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A·B·C형 무슨 차이?…“원인·증상·치료법 다 달라”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6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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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권정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B·C형 간염은 고작 한글자 차이지만 각각에 따라 원인과 증상이 다르다”면서 “대처법 역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간염은 간염 바이러스로 간에 염증이 생겨 간세포가 파괴되는 질병이다. 대표적인 간염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이 있다. A형은 1973년, B형은 1965년, C형은 1989년 각각 발견됐다. 이후 D·E·G 등 간염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됐지만 국내에서 발견되는 간염 바이러스는 대부분 A·B·C형이다.

매년 전세계 150만명의 사망 원인일 정도로 위협적인 간염은 주로 만성 B형, C형 간염이다. 전세계 약 2억5700만명이 B형 간염에 시달리고, C형 간염에 걸린 환자도 7100만명에 달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간암의 약 85%는 B·C형 간염이 원인이다. 만성 B형 간염이 70%, 만성 C형 간염이 15%를 차지한다.

◆A형 간염, 증상 심하지만 회복 빨라…한번 앓으면 평생 면역

A형 간염은 무더운 여름철에 특히 기승을 부리는 1군 감염병이다. 주로 오염된 손과 물, 음식(특히 조개류), 대소변을 통해 입으로 감염된다. A형 간염은 전염성이 높아 집단발병 소지가 큰 편이다. 지난 2019년 한해만 1만8000여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전신 피로감이나 근육통이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구토, 발열 등의 전신증상이 나타나 몸살감기 또는 위염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눈 흰자위에 노란 황달기가 생긴 후에야 A형 간염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몸 안에 들어오면 평균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심하고 높은 간수치 상승을 보이지만 빠른 호전과 회복을 보이며 급성간염 형태로 나타난다.

A형 간염에 걸리면 적절한 영양 섭취와 안정을 취하는 것 외에 아직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대부분 병원에 입원해 수액 치료 등 대증요법을 통해 회복된다. 전문의들은 개인위생과 함께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만이 가장 효과적인 질병 관리법이라고 강조한다.

대신 A형 간염은 한번 앓고 나면 평생 면역이 생긴다. 또 간암 발생과는 관련이 없다.

A형 간염은 예방백신도 개발돼 있다. 2회에 걸쳐 만 1~16세에 1차 접종을 진행하고, 이로부터 6~12개월 후 추가 접종한다.

권정현 교수는 “국내 A형 간염 환자 절반이 20~30대이고, 50대 이상은 어린시절 A형 간염을 앓아 면역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환경위생이 개선돼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았던 현재의 20~40대가 A형 간염 취약층”이라고 말했다.

◆B형 간염, 간경변·간암의 중요한 원인…‘주의’ 필요

국내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은 2000년대 3%대에서 2019년 10세 이상에서 2%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백신 상용화 이전인 1980년대는 8~10%로 높았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만성 B형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한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만성간염과 간경변증 환자의 약 70%, 간암 환자의 약 60%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 체액, 감염된 사람과의 성적 접촉, 주사기 바늘 공동 사용 등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바이러스 보유 여성의 출산 시 아기가 감염되는 모자간 수직감염이 가장 중요한 감염경로로 알려진다. 그러나 현재는 만성 B형 간염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라도 출산 후 12시간 안에 예방접종과 면역글로불린 추가 접종으로 감염률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예방접종은 총 3회에 걸쳐 진행한다. 특히 B형 간염 보유자의 가족, 수혈을 자주 받아야 하는 환자, 혈액투석 환자 등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만큼 반드시 예방접종을 권한다.

만성 B형 간염 환자라도 간수치가 정상인 경우가 많고 가변운 경우에는 증상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나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복수가 차고 황달이 생기는 간경변으로 진행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또 자각 증상은 전혀 없지만 건강검진이나 우연히 받은 검사에서 간암이 진단돼 내원한 경우도 많은데, 이때도 B형 간염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수직감염 가족력이 있거나 B형 간염 양성으로 알고 있는 경우에는 증상 유무, 간수치 등과 상관없이 무조건 정기검진을 통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의 진행을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내성이 적고 효과가 좋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간경변 진행이나 간암 발생을 크게 낮추고 있다.

권정현 교수는 “간경변으로 진행하지 않거나 간수치가 정상이더라도 간암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와 간암표지자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항바이러스제는 임의로 투약을 중단할 경우 바이러스 돌파현상에 의한 급격한 간수치 증가 등 치료제의 내성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형 간염, 백신 없지만 치료제로 95% 이상 완치

C형 간염 역시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예전에는 수혈을 통해 주로 감염됐지만 1991년부터 헌혈 혈액에 대한 C형 간염 바이러스 선별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은 크게 줄었다. 반면 정맥주사 약물 남용, 주사침 찔림 손상, 침술, 문신 등 오염 혈액에 노출된 경우가 절반을 차지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300만~400만명이 감염되고 이 중 절반 이상은 아시아 지역 환자들이다.

국내 C형 간염은 여러 경로를 거쳐 처음 바이러스에 노출되는데 이 경우 최대 85%는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만성 C형간염으로 발전한다. 문제는 C형 간염 환자의 80%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복수, 황달, 간종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간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다.

C형 간염은 현재 백신이 없어 알려진 혈액전파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감염경로노출에 고위험군인 경우 건강검진을 통해 본인의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C형 간염은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C형 간염으로 진단되면 추가로 유전자형 검사를 실시한다. 1형부터 6형까지 총 6가지가 있기 때문에 정밀한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어떤 바이러스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유전자형에 따라 치료 약제나 치료 기간이 달라진다. 이처럼 검사방법이 복잡한 대신 한번 정확한 유전자형을 밝혀내면 치료제로 95%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C형 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간염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다만 C형 간염의 경우 완치 후에도 안심은 금물이다. 간경변, 간암 발생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치료 후에도 다시 언제 어디서 재감염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권정현 교수는 “B·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이지만 증상이 없고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병원을 내원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며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와 있고 여러 발전된 진단법으로 간경변 진행과 간암 발생 예방이 가능한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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