다.
“코치아카데미에서 만났는데 제가 먼저 접근했어요. 멋있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보다 15살이나 많더라고요. 역시 근육운동을 해서 그런지 젊어 보였어요. 나이 얘기 안하면 20~30대로 보여요…. 호 호.”
실제로 근육운동을 하면 젊어진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는 “젊음은 에너지란 말과 같다. 다양한 힘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나이 들수록 에너지가 떨어진다. 그 차이가 근육량의 차이다. 결국 나이 들어서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질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근육은 젊음을 되찾아주는 회춘약(回春藥)과 같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근육은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성장호르몬도 배출시킨다.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근육이 붙어 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심리적 자신감도 함께 따라온다.
나이 들면서 근육운동이 더 중요하다. 사람 근육은 40세 이후 해마다 1%씩 감소한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80세에는 최대 근육량의 50% 수준으로 떨어진다. 유산소 운동도 중요하지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일찌감치 근육운동을 생활화하면서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김 씨는 “평생 젊게 살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놓지 않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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