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국내의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4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들어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클라우드 도입에 나서는 곳이 늘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매출은 약 4조 260억 원이었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 규모는 2018년 2조 9700억 원, 2019년 3조 3700억 원으로 2년 사이에 35% 성장했다.
클라우드는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을 인터넷을 통해 빌려 쓰는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중요해지면서 클라우드는 4차 산업의 기초 인프라로 부각되고 있다.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 인공지능 개발에 쓸 슈퍼컴퓨터를 기업이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보고서 ‘클라우드(Cloud), 언택트(Untact) 구름 타고 날다’는 동영상 접속자가 갑자기 늘어나고 인터넷 쇼핑몰 주문이 갑작스럽게 폭주해도 컴퓨팅 자원을 쉽게 추가하는 유연성, 회사 자원을 IT인프라 환경 조성이 아닌 핵심 비즈니스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클라우드의 장점으로 분석했다.
“클라우드 전환, 대부분의 기업에겐 처음 겪는 일” 클라우드 관련 역량 중요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떠오른 기업이 MSP(managed service provider)다. MSP는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운영하는 걸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의 클라우드 전환을 도우며, 클라우드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보안 등의 클라우드 관리를 대신 맡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다. 많은 사람들이 클라우드 관련된 기술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클라우드 환경으로 처음 이전하거나, 클라우드 관련된 운영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기업은 온프레미스(자체 서버 인프라)와는 다른 클라우드 환경 때문에 클라우드 전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클라우드 전문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MSP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의 고민은 “기업이 보유한 숟가락과 젓가락을 누가 어떻게 쓰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숟가락과 젓가락은 기업이 대여한 클라우드 자원을 말한다. 글로벌 컨설팅사 엑센츄어(Accenture)에 따르면, 기업은 평균적으로 클라우드 지출의 30%를 낭비한다. 기업 내부에서 누가 클라우드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자원 현황 분석이 안 되니 비용 최적화가 어렵다.
MSP를 통해 클라우드 전환을 했음에도 비용 문제로 온프레미스로 복귀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클라우드의 비용 최적화 문제는 많은 기업에게 고민거리다. 클라우드는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보니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지불할 금액도 커진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클라우드 사용량이 늘어나는데, 자원 현황 분석이 안 되면 줄줄 새는 비용도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이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각 CSP의 클라우드에 맞춰진 전문적인 관리 및 운영의 필요성도 커졌다. 현재 대표적인 CSP는 AWS, MS, 구글 등의 세계적인 기업과 네이버 클라우드, KT NHN 등의 국내 기업이 있다. 각각 특화된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산업에서 선호하는 CSP가 있으며, 한 기업에서도 여러 CSP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SDS의 글 ‘퍼블릭 클라우드 효과를 배가시켜 주는 MSP(Managed Service Provider)’에서 이은정은 MSP의 역량을 “하나의 클라우드 플랫폼만 사용할 줄 알면 되는 게 아니라 여러 클라우드 플랫폼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클라우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클라우드 공급자를 고를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클라우드에 종속되지 않도록 애플리케이션을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등 매우 높은 수준의 클라우드 전문가와 다양한 오토메이션 기능을 포함한 멀티 클라우드 지원 Tool이 요구된다”고 했다.
국내 주요 MSP 3사는 메가존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메타넷티플랫폼이 있다. 이외에도 GS네오텍, 신세계아이앤씨, LG CNS, 웅진, 삼성SDS 등이 MSP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MSP의 서비스 영역은 크게 클라우드 컨설팅, 구축, 운영으로 나뉜다. 보통 MSP는 멀티 클라우드 형태만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나의 CSP를 이용하는 기업도 MSP로 클라우드를 관리하기도 한다. 모든 MSP가 멀티 클라우드를 관리하는 역량을 갖춘 것도 아니다.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클라우드의 복잡성 문제도 있지만, 기존 온프레미스 방식과는 필요한 기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존엔 온프레미스 방식처럼 회사가 서버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클라우드는 구글이나 AWS가 서버를 초거대 규모로 만들어, 이를 기업에게 랜덤으로 임대하는 형태다. 각각의 CSP가 운영하는 건물에서만 서버가 수만, 수백만 대가 구축된다. 기업은 자신들이 이 중에 어떤 서버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클라우드 기술은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기술, 경험과 노하우를 별도로 갖춘 인력이 필요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클라우드 역량이 있는 인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클라우드 관리는 MSP가, 기업은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
MSP 서비스의 첫 단계는 ‘마이그레이션(IT 운영환경을 옮기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기업의 서버가 이사를 하는 것이다. 이사를 하려면 기존 회사 서버엔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온프레미스 서버에서 무엇을 클라우드로 옮기고, 어떤 것을 폐기할지 등을 사전에 정리해야 한다. 클라우드는 새로 이사 갈 집이다. 이사 갈 집에 전기를 어디로 들이고, 통신은 어떻게 연결할지를 정하는 것처럼 클라우드도 각각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시스템 구축 설계라고 한다. 데이터가 들어갈 자리를 미리 마련한 뒤 데이터를 옮긴다. 이 과정에서 MSP와 고객사가 협의해 클라우드 계정을 어느 부서에 누구에게 줘야 할지 등을 논의한다.
고객사가 데이터를 옮기는 것 외에도 클라우드 위에서 개발을 하려고 할 때 MSP는 이를 위한 작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개발은 끝낸 상태지만 이를 클라우드화하는 방법을 모르는 기업도 있으므로, 이들에게 기존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화하는 방법을 컨설팅하기도 한다.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수행할 때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관련 기술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MSP 없이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컨설팅 과정에선 MSP와 함께 클라우드 보안을 방안을 논의하기도 한다. 베스핀글로벌 관계자는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는 보안을 접근하는 방법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앞으로 클라우드 보안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기업 내부에서만 이용하는 폐쇄망인 온프레미스와는 다른 방식의 보안 설계가 필요하다. 때문에, 베스핀글로벌은 클라우드 보안 본부를 따로 운영하면서, 클라우드 보안을 지원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 같은 경우엔 보안 시스템을 만들 때 보안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보안 거버넌스란 보안과 관련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며, 비즈니스에 존재하는 보안 위험을 관리해 기업 거버넌스와 이를 연계하고, 보안을 위한 문화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관계자는 이를 “보안의 A부터 Z까지 담당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컨설팅 과정에선 각 회사의 사업 방식이 어떤 클라우드에 적합할지도 분석한다. 구글, MS, AWS는 서버를 운영하는 기업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다르다. 구글은 게임과 관련된 데이터 분석에 유용한 툴을 제공하기 때문에, 게임사들은 구글 클라우드를 선호한다. 매출에서 공공사업의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면 KT, 네이버 등의 국내 클라우드를 주로 고려한다. 이렇게 각각의 기업 특성이 어떤 클라우드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MSP의 또 다른 서비스 영역은 클라우드 운영 관리다. MSP 업체는 클라우드 사용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보안 정책 등이 준수되고 있는지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IT인력을 많이 갖춘 기업도 대부분 클라우드 운영보단 핵심 비즈니스에 IT인력을 투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실상 핵심 비즈니스에만 몰두하는 데도 IT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클라우드 운영을 MSP에 맡기면, 핵심 비즈니스를 개선하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MSP는 IT리소스를 누가 얼마큼 썼는지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비용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돕는다. CSP도 통신사의 요금 청구서처럼 사용량에 따른 비용을 알려주지만, 이는 전체 금액을 고지하는 정도다. 세세한 내역까진 알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들은 “클라우드는 사용한 만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은 어느 사업부에서 개발자 A, B, C가 각각 얼마큼 썼는지를 쉽게 알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멀티 클라우드와 MSP는 규모가 큰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까? 사실상, 이는 규모보단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문제다. 예를 들어, 게임사가 AWS를 통해 국내에서 게임을 개발하며 서비스하고 있다고 하자. 이 기업이 중국에 진출을 하려고 하면 주로 중국에서 사업에 유리한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쓰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기존에 쓰던 CSP와 다른 해외 CSP를 쓰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때, 각각의 시장의 시스템과 관련 정책, 법률에 맞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지원하는 것도 MSP의 몫이다. 이를 위해 베스핀글로벌 등의 MSP는 해외 법인을 세워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도 클라우드 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베스핀글로벌 관계자는 "다양한 지역에 걸친 해외법인은 각각 시차가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법인에서 기업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24시간 동안 시간의 누수 없이 클라우드 운영 상황을 점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운영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인 베스핀글로벌의 옵스나우(OpsNOW)처럼 클라우드 관리 기술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옵스나우를 통해선 멀티 클라우드 자산을 통합관리, 자산 최적화 관리, 클라우드 사용량 확인 및 비용 예측 등을 할 수 있다.
"MSP 빠르게 성장하지만 낮은 마진은 구조적 문제"
MSP 사업은 매출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1위 MSP 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해 4595억 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대비 81.62% 성장한 수치다. 영업손실은 152억 원을 기록했다. 베스핀글로벌은 작년 매출 2276억 원, 영업손실 399억 원을 기록했다. 베스핀글로벌의 경우 매출은 전년 대비 42.3% 늘어났다.
MSP 서비스는 CSP의 인프라를 빌려 쓰기 때문에 마진이 낮고 인건비 부담이 높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MSP 서비스는 수요가 늘면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수요를 예측해 미리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MSP 기업들은 현재는 클라우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인력 확보에 많은 투자를 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기에 MSP 사업의 적자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선 옵스나우와 같은 자동화 기술을 통해서도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T운영관리 서비스 ‘아이톰스(ITOMS)’를 제공하는 인포플라의 최인묵 대표는 “네이버 등 특정 클라우드에 등록된 MSP가 100개가 넘어가는 등 MSP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MSP 비즈니스의 수익을 담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톰스와 MSP 서비스가 시너지를 발휘해 MSP의 이익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SP 입장에선 이익 개선을 위해 고객으로부터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서비스 개발이 필요한데, 아이톰스의 IT인프라 관리 자동화가 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아이톰스는 장애를 예측하고, 백업을 자동화하는 등 MSP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으며, 고객의 웹서비스에 대한 멀티 depth 장애 모니터링, 패스워드 변환관리 등 자동화를 통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멀티 depth란 ‘인증서 로그인-특정 메뉴 접속-인증서 발급 신청’으로 진행되는 민원24 등본 발급처럼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멀티 depth 장애 모니터링은 프로세스 중간 과정에서 정상 접속이 안 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점검하는 걸 말한다. 아이톰스를 통해선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로 이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최인묵 대표는 “클라우드를 아직 채택하지 않고 있는 고객들에게도 아이톰스를 먼저 제공하면, 추후에 클라우드 전환에 나설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아이톰스로 클라우드 기반 IT인프라 자동 관리를 먼저 체험할 수 있게 하면, 이들이 클라우드 전환에 나설 때 자신들의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로 연동하는 게 용이하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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