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몸 쓰는 것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했고 헬스와 요가 등도 즐겼다. 어느 순간 그동안 했던 운동의 결과물을 내고 싶었다. 보디 프로필(Body Profile) 사진을 찍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신에 대한 동기부여이자 목표였다. 보디프로필 찍기를 시작으로 계속 다른 목표가 생겼고 그 도전을 즐기고 있다. 운동 마니아 이소연 씨(37) 얘기다.
“어느 순간 보디 프로필 한번 찍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운동하는 것보다는 목표가 있어야 더 열심히 할 것 같았죠.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죠. 러닝머신을 달리는 것은 싫고 그래서 서울 한강 근처에 사니까 한강공원을 달렸죠. 그런데 새 세상이 열렸어요. 헬스장과 요가장에선 느끼지 못한 광경들이 펼쳐졌어요. 강도 있고 나무도 있고 사람도 있고…. 야경은 또 다른 느낌을 줬어요. 풍광을 보며 달리는 게 좋았어요.”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초 보디 프로필을 찍기로 마음먹은 뒤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 지방을 완전히 빼기 위해 유산소 운동으로 달려야 한다고 권유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달리기가 가장 최애(最愛) 스포츠가 됐다.
물론 처음부터 잘 달릴 순 없었다. 천천히 조금씩 거리를 늘렸다. 2~3km, 5km…. 안 뛰다 달리니 관절에도 부담이 갔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만들며 달렸더니 좋아졌다. 달리면 호흡도 가빠지고 힘들지만 특정 거리를 완주한 뒤 느끼는 기분이 좋았다. 요가 등 정적인 운동을 했을 때완 다른 활기를 느꼈다. 그해 가을 10km 마라톤에 참가해 55분에 완주했다. 한참 달리기에 빠져 있는데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모두 취소됐다. 함께 달리지도 말라고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남산 트레일러닝. 도로보다는 산이 통제에서 좀 더 자유로웠다. 그는 “인터넷 서핑으로 남산에서 트레일러닝을 함께 하는 동호회 찰스런을 찾았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 모여 함께 남산을 달리는데 또 다른 맛이 있었다”고 했다. 2017년 겨울 만들어진 찰스런은 산을 달리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모임이다.
“산을 달릴 땐 오르막을 다 달리진 못해요. 너무 힘들어 걷기도 하죠. 그럴 땐 주위 풍광을 봅니다. 풀과 나무, 꼭 바위 등이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자연을 온전히 느낀다는 기분이랄까. 전 비온 다음날 산에 오르는데 산뜻한 기분에 물, 풀 냄새가 너무 좋아요.”
이후 산을 달리는 즐거움에 빠졌다. 2020년 7월 강원도 정선에서 열리는 ‘운탄고도’ 트레일러닝 22km를 3시간20분에 완주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에 출전하는 바람에 무릎도 좋지 않아 2021년엔 대회 출전을 자제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거제지맥 트레일러닝 24km. 북한산 12성 종주 트레일러닝 14km 등에 출전했다.
이 씨는 7월 초에는 울릉도 트레일러닝을 다녀왔다. 울릉천국아트센터에서 출발해 나리분지와 성인봉을 거쳐 대아리조트로 내려가는 15km 코스. 그는 “생각보다 산이 험하고 원시림이라 힘들었다. 하지만 울릉도가 너무 맑고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육지에선 보기 힘든 풀도 많았다.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 씨가 즐기는 운동은 다양하다. 거의 매일 10km를 달린다. 거기에 더해서 월요일엔 테니스, 수요일과 금요일엔 헬스, 목요일엔 찰스런 트레일러닝, 주말엔 사이클 라이딩과 장거리 달리기를 한다. 어릴 때부터 즐긴 수영은 가끔 생각날 때 한다. 철인3종 대회에 출전하려고 사이클을 샀는데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주말 라이딩 용으로 쓰고 있다. 다시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대회 참가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이클은 한강공원 등에서 모여 남산 북악산을 오르고 돌아오는 코스를 자주 달린다. 일요일엔 달리기 동호회에서 함께 질주한다.
이 씨가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방식은 운동의 즐거움을 더하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크로스트레이닝(Cross-Training)으로 볼 수 있다. 한 종목만 계속 하면 흥미가 떨어지고 어느 순간 운동이 스트레스가 돼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크로스 트레이닝의 정의는 스포츠나 피트니스 현장에서 다양한 운동으로 몸의 다양한 부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특정 운동은 특정 근육만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크로스 트레이닝은 이런 불균형을 막기 위한 훈련법이다.
예를 들어 마라톤과 사이클을 하게 되면 마라톤이 잘 안될 땐 사이클을 타고, 사이클이 잘 안 될 땐 마라톤을 하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다양한 종목을 하게 되면 지루함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성취감이 배가 된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사이클을 타다보면 어느 순간 마라톤을 할 때 안 되던 것이 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특정 종목에 얽매이다보면 해결 되지 않는 문제가 다른 종목을 할 때 해결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마라톤과 사이클 두 종목 모두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다양한 운동을 하면서도 달리기에서 큰 즐거움을 찾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사이클보다 달리는 게 더 맞아요. 달리다 쉬었다 다시 달리면 쉽게 적응할 수 있는데 사이클 타다 다시 달리기로 오면 그 스피드 감을 느끼지 못해 달리는 게 힘들어요. 사이클이 주는 맛도 있지만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며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는 달리기가 더 매력적입니다. 5월에는 매일 20km를 15일 연속 달리는 도전을 했어요. 함께 달리는 동호회에서 실시한 챌린지였는데 힘들었지만 끝낸 뒤엔 해냈다는 성취감에 기분이 좋았어요.”
달리며 선의의 경쟁심도 생겼다. 그는 “같이 시작했는데 한 친구가 엄청 잘 달리니 부러웠다. 나는 항상 제자리인 것 같고. 그래서 더 열심히 달리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바리스타였던 이 씨는 운동을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 5월 종합스포츠용품업체 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데 근처 헬스클럽과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사이클 라이딩을 회사 직원들과 함께 하기도 한다.
“솔직히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좀 질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직을 꺼렸는데….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맘껏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이 씨는 10월 42.195km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다. 도로와 산을 달리지만 결국 목표가 있어야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풀코스를 달리기 위해 주말에 25km LSD(Long Slow Distance)를 하고 있다. 하프코스까지야 훈련 안 해도 달릴 수 있지만 풀코스는 30km나 35km까지 달리는 훈련을 하지 못하면 완주가 어렵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 몽블랑)에도 갈 생각이다.
“목표가 절 움직입니다. 보디 프로필 때문에 달리기 시작했고, 트레일러닝까지 하게 됐죠. 이젠 마라톤 풀코스, 트레일러닝 100km도 도전할 겁니다.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도전하는 자체로 제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이 씨는 이런 운동의 결과물을 보디 프로필로 남겼다. 2019년부터 매년 보디 프로필을 찍고 있고 올 5월에도 3차례 찍었다. 그는 “운동을 열심히 해 찍은 보디프로필은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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