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몇 번이나 들어봤을 말이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를 통한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에서도 주문 및 결제, 쇼핑, 콘텐츠 감상 등을 다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우리가 손에서 잘 떼지 않는 스마트폰과 유사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를 쉴 수 있는 휴식공간과 업무를 보는 사무공간으로 함께 쓰도록 하겠다는 컨셉도 나왔다. “자동차 안에서 모든 걸 해라!” 자동차 업계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런 게 아닐까.
사륜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스마트화되고 있다면, 오토바이를 비롯한 이륜차 시장은 상당히 뒤처져 있는 곳이다. IT기술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길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이륜차는 배달 라이더들의 오토바이인데, 이들도 오토바이 운전대에 스마트폰을 거치하고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오토바이 특성상 운전 중 엔터테인먼트한 경험을 즐기긴 어렵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문제는 이륜차 시장에서 디지털전환, 플랫폼과 관련된 비전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할지라도, 미래의 스마트화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이에 AR헬멧을 개발하는 다테크니끄의 임형빈 대표를 만나 이륜차 시장의 디지털전환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테크니끄는 이륜차를 위한 AR(증강현실) 스마트헬멧과 내비게이션 앱을 만드는 기업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 HUD)에 다테크니끄가 만든 이륜차 내비게이션을 투영하는 방식이다. HUD란 자동차의 앞 유리창 등의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표시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HUD 역할을 하는 헬멧의 광학 쉴드에 내비게이션 시각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임형빈 대표가 과거에 B2B(기업간거래) VR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B2C (소비자에게 물건 및 서비스 판매) 비즈니스다. VR 사업이 콘텐츠 부족과 전용 기기의 불편함 등으로 B2C 영역에서 활성화되지 않자, B2C 분야의 AR과 VR사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임형빈 대표는 “기존 헬멧 제품은 제조 이후로 추가 관리나 서비스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스마트 헬멧은 여기에 앱을 계속 추가 및 관리해줘야 한다는 게 비즈니스적인 차이다. 이용자들이 헬멧을 이용하면서 앱에 로그인하고,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이를 통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운전자의 운전 데이터가 잡히니까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오토바이 사용 양상을 보면, 라이더들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방식이 상당히 불편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많은 운전자들이 스마트폰을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 쓰게 됐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운전 중에 손을 쓰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서 음성 경로 안내를 듣고 있다.
다만, 음성으로 간단하게 정보를 알려주는 정도라서 대부분의 운전자는 오토바이 운전대에 스마트폰을 거치하고 눈으로 내비게이션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도로 상황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방식이다. 때문에, 정부와 보험사, 이륜차 운전자들 모두 편하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AR헬멧을 원하는 상황이지만, 시장을 리드하는 사업자도 아직 없고 기술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륜차 내비게이션 개발은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 시장의 주요한 플레이어들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런 전략을 스타트업이 따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다테크니끄는 다양한 기업과 얼라이언스를 해서 앱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음악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다른 기업과 협력해서 계속 가져올 계획이다”
임 대표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오토바이 보급률이 높지 않은 국가다. 업계에선 전체 인구 중 3% 수준에 불과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오토바이 보급률이 90%에 달하는 베트남에 비해 국내 오토바이 운전자수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륜차 관련 제품을 볼 때 세계 시장의 주요한 플레이어 중엔 국내 기업도 많이 있다. 세계 1등 헬멧 회사가 국내 기업이다. 또한, 한국은 배달 라이더들이 빠르게 늘고 있고, 안전이나 일의 생산성 측면과 관련된 이슈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겠다는 게 다테크니끄의 목표다.
이륜차와 헬멧 시장은 IT기술이나 플랫폼 전략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분야는 아니다. 이 시장의 기회를 노리는 다테크니끄가 쫓는 방향은 테슬라의 전기차가 걸어왔던 길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길목에서 중요한 건 레거시 브랜드들이 보유한 엔진 등의 기술 허들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이었다. 임 대표는 “테슬라는 자동차의 하드웨어는 다 외주로 맡기고, 미국에서도 하드웨어 제작에서 큰 마진을 남길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자율주행, 위성 등으로 모은 데이터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비용을 더 내면 자율주행 레벨을 올리는 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테그니끄도 데이터를 활용해 이륜차의 운전자 경험을 개선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는 AR헬멧의 내비게이션은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전 데이터 기반의 이륜차 보험을 출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륜차 보험 시장은 성장의 기회가 분명하지만 보험사들도 진출하길 꺼렸던 분야다. 운전 라이더들의 운전 습관을 확인할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 라이더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 중 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은 10%대에 머물고 있어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은 운전자들의 운전 방식을 감안해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료를 할인 받기 위해서 운전자들이 정속을 하면 교통사고도 더 줄어들 수 있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긍정적인 기여가 가능한 기술이다. 국내 오토바이는 번호판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과속을 해도 과속 방지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비게이션이 속도를 줄이라고 경고를 했을 때 이를 잘 지키면 보험료 할인을 통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안전 운전을 유도할 수 있다.
운전 데이터를 모으려면 내비게이션뿐 아니라 그 내비게이션이 탑재되고 실제로 사용되는 디바이스(헬멧)까지 필요하다. 디바이스와 스마트 기술의 결합이 헬멧 시장에서 다테크니끄가 가진 경쟁력이다. 이외에도 운전자들의 커뮤니티, 내비게이션을 통해 숙소 및 맛집 예약 등 다양한 서비스가 추가될 수 있다.
임 대표는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선 금융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금융과 맞물리면 정비나 오토바이 중고 거래 등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B2B 비즈니스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이륜차는 오토바이 판매와 함께 배달 오토바이 리스 사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대여하는 기업에겐 오토바이는 사업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보니 이에 대한 관제가 필요하다. 다테크니끄를 통해선 라이더들이 리스한 오토바이를 어떻게 쓰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오토바이 시장의 성장성이 충분하다면 자동차 시장의 레거시 플레이어들도 충분히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차 쪽에서 스마트 기술을 도전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앞으로 AR헬멧을 출시하고 양산을 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 그리고, AR헬멧 이후로 스마트한 서비스를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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