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50∼80km서 탄소 대량 배출
스타트업들, 친환경로켓 개발 추진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해에만 31차례 ‘팰컨9’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민간기업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 3번째로 많은 로켓을 쏘아 올렸다. 이런 스페이스X 로켓이 얼마나 많은 배기가스를 방출하는지 유럽의 한 연구진이 처음으로 공개했다.
키프로스 니코시아대의 디미트리스 드리카키스 교수 연구팀은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이 고도 67km까지 올라가는 동안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만드는 질소산화물(NOx)을 다량 방출한다는 조사 결과를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에 1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팰컨9은 한 번 발사될 때 연료로 케로신(등유) 112t을 쓴다. 케로신 1kg을 태우면 이산화탄소 3kg 정도가 배출되니 한 번 발사에 적어도 336t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셈이다. 이는 보잉747 비행기 395대가 대서양을 건널 때 내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
연구팀은 로켓 발사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기 위해 2016년 5월 태국의 통신위성 ‘타이콤8’를 싣고 날아오른 팰컨9의 원격 전송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시 스페이스X는 팰컨9에 달린 카메라로 로켓의 연소 장면을 발사 내내 생중계했다. 영상에 잡힌 연소 불꽃의 길이와 너비를 토대로 대기에 배기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평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팰컨9은 발사 후 고도가 올라갈수록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공 50∼80km에 해당하는 대기 중간권에서 배출량이 급증했다. 팰컨9은 고도가 1km씩 상승할 때 주변 1km³ 이산화탄소 농도를 26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대기층을 떠나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로켓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미세먼지를 만드는 물질인 NOx의 배출량도 추적했다. 로켓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은 1200도에 이르는 엔진 불꽃에 가열돼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렇게 뜨거워진 질소산화물은 반응성이 커서 구름과 섞여 쉽게 산성비를 형성한다. 지상에서는 미세먼지와 결합하면서 오존을 만들기도 한다.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플라이트나우에 따르면 2020년 로켓 발사 횟수는 114회로 하루 항공기 운항 횟수 10만 회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연구팀은 인류의 영향이 덜한 지역에 오염을 유발하고 최근 수년 새 로켓 발사 횟수도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드리카키스 교수는 “로켓 발사가 늘어날수록 지구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누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로켓 발사가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로켓 기업은 친환경 로켓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스타트업 스카이로라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연료인 ‘에코신’을 개발했다. 자체 연소 시험 결과 황과 온실가스를 45%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기업 오벡스는 바이오디젤 부산물인 바이오프로판을 연료로 쓰는 로켓 ‘프라임’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엑서터대와 공동연구한 결과 비슷한 크기의 화석연료 로켓보다 탄소배출량을 86% 줄일 것이란 분석 결과를 내놨다. 미국 스타트업 블루시프트도 올해 3월 소형 고체 바이오 연료를 이용한 로켓 ‘스타더스트’의 엔진 연소 시험에 처음 성공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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