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에 입학하자 대학 선배들이 여러 운동을 해봐야 한다고 권유했어요. 개인 건강도 챙길 수 있고 교사가 돼서 아이들을 잘 지도할 수 있다고요. 초등교사는 체육을 포함한 모든 과목을 지도해야 하거든요.”
학창시절부터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육상 단거리와 포환던지기도 해봤다. 평소 활동적인 몸놀림을 좋아했던 그는 2014년 경인교대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핸드볼과 축구 동아리에 가입해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요즘 핸드볼 하는 재미에 빠져 있는 경기 화성 새솔초등학교 황윤지 교사(27) 얘기다.
황 교사는 6월 18, 19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14회 대한핸드볼협회장배 전국생활체육 핸드볼대회에 ‘선핸후맥’을 이끌고 출전했다. ‘선(先) 핸드볼 후(後) 맥주’의 약자로 핸드볼을 즐기고 맥주 한잔 마시자는 뜻이다. 선핸후맥은 6개 팀이 참가한 여자챌린저부에서 3위를 했다.
“우승은 못했지만 오랜만에 핸드볼을 맘껏 즐겼습니다. 우린 2, 3위 하는 팀이지만 성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함께 모여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깁니다. 7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골을 만들어냈을 때 느끼는 쾌감과 성취감, 그 짜릿함에 핸드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는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모교를 찾기도 했지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때 찾은 게 대한핸드볼협회(KHF) 핸드볼학교(현 KHF핸드볼클럽)다. 그는 “2018년 말 핸드볼학교에 등록했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인팀 선핸후맥을 구성해 훈련도 함께 하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고 했다.
핸드볼학교는 핸드볼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KHF가 2015년부터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치부 초등부가 중점인데 성인반도 운영한다. 한현숙(1988서울 올림픽 금메달, 1992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장리라(1992), 박정림(1992, 1996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김정미(1996), 최임정(2004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2008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명복희(2004) 등 여자 핸드볼 레전드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은퇴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는 재능기부의 기회를, 일반인들에게는 직접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핸드볼학교 교감, 교장으로 핸드볼 보급에 힘쓰고 있는 장리라 KHF 부회장은 “지금까지 핸드볼학교를 거쳐 간 학생 밑 성인들이 3000명이 넘는다”고 했다. 황 교사도 이 혜택을 입은 셈이다.
“주말에 1회 2시간씩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들로부터 기본기부터 지도를 받았어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2020년 1년 쉬고 지난해 다시 시작했는데 요즘 여성들의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더라고요.”
주 1회 훈련할 땐 남성들하고 함께 하기도 한다. 다들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전체가 모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KHF핸드볼클럽 동호인반인에서 팀을 꾸려 대회에 출전할 땐 ‘애프터 스쿨’로 출전한다. 선핸후맥은 여성들이 주축이 돼 만든 KHF핸드볼클럽 동호인 팀이다.
황 교사는 경인교대 OB(졸업생)팀으로 전국교대 핸드볼 대회에도 출전한다. 그는 “지난해부터 전국교대핸드볼대회에 OB들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가뭄에 단비였다”고 했다.
핸드볼의 매력은 무엇일까. 황 교사는 “상대 수비를 피해 공을 돌리며 빈 공간을 파고들어 슈팅을 할 때까지 발 빠르게 움직이는 스피드감이 스릴 넘친다. 공격과 수비할 때 벌이는 치열한 몸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크다”고 했다. 핸드볼은 순발력과 민첩성, 지구력 등 다양한 운동 능력이 필요하다. 그는 “핸드볼을 할 때마다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보다는 어깨도 넓어지는 등 내가 강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핸드볼을 한다”고 했다.
황 교사는 최근 핸드볼에 매력을 느낀 여성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발이 아닌 손으로 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발로 공을 차고 드리블에 트래핑까지 하는 축구기술은 습득하기 쉽지 않지만 손으로 공을 주고받는 것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쉽게 접근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게 핸드볼의 장점이다. 장리라 부회장은 “KHF핸드볼클럽 성인부는 여성회원의 압도적이다. 전체 백여 명 중 90명 이상이 여자 회원”이라고 말했다. 한 핸드볼 관계자는 “요즘 여성들이 보이시한 이미지로 핸드볼을 잘하는 여자 선수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며 “대구개발공사 배민희 선수 등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선수들도 여럿 있다”고 했다.
황 교사는 임용된 뒤 체육시간에 아이들에게 핸드볼을 가르칠 때도 손으로 하는 재미에 학생들도 즐거워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움직이면서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한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면 축구보다 핸드볼이 접근하기 쉽다. 기본기를 접하고 익숙해지면 경기도 가능하다. 체육시간에 핸드볼도 가르치는데 아이들, 특히 여학생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황 교사는 학생들에게 운동할 기회를 많이 주겠다고 했다.
“운동을 하면 다양한 측면에서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지만 요즘 아이들은 운동기회가 많지 않아요. 한 학급 26~30명 중 6~8명은 비만입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야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핸드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동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황 교사는 KHF핸드볼클럽과의 인연 때문에 KHF 초등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국 교대는 물론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어떻게 쉽게 핸드볼을 전수하는지가 관심사다. 그는 “전국 교사 연수 때 핸드볼을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황 교사는 대학시절 경인교대 여자축구팀 FC 풋사과의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2017년 전국 교대 여자축구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최애(最愛) 스포츠가 핸드볼이다. 물론 축구도 가끔씩 즐기기만 핸드볼이 최우선이다.
황 교사는 핸드볼을 평생 즐길 계획이다. 그는 “요즘 40~50대 분들이 파워 넘치는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멋있다. 선핸후맥과 함께 하는 충족감, 유대감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대인들이 알게 모르게 외로움을 느낀다. 우리에겐 외로움은 없다. 한마음 한뜻으로 공을 돌리고 골을 만들어가면서 쌓는 유대감 속에 외로움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선핸후맥 동료들과 핸드볼로 땀을 흠뻑 흘린 뒤 함께 모여 맥주 한잔 들이키는 맛도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라며 활짝 웃었다.
PS. KHF핸드볼클럽은?
매년 상하반기로 각 15회 토요일 일요일 수업으로 운영된다. 유치부 2개반, 초등부 2개반, 초등 클럽선수반, 중고등부 1개반, 성인부 2개반이며 한 클래스당 50명씩 모집해 국가대표출신 강사를 담임으로 배치해 운영한다. 핸드볼을 배우려면 상하반기 등록 시기(상반기 1월, 하반기 7월)에 핸드볼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등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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