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 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에 스타트업人으로 소개하는 기업은 스마트팜을 포함해 다양한 농업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퍼밋(FIRMMIT)’입니다. 농작물 혹은 설치 장소별 스마트팜 설계와 구축, 운영 관리 기법을 연구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농작물의 생육 환경 개선까지 해 내는, 재주 많은 스마트팜 스타트업입니다. 창업 이후 매년 매출을 두 배씩 늘리며 순조롭게 성장 중이고, 하이트진로를 포함한 대기업과의 파트너십과 해외 농업 시장 진출 등 성과도 차근차근 내는 곳입니다.
퍼밋에서 만난 인재는 ‘김수범 퍼밋 재배관리팀 매니저’입니다. 앞서 퍼밋의 스마트팜 농작물 재배 관리자, 스마트팜 설계 설치 관리자의 이야기를 알아봤는데요, 그는 스마트팜의 유지 보수를 전담합니다.
스마트팜의 동작 원리와 종류는 가지각색입니다. 그러니 쓰는 기술과 유지 보수 방법도 스마트팜마다 다릅니다. 김수범 매니저는 일반 스마트팜은 물론 건물 3층 높이 대형 스마트팜, 집이나 사무실에 놓기 알맞은 초소형 스마트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마트팜의 동작 원리와 기술을 이해하고, 이들이 알맞게 동작하도록 유지 보수하는 일을 합니다.
IT동아 : 퍼밋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김수범 매니저 : 네 명이 한 팀이 돼서 움직이는 퍼밋 재배관리팀 소속입니다. LED, 재배기와 양액기 등 스마트팜에 탑재된 기계들이 올바로 동작하는지 점검해서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이끄는 일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농장과 사무실, 건물 등 전국 각지에 스마트팜이 설치된 곳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일 해요.
퍼밋은 인천 농장에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을, 서울 마포의 식품 계열 대기업 본사에 사무실형 NFT 박막식 스마트팜을 각각 설치해 운영 중입니다. 서울 마곡의 한 건물에는 회전형 스마트팜이, 경기 용인의 한 레스토랑에는 실내형 스마트팜이 설치됐어요. 전국 곳곳의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식당과 농업 박물관 등에도 퍼밋의 스마트팜이 설치됐는데, 이들을 유지 보수하는 일을 합니다.
IT동아 : 스마트팜은 대부분 농장이나 비닐하우스에 설치하는 줄 알았는데요, 사무실, 건물 등 농장이 아닌 다른 곳에도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나요?
김수범 매니저 : 물론입니다. 설치 장소나 기르려는 농작물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하면 돼요. 퍼밋의 스마트팜의 종류는 NFT 박막식 수경 재배기와 아쿠아포닉스, 크게 두 가지입니다.
NFT 박막식 수경 재배기는 경사로 물을 흘려보내 농작물의 뿌리가 마르지 않게 하고, 뿌리와 공기가 더 잘 만나도록 돕는 구조입니다. 범용 기술이라 비닐하우스를 포함한 기존의 농장에 적용하기 알맞아요. 물론 최신 스마트팜을 만들 때도 이 기술을 씁니다. 퍼밋이 한 제약사의 건물 로비에 설치한 대형 스마트팜의 원리도 이 기술이에요.
아쿠아포닉스는 내부에 물 순환 구조를 만들고 물고기를 함께 키우는 방식이에요. 물고기의 배설물이 양분이 되는데요, 농작물이 물과 양분을 먹고 자라면서 물을 깨끗하게 걸러요. 물고기는 이렇게 깨끗해진 물에서 삽니다. 어디에든 적용 가능한 스마트팜 기술이라 땅이 오염되는 것을 막습니다. 물 사용량도 많이 줄여요.
IT동아 : 가전 제품이나 전기 설비의 유지 보수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데, 스마트팜 유지 보수라니 생소하게 들립니다. 어떤 일을 하나요? 기존의 유지 보수 업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김수범 매니저 : 여느 유지 보수의 목적은 제품이나 설비를 더 오래 쓰게 하는 것입니다. 반면, 스마트팜 유지 보수의 목적은 기기 점검과 수명 연장도 있지만, 그보다는 제 역할을 하도록, 농작물을 더 잘 기르도록 이끄는 것이에요.
그래서 스마트팜 유지 보수 현장에 오면 농작물의 상태부터 봅니다. 스마트팜의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있으면 보수할 부분이나 부품이 있다는 이야기이니 알맞은 절차를 밟습니다. 수리할 것은 수리하고 교체할 것은 교체해요.
농작물이 잘 자라고 있다면 이를 유지하도록 스마트팜 내부를 점검해요. 빛을 쬐는 LED와 관수 펌프, 팬 등 각종 기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합니다. 그냥 눈으로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팜 내부에 장착한 각종 센서로 정밀하게 점검해요.
사실, 스마트팜 내부의 기계들은 튼튼해서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유지 보수 팀은 스마트팜이 더 나은 성능을 내도록 현장에서 데이터를 얻어 새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일도 합니다. 더 우수한 스마트팜을 만들 기술의 실마리를 현장에서 찾는 거에요. 그 밖에도 농작물의 양분 관리, 육묘 납품도 맡습니다.
IT동아 : 스마트팜 유지 보수 관리자로 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수범 매니저 : 영화영상학을 전공했지만, 식물과 공간을 꾸미는 일을 좋아했어요. 졸업 후 조경 회사에 입사했는데, 그러다가 자연스레 농작물과 스마트팜을 접했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기후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기후가 나빠지면 우리 먹거리인 농작물의 생산량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스마트팜은 기후 이변에 대응할 가장 유용한 기술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실내에서 농작물을 기르도록 돕고, 토양 오염을 일으키거나 물을 너무 많이 쓸 우려도 없어요. 그래서 스마트팜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고 이 부문에서 일 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퍼밋에 입사해서 처음에는 스마트팜 재배기 설치 업무를 맡았어요.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일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인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했고, 스마트팜 유지 보수를 하게 됐습니다.
IT동아 : 스마트팜 유지 보수 관리자가 되려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요?
김수범 매니저 : 스마트팜의 기계 지식과 농작물 지식을 모두 잘 알아야 합니다. 스마트팜에 설치된 LED와 팬, 물 관로와 제어기, 각종 센서의 동작 원리와 역할을 이해하고 잘 다뤄야 하는 것은 기본이에요. 스마트팜은 동작할 때 먼저 농작물에 물을 공급하고 주기마다 수온과 양을 관리합니다. 잘 자라도록 LED로 빛을 쬐는 한편 팬으로 내부의 온습도도 관리합니다. 따라서 스마트팜 내부의 기계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동작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여기에 농작물 지식을 더해야 합니다. 농작물마다 가장 알맞은 LED의 색온도와 조사 시간, 물의 온도와 높이가 다 달라요. 영양제인 양액의 성분과 배합 비율도 물론 농작물마다 다릅니다. 여기에 농작물의 생장 주기도 반영해야 합니다. 농작물의 종류는 수천 가지가 넘지요? 그 만큼 정말 폭넓은 지식을 알아야 해요.
IT동아 : 스마트팜 업계에서 유지 보수 관리자로 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즐거운 일은 무엇일까요? 기억에 남는 사례나 에피소드도 소개해주세요.
김수범 매니저 : 단순 유지 보수에서 한 발 나아가, 제 경험과 주장으로 스마트팜 기술 발전을 이끈 경험이 가장 인상 깊었고 큰 보람도 가져다줬어요. 제가 건의한 대로 스마트팜의 팬의 세기와 성능을 개선했더니, 실제로 농작물이 더 잘 자랐습니다. 이 건의는 나아가 또 다른 스마트팜 연구의 계기도 됐어요.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스마트팜 기계의 개념도 여러 개 발견해 건의했어요. 퍼밋과 스마트팜 업계에 이바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농가의 발전에 힘을 실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한 스마트팜을 유지 보수하다가 재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수리는 물론 보완 방법까지 제시했어요. 그 결과 농민이 정말 만족한 모습이었고, 덕분에 재계약으로 연결한 경험이 있습니다.
스마트팜에서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며 고민하던 농부를 만난 적도 있습니다. 온습도를 조절하는 기계의 문제를 발견해 고민을 해결했고요. 현장에 내 경력과 힘과 지식을 실은 점, 그래서 문제를 풀고 스마트팜 업계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민을 푼 농부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것이 좋아요.
IT동아 : 반면, 스마트팜을 유지 보수하면서 힘든 점, 앞으로 해결할 고민이 있나요?
김수범 매니저 : 일단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다 공부할 양이 정말 많습니다. 수많은 농작물의 생장 요건을 스마트팜의 기계 기술과 융합해야 하니까요. 물론 꾸준히 좋아지는 스마트팜의 기계 기술, 새로 나온 기술도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 현장에 도착했을 때 유지 보수를 더 원활히 하고,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며 개선을 유도할 수 있어요.
사실, 가장 힘든 것은 ‘매뉴얼’이 없는 점이에요. 어려움을 겪을 때, 지금까지는 접하지 못했던 고장이나 문제를 마주쳤을 때 의견을 물을 선배나 참고할 자료가 없습니다. 스마트팜 자체가 최신 기술이라서요. 그러다보니 시행 착오도 많이 겪고,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아예 해결을 못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해요. 제가 업계 최초로 스마트팜의 유지 보수 매뉴얼을 만드는 셈이니까요.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을 밟는 느낌입니다. 퍼밋과 스마트팜 업계가 성장하면 더 다양한 기술과 기계가 나오고, 그에 따라 문제도 많이 생길 거에요. 그것을 해결하면서 발전을 이끌 사람이 유지 보수 관리자라고 생각합니다. 사원 교육도 맡을 수 있겠지요.
아직 아무도 걷지 않은 길, 그리고 누구도 도와주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어요. 하지만, 경험을 많이 쌓으면 해결 가능하다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T동아 : 설계와 설치, 재배와 유지 보수. 스마트팜 기술 관리자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김수범 매니저 : 아주 밝지요. 스마트팜은 세계를 휩쓴 기후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할, 인류가 가진 거의 유일한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팜 업계에서 일을 하면, 자연스레 이 부문의 높은 성장 가능성과 밝은 미래가 보여요.
그 중에서도 스마트팜 유지 보수 업무는 특히 매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팜의 기술 발전 속도를 체감하고, 경험과 지식을 쌓아 기술 발전을 돕는 직종이에요. 풍부한 농작물 지식과 재배 경험도 얻습니다. 스마트팜 업계 전반의 이론과 경험을 함께 배우고 검증하기에 가장 알맞은 직종이라고, 스마트팜 업계의 리더가 되려면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직종이라고도 생각합니다.
IT동아 : 퍼밋과 스마트팜 업계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수범 매니저 : 새로운 스마트팜 기술이나 기기를 보면 지금도 신기하고 설레요. 한편으로는 과연 이 기술이 잘 동작할까, 농작물을 잘 기르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의심도 듭니다. 그래서 더 많은 스마트팜 기술과 기기를 보고, 제 경험과 아이디어를 관계자들과 나누려고요. 그러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고, 스마트팜의 발전도 이끌 수 있을 거에요.
아직 개인 목표는 정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스마트팜 업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일 하려는 생각은 굳혔습니다. 아마 10년 후에도 스마트팜을 유지 보수하며 더 좋은 기술과 기기를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을 거에요.
스마트팜 재배기와 농작물 생육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스마트팜을 배우고 도입하려는 사람들, 취업자는 물론 일반인들이 스마트팜의 장점과 위력을 느끼도록 알리는 전도사도 되고 싶네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