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인류가 식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대가 있었을까. 식중독은 항상 인류를 괴롭히던 사안이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식품안전 문제는 대부분 농약, 중금속 등 화학물질과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1990년 이후부터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국가의 안전관리 정책이 마련되면서 농약 잔류 등의 문제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면 그때부터는 병원성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00여 건의 식중독이 발생해 5000∼6000여 명의 환자가 나온다. 식중독 보고가 가장 적었던 2020년에는 2500여 명이, 가장 많았던 2018년엔 1만15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최근 5년 동안 식중독 발생 자료를 보면 병원성대장균 환자 1795명, 살모넬라 환자 1127명, 노로바이러스 환자 964명이 매년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세균성 식중독은 병원성대장균이다. 발병 특성과 독소 종류에 따라 장출혈성대장균, 장병원성대장균, 장침입성대장균, 장독소성대장균 등으로 분류된다. 감염된 동물과 분쇄육, 오염된 농업용수로 키운 농산물 등이 주된 오염원이다. 2020년 경기 안산 유치원 식중독 원인균이 장출혈성대장균으로 밝혀졌다.
그 다음 식중독 원인균은 살모넬라균이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또는 사람 간 전염이 될 수 있다. 육류, 가금류, 달걀이 주 원인 식품이다. 닭, 오리 등 가금육과 달걀을 취급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오염된 조개류와 굴 등을 날것으로 먹거나, 오염된 채소나 과일을 제대로 씻지 않고 먹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과일이나 채소는 깨끗한 물로 씻고 어패류는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가열조리용’으로 표기된 굴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염이 흔하고 영유아가 특히 취약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누구나 살면서 식중독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가벼운 설사로 지나갈 수도 있지만 병원에 입원하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질병인 만큼 예방이 최선이다.
화장실 이용 후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하다. 식중독 증세가 있는 조리자는 증상이 사라지더라도 이틀 이상 조리하지 않아야 한다. 또 육류나 달걀을 만진 뒤엔 반드시 손을 씻고 그 다음 작업을 해야 한다.
육류 등 식중독균이 남아 있기 쉬운 식재료는 쌈이나 샐러드처럼 그대로 먹는 음식과 조리도구와 그릇을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올해 더위가 심상찮아 보인다. 식중독은 무더위가 심하고 오래 지속될수록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식재료 처리부터 섭취까지 식중독 예방요령을 똑 부러지게 실천한다면 건강한 여름 나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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