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열기가 뜨겁다. 축구는 에너지 소비도 많고 격렬한 몸싸움에 부상도 잦은 운동이다. 경기 중에는 물론이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 장기모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대표팀 주치의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행정 직원의 건강부터 선수 개개인 소속팀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맡는 전천후 역할을 해야 한다”며 “예전처럼 명목상 필요하니 의자에 앉아 있다가 구색만 맞추고 가는 주치의 시대는 끝났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주치의는 흔히 ‘팀닥터’라고 불린다. 팀닥터는 스포츠 팀에서 운동선수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담당한다. 부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부상이 발생하면 치료한다. 치료 후에는 정상적인 운동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을 맡는다. 팀닥터는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건강 상태를 총체적으로 관리한다.
스포츠 팀에 전문 주치의를 두는 제도는 스포츠의학이 발달한 유럽에서부터 1990년대 도입됐다.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인체와 운동의 관계를 연구해 선수가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게 돕는 한편 최고의 경기력을 내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스포츠인 축구로 접목됐다.
장 교수는 “경기 전 선수들은 매우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회진 돌듯 상태를 파악하는 건 피해야 한다”며 “선수들 개개인의 컨디션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팀닥터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대처 방법을 미리 생각해야 놔야 한다. 예를 들어 훈련 중 부상을 입게 되면 어느 병원을 가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할지 시나리오를 짜놓고 어떤 치료 방법을 적용할지도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선수들의 식단 관리도 주치의의 몫이다. 장 교수는 “감독마다 식단 관리를 하는 방식과 정도가 다른데 파울루 벤투 감독은 식단 관리를 매우 철저히 하는 편”이라며 “체지방이 낮아야 효율적으로 게임을 뛸 수 있어 돼지고기는 피하고 소고기와 양고기를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을 위한 탄수화물과 다양한 비타민 공급을 위한 채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팀닥터는 경기가 진행될 때 관중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관중은 축구 경기가 진행되면 공을 따라 눈이 움직이지만 주치의는 공이 아니라 선수들의 걸음걸이나 뛰는 자세를 살핀다. 장 교수는 “코너킥 상황에서 관중은 대부분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보지만 주치의는 미리 문전을 보고 있다”며 “문전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선수들의 몸싸움을 보고 이상 반응이 감지될 경우, 이를 코칭스태프에 알리고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빠르게 조치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주치의 역할은 경기가 끝나면 더 바빠진다. 언제든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상비군이 80∼90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부상과 건강 상태들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
이런 많은 일을 총괄하는 대표팀 주치의는 아직까지 명예직에 가깝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9년 각 구단이 최소한 1명의 의사와 1명의 물리치료사를 채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임 팀닥터가 없다. 장 교수는 “국가를 위해 뛰는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가대표팀 전임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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