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미국 서해안에 위치한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인접한 계곡지역인 이곳은, 전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심지로 불린다. 행정구역상 산타클라라 카운티(SantaClara County)라고도 하며, 실리콘밸리 인근에는 12개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원래는 양질의 포도주 생산 지대였지만, 1953년 스탠퍼드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전자산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 반도체 칩 생산 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실리콘 밸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는 애플을 비롯해 휴렛팩커드, 인텔, 구글, 페이스북 등 전 세계를 대표하는 IT 기업을 비롯해 새로운 경험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고자 뜻을 모은 수많은 스타트업이 운집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스타트업의 메카로 불린 계기는,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탠포드 대학교 동기인 윌리엄 휴렛(William Hewlett)과 데이비드 팩커드(David Packard)가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Palo Alto, 샌프란시스코와 산타클라라 중간에 위치한 도시, 스탠포드 대학교 바로 옆)의 한 차고에서 '휴렛팩커드(HP)'를 설립했다. 이들이 개발한 음향 발진기(Audio Oscillator)를 시작으로, 실리콘밸리 1세대 벤처 기업 HP가 등장했다.
이처럼 HP,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의 시작점이자, 스타트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실리콘밸리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실리콘밸리는 혁신과 변화, 다양성을 상징하며, 수많은 기업에게 목적지와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비상한 괴짜들과 이들을 배출하는 스탠퍼드 대학교와 구멍가게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는 알 수 없는 힘을 자아낸다.
대학과 지역의 상생을 꿈꾸는 캠퍼스타운
실리콘밸리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혁신은 스탠포드 대학이라는 캠퍼스로부터 출발한다. 캠퍼스를 누비는 청년들의 열정어린 도전은 주변 생태계와 맞물리며 전 세계를 주름잡는 기업으로 성장한다. 대학과 지역이 맞물려 긍정적인 영향을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는 물레방아처럼 한바퀴 돌 때마다 경쟁력을 키운다. 즉, 대학과 지역이 호흡하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할 경우 스스로 자생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대학은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담고,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키우는 공간이다. 신성하지만, 불안정하고, 격동적이며, 급진적이다. 때문에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는다. 즉, 캠퍼스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과 행동이 있다. 기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사회에 건설적인 형태로 캠퍼스가 이바지할 수는 없을까?
서울 캠퍼스타운 사업은 그렇게 시작했다. 더 이상 담장 안과 밖으로 캠퍼스와 사회를 나눠 경계짓지 않고, 캠퍼스 속 아이디어를 지역과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캠퍼스타운 내 창업기업과 캠퍼스사업단은 결코 소홀해서는 안되는 상생의 가치(지역과 상생, 환경과 상생, 이웃과 상생, 세대간 상생)에 집중한다. 여러 사회 문제를 대학이 지니고 있는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하며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캠퍼스타운 성과는 매년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창업 규모는 175개 팀 629명에 그쳤지만, 2020년 646개 팀 2362명으로 커졌고, 2021년 1,315개 팀 5,239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2021년 기준 1,315개 팀이 거둔 매출액은 904억 원에 달하며, 투자 유치 금액은 806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연 매출액 10억 원 이상이거나 투자 유치 금액 3억 원 이상의 ‘성장기업’ 51개를 배출하며(2021년 기준), 창업 기업의 사업 연속성도 증명했다.
이에 올해 서울시 중구청과 함께 캠퍼스타운 종합형으로 선정된 동국대학교의 캠퍼스사업단 전병훈 단장(이하 전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전 단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지역과 대학의 공생, 공감, 공유를 바탕으로 캠퍼스타운 단위형 사업을 운영하며, 중구 지역 활성화와 창업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과를 도출했다”라며, “올해에는 앞으로 4년간 캠퍼스타운 종합형 사업을 진행한다. 청년들에게 즐거운 창업을 제공하는 창업육성 조직과 지역주민·지역기업에게 반가운 지역상생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지역과 대학의 연계, 서로의 이해부터 시작해야”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2022년 캠퍼스타운 사업에 동국대학교 선정을 축하한다. 지난 2017년에도 캠퍼스타운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인지 궁금하다.
전 단장: 캠퍼스타운 사업에는 ‘종합형’과 ‘단위형’이 있다. 종합형 캠퍼스타운은 청년 창업을 중심으로 주거·상권·지역 협력의 종합적인 활력증진을 위한 사업이며, 단위형 캠퍼스타운은 대학별 특성·역량을 바탕으로 청년활동 증진을 위한 단위 프로그램 사업이다. 종합형이 단위형보다 지원 기간도 길고, 지원 규모도 큰데, 종합형은 대학별로 4년간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고, 단위형은 대학별로 3년간 최대 15억 원을 지원한다.
종합형, 단위형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캠퍼스타운의 목표는 같다. 대학과 지역을 연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창업 지원 및 육성을 통해 청년의 꿈을 응원한다. 캠퍼스 내에 머물러 있던 창업 지원을 지역으로 확대해 지역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한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동국대는 3년간 단위형 캠퍼스타운 사업을 진행했었다. 당시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고, 소셜벤처 창업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소셜앙트레교육, 소셜벤처엑셀러레이팅, 소셜임팩트미니해커톤, 언더그라운피치 대회로 연결하는 소셜벤처 패키지 교육을 운영했었다. 이를 통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17팀을 선발, 투자 유치 금액 5억 4,000만 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또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대의 흐름에 맞춰 1인 창작자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을 기본, 심화과정, 최종 작가계약 체결 과정으로 운영하는 ‘웹소설 크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웹소설 콘텐츠 크리에이터 15명을 육성했고, 매출 예상액 4억 7,000만 원의 성과를 올렸다.
IT동아: 대학이 지역과 연계하기 위한 방법이 궁금한다. 대학과 지역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법을 모색한다는 말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이는데.
전 단장: 맞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활성화라는 말은 곧 지역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는데, 동국대가 위치한 서울시 중구는 지역적인 특성상 전통적인 도심 지역에 해당한다. 전통도심산업은 지속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중구는 2019년 12월 기준, 서울시 자치구별 전년동월 대비 창업법인 수 증감률은 -3.6%로 최하 수준에 머문다. 산업별 법인창업 수 증감률에서도 ‘도심제조’는 -10.4%로 열악하다. 또한, 서울시 도시재생전략계획 공청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을지로 일대’는 쇠퇴지수 심각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낙후된 일자리, 낙후된 전통시장, 쇠퇴하는 전통도심산업 등을 전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야만 한다. 쉽게 말해 청년이 일하고 싶은 일자리다. 청년이 찾는 일자리를 중구의 전통도심산업에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게 찾은 결론이 ‘디지털 융합’과 ‘문화콘텐츠’, 그리고 ‘소셜’이다. 중구의 전통산업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환경/윤리적이고 사회적이며, 보편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청년을 위해 지속가능한 ‘소셜벤처’를 육성해 혁신하고자 한다.
“동국대의 창업 지원 경험을 살리겠습니다”
IT동아: 동국대가 보유하고 있는 장점이 있다면.
전 단장: 동국대는 국내 일반대학 중 최초로 ‘창업원’ 조직을 출범했다. 창업 지원 의지를 반영해 전담 정규조직을 개편했고, 창업 조직을 일원화해 통합 창원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주관기관 8년 연속 선정, 초기창업패키지사업 주관기관 선정, 예비창업패키지 선정 등의 성과도 올렸다.
특히, 이번 종합형 캠퍼스타운으로 선정되면서 가용할 수 있는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지원할 수 있는 인원 증가, 지원 규모 확대 등으로 캠퍼스타운의 목표치가 달라졌다.
창업 지원과 지역 연계를 위한 거점 센터 조성를 조성 중이다. 충무로영상센터 본관과 신관에 창업기업 입주공간 31개실, 카페라운지, 회의실, 시연공간, AI/APP 테스트베드, 메타버스 XR 스튜디오 등 창업 지원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도심산업 디자인센터에 지역상생을 위한 전용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동국대의 창업원, 창업보육센터, 창업진흥센터, 기술사업실(기술 이전, 인큐베이터) 등 창업 관련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IT동아: 4년 과제 중 우선 집중하는 영역이 있을텐데.
전 단장: 청년들에게 즐거운 창업을 제공하는 창업육성 조직과 지역주민·지역기업에게 반가운 지역상생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고자 ‘Hi! 동국, Hello! 중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설정했다.
우리의 미션, ‘디지털 융합’, ‘문화콘텐츠 육성’, ‘소셜’을 달성하기 위해 ‘가치지향형 창업’, ‘혁신 추구형 창업’, ‘지속가능한 성장’, ‘사용자 중심’, ‘적용 가능한 기술 중심의 다섯 가지 창업육성 전략’, ‘사회적 유대감 강화’, ‘지역 정체성 확산의 두 가지 지역상생 전략’ 등 총 7가지 추진전략도 설정했다.
1, 2년차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창업 지원이다. 중구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계획하고 있는 단계별 창업 육성 프로그램은 ‘제조 기반 메이커 육성스쿨(기초/심화)’, ‘창업 캡스톤 디자인 연계 시제품 제작 및 BM발표 대회’, ‘스타트업 경영 시뮬레이션’, ‘을지로 예술가 필름메이커스 아카데미’, ‘창업자 홍보영상제작 교육’, ‘문화관광패션 창업경진대회’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톤’, ‘지역사회 가치창출형 청년창업경진대회’ 등 총 41개에 달한다.
IT동아: 정리하자면, 창업 지원과 지역 상생 두 가지 목표 달성을 위한 시작점인 셈이다.
전 단장: 맞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목표를 따로 떨어뜨려서 생각하면 안된다.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어 융합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이라는 것은 언제든 확대할 수 있다. 캠퍼스사업을 진행하며 농담처럼 ‘LPG’라는 말을 많이 한다. L은 ‘Local(지역)’, P는 ‘Provinvial(지방)’, G는 ‘Global(세계)’를 뜻한다. 지역에서 시작한 변화의 흐름은 지방으로 확대되어 결국 세계로 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LPG는 동국대 캠퍼스사업단이 서울시 중구와 함께 협력하며 인근 지역의 활성화를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범위는 계속 확대한다는 의미를 뜻한다. 생각해보자. 서울시에 위치한 대학교에는 전국의 학생들이 모여든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동국대 인근, 주변에 주로 머물겠지만, 창업 또는 졸업 후에는 이 근처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행동 반경은 넓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영향을 끼치는 범위는 세계까지 확대할 수 있지 않겠나.
동국대의 창업 지원을 통해 창업한 ‘고요한택시’를 얘기하고 싶다. 고요한택시는 청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시키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이전 문재인 대통령도 칭찬했었는데, 고요한택시는 100% 청각장애인 기사님이 운전하는 택시 서비스다. 택시 앞좌석과 뒷좌석에 태블릿PC를 설치해 청각장애인 기사님이 손님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18년부터 2022년 1월까지 105명의 청각장애인 기사님들이 운행을 시작했으며, 서울과 경기도, 대전 등에서 ‘고요한M’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고요한택시의 시작은 청각장애인 기사님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지역을 넘어 지방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그리고 고요한택시가 미치는 영향은 지역 범위 한계 없이 넓어지고 있다. LPG가 뜻하는 의미다.
동국대 캠퍼스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올해와 내년은 사업을 고도화시키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다. 사업의 본격적인 행보는 사업화와 스케일업(성장)을 지원하는 3~4년차 부터다. 지역 상생도 지금 씨를 뿌리고 있는 스타트업의 성장과 함께 싹을 틔울 것이라고 자신한다.
동국대 캠퍼스사업단이 지역, 지방, 그리고 세계와 그려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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