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6좌 완등에 성공한 엄홍길 대장(62)은 “등산을 부상 없이 오래 즐기려면 스틱을 반드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등산화와 배낭도 잘 챙겨야 하지만 등산을 할 때 스틱 하나로 몸을 보호하고 몸에 무리를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산행의 경우 스틱 유무에 따라 신체 피로도가 크게 달라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실내 스포츠가 제한됐을 때부터 실외 활동이 증가했는데 특히 등산 인구가 폭증했다.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문화에 익숙한 2030 젊은이들의 증가가 눈에 띠였다. 하지만 운동화나 캐주얼화를 신고 배낭도 없는 것은 물론 스틱을 든 젊은이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젊은 데다 1,2시간 짧은 산행이라면 괜찮을 수 있지만 4시간 이상 산행이라면 적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발목, 무릎 등에 통증이 올 수 있다.
“손에 익으면 너무 편하고 좋은데…. 많은 사람들이 스틱의 중요성을 잘 몰라요. 양손에 스틱을 쓴다면 네 발로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산을 오를 때는 두 발보다는 네 발이 힘도 덜 들고 안전합니다.”
엄 대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스틱을 사용할 경우 걸을 때 상체가 체중의 30%를 지탱해준다. 스틱이 없다면 하체가 모든 부하를 책임져야한다. 특히 장기 산행을 할 때는 배낭에 물과 간식 및 도시락 등을 챙겨 가기 때문에 최소 10~20kg은 더 무게가 더 나가 스틱이 없다면 하체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더 커진다. 결국 무릎과 발목은 물론 고관절에까지 큰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다. 엄 대장은 “무릎이나 발목 연골이 다치면 산에 못 오른다. 평상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악산(바위산)이 많아 산을 오르내리면 하체에 무리가 더 간다. 그 부담을 스틱을 사용해 덜어줘야 하는 것이다.
다음은 엄 대장이 설명한 올바른 스틱 사용법이다.
스틱은 반드시 양팔로 사용해야 한다. 하나만 사용하는 것은 아예 안 쓰니 만 못하다. 스틱은 일반적으로 왼발 땐 오른팔, 오른발 땐 왼팔로 엇갈려 사용하면 된다. 평지에서는 스틱을 땅이 짚을 때 팔하고 직각이 되게 하면 된다. 발보다 살짝 앞을 짚어 뒤로 밀어주면 된다.
스틱은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오르막을 오를 땐 경사도에 따라 스틱을 조절해줘야 한다. 보통 평지보다 10cm 짧게 해주면 되는데 경사도가 높으면 더 줄여줘야 한다. 오르막 경사도가 가파른데 스틱이 너무 길면 스틱 때문에 밸런스가 흔들려 뒤로 넘어질 수 있다. 내리막 땐 평지보다 스틱을 평균 10cm 길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역시 오르막 때와 마찬가지로 경사도에 따라 길이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오르막 내리막 때마다 스틱 길이 조정을 하는 게 번거롭지만 그래도 몸 보호와 안전을 위해선 꼭 해야 한다.
오를 때나 내려갈 때나 모두 두 개를 동시에 나란히 짚고 상체의 무게를 스틱에 싣는 방식이 좋다. 오를 땐 스틱을 먼지 짚고 하체 움직임과 함께 팔로 당기듯 밀어주면 된다. 내려갈 땐 스틱에 팔을 지지한 뒤 하체를 움직인다. 그럼 오르막 땐 하체 피로도를 크게 줄여주고, 내리막 땐 무릎과 발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켜 준다. 스틱은 산행하다 돌이나 나무뿌리 등에 걸리거나 미끄러져 밸런스가 흔들릴 때 균형을 잡아줄 수 있어 안전사고도 예방해준다.
등산은 다이어트 운동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2~3시간 짧은 산행부터 4,5시간 중거리 산행, 혹은 7,8시간 장거리 산행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크게 태운다. 등산은 자연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ging)’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50%에서 최대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 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1시간 이상 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산은 1, 2시간 안에 끝내기 보다는 5~8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큰 효과가 있다. 등산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주 1회 산에 올라도 한번에 2~3kg은 빠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상 없이 즐겨야 하는데 꼭 챙겨야 하는 장비를 챙기지 않아서 오는 안전사고가 의외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반드시 스틱을 사용해야하는 이유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스틱을 사용하면 하체 부담을 줄여주지만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량은 증가시켜 준다. 스틱 없이 하체만으로 움직이면 하체에 부담이 가중돼 결국 몸의 피로도를 높여준다. 스틱을 사용하면 팔을 비롯해 복근 등 코어 근육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하체의 피로도를 줄여주면서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량은 늘려주는 것이다. 최근 다이어트 운동으로 주목 받고 있는 노르딕워킹의 원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르딕워킹은 노르딕 스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걷기 방법으로 ‘폴 워킹(Pole walking)’이라고도 한다. ‘노르드(Nord)’는 ‘북방(北方)’을 뜻하는 말로서, 노르딕 스키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발달했다. 스칸디나비아의 산지는 알프스 산악지방의 가파른 지형과는 달리 대부분 낮은 언덕과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긴 겨울에 눈이 많이 쌓인 지역을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스키가 발달했다. 노르딕 스키는 낮은 언덕과 평지가 대부분인 발원지의 지형 특성이 반영되어 평지와 언덕을 가로질러 긴 코스를 완주하는 거리 경기 등으로 나뉘는데 평지와 언덕을 걷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노르딕워킹이다. 노르딕워킹은 1990년대 중반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2000년대 초중반 들어왔다. 한 때 반짝 인기를 끌고 주춤했지만 최근 다이어트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노르딕워킹 전도사 주연서 INWA((International Nordic Walking Federation) 코리아 사무국장(50)은 말한다.
“우리 몸은 큰 근육을 잘 써야 에너지 소비가 잘 됩니다. 걸을 때 허벅지 장딴지가 가동되는데 폴을 잡고 밀면서 걸으면 팔과 어깨 근육은 물론 대흉근과 견갑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등 상체의 큰 근육도 힘을 쓰게 됩니다. 몸 전체 근육의 90% 이상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가 극대화 됩니다. 다이어트에 좋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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