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내, 아들 걸쳐 3대 운동
“어려워 계속 도전하게 하는 게 매력”
2030세대 운동, 재미, SNS 세 토끼
라켓 신발 용품 완판, 코트 부킹 전쟁
서울 강남의 한 야외 테니스장은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자정 무렵까지 환하게 라이트를 켜고 게임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넘쳐나면서 빈 코트를 찾기 힘들 정도 이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A사장은 “퇴근 후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야간 코트 예약이 더 어렵다. 오전 2시까지 공을 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씨는 서울 성남시 집 근처에서 테니스를 배우기 위해 애를 태우고 있다. 레슨 받으려면 3개월 이상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 B 씨는 “주위에 테니스에 빠진 직장 동료, 친구들이 많다. 같이 어울리고 싶은데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테니스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테니스 붐이 일어나면서 라켓, 의류, 신발 등 용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몰려드는 수요에 코트 부킹 전쟁까지 펼쳐지고 있다.
●신혼여행 때 라켓, 공 챙긴 열성
테니스와 남다른 인연을 지닌 가수 윤종신(53)은 이같은 코트 열기가 누구보다 반갑다.
윤종신이 처음 라켓을 잡은 건 초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 후반이다. 아버지 영향으로 시작했던 그는 테니스로 결혼에 골인까지 했다. 테니스 동호회에서 테니스 스타 출신 전미라를 만나 2006년 결혼식을 올렸다. 전미라는 주니어 윔블던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결승 상대는 세계 랭킹 1위로 이름을 날린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전미라는 2004년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 복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 최초의 WTA투어 대회 복식 우승이다. 하와이 신혼여행 때 라켓과 공까지 챙겨갔다.
윤종신은 지난달 농협이 주최한 아마추어 동호인테니스대회에 중학생 아들과 복식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처음 대회에 나선 윤 씨 부자는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3대에 걸쳐 40년 넘게 라켓을 잡고 있는 것이다.
윤종신은 “예전에는 테니스가 아파트 단지 위주로 중년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요즘은 가족, 연인, 회사원 등 다양한 계층이 한데 어울려 운동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SNS시대를 맞아 젊은 남녀들에게 테니스가 자신의 생활을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의상도 꾸밀 수 있고 잘 쳤을 때 폼도 난다”고 분석했다.
●하루 5게임 다이어트 효과 확실
윤종신은 건강에 부쩍 신경 쓰게 된 50대에 접어든 2019년부터 테니스를 ‘바짝’ 치고 있다. 작업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에서 레슨을 받고 있으며, 1주일 두 번 모임에 나가 3,4시간 복식을 한다. 4,5게임 하면 하루에 체중 2.5kg 정도 빠지게 돼 다이어트 걱정 없이 늘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운동 후 샤워하고 밥을 먹거나 음악 작업을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백핸드에 자신이 있다는 윤종신은 레슨 때 발리와 함께 스텝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스플릿 스텝(두 다리를 가볍게 점프하는 기본 동작)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스텝이 좋아야 좋은 스트로크를 날릴 수 있어요. 초보자 때 공치는데 매달리다보니 스텝을 제대로 못했어요. 지루하기도 하고요.”
●테니스 용품 관련 매출 200% 증가
윤종신에 따르면 재밌지만 어려워 늘 도전하게 만드는 게 테니스의 매력이라고 한다. “테니스에 들인 노력이 아까워 골프를 안 합니다. 골프는 정지된 공을 치는 데 테니스는 많이 뛰어야 해서 더 재밌어요. 몸을 부딪치는 축구는 위험할 수 있는데 네트를 사이에 두고 플레이하니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요. 4명에서 8명까지 어울려 칠 수 있어 사교에도 좋고요.”
자신의 이름을 딴 테니스 아카데미를 하며 지도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미라는 “테니스 같은 구기 종목은 구력이 중요하다.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한 여성 테니스 동호인은 “테니스는 매우 어려운 종목이라 쉽게 성취할 수 없지만, 그것을 성취할 때 오는 쾌감이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SSG닷컴에 따르면 6월 테니스·스쿼시용품 및 의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증가했다. 테니스라켓(130%), 테니스화(72%), 테니스공(20%) 등 관련 용품 매출도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전국에 실내테니스장은 700개 가까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강생이 폭증하면서 테니스 코치는 귀한 몸이 됐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테니스는 전통적으로 상류층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프로 스타들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게 돼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평소 팔꿈치 주변 근력 강화 중요
테니스에서 부상은 주로 팔꿈치 외측에 튀어나온 뼈 주위로 올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김명서 교수는 “부상 방지를 위해 플레이에 앞서 팔꿈치 부위 온찜질 및 손목, 전완부(팔꿈치와 손목 사이) 근육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힘줄을 이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팔꿈치 관절 주위 힘줄에 염증이 발생하는 테니스 엘보우를 방지하려면 평소 근력을 키워야 하며 자신에게 맞는 크기의 라켓 선택, 규칙적인 휴식과 손목 스트레칭, 팔꿈치 보호대 착용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더운 날씨에는 테니스 칠 때도 각별히 유의를 해야 한다. 김명서 교수는 “열이 체내에 쌓이지 않게끔 가벼운 복장과, 특히 실외 테니스의 경우 해를 계속 쬐면서 운동하기 때문에 틈틈이 물이나, 이온음료를 통해 수분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기온이 33도 이상의 폭염주의보 상태에서는 1시간에 10~15분가량 그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가 내린 직후 또는 직전에는 습도가 높게 되므로 땀 증발이 되지 않아 온열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돼 휴식시간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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