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텐도 [1] 테이프 커터·디스펜서 국내외 시장 전략 알고파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9월 6일 15시 25분


[스케일업코리아 x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스케일업코리아는 스타트업이 고민을 해결하고 한 단계 도약하도록 돕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합니다. 인터뷰로 스타트업의 장점과 성과, 대표의 고민을 살펴봅니다. 이어 비즈니스모델 분석으로 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 곳으로 이끌 전문가의 조언도 이어집니다.

OPP테이프(이하 테이프)만큼 우리 생활 곳곳에서 자주 쓰는 것이 또 있을까. 택배용 상자를 조립해 고정할 때, 깨진 제품을 고칠 때나 비닐 봉지의 포장을 단단하게 여밀 때. 생산 현장이나 도소매 업체에서, 집이나 회사에서, 종교 시설이나 학교에서, 식당과 매장 등에서. 테이프는 장소와 용도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한다.

우리는 테이프를 쓸 때 별 생각 없이 주욱 잡아늘여 칼이나 가위로 잘라서 쓴다. 더러는 테이프를 손쉽게, 일정한 크기로 잘라주는 테이프 커터기나 디스펜서도 쓴다. 그리고 느낀다. 테이프를 그냥 자르려면 은근히 힘이 들고 균일한 크기로 좀처럼 잘라지지 않는 것을. 테이프 커터기나 디스펜서를 몇 달 쓰면 칼날이 무뎌져 테이프가 잘 잘리지 않고, 여기저기 고장이 나서 쓸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을. 그래서 힘을 줘 쓰다가 손목과 팔이 피곤해지는 것을.

스케일업코리아의 텐도 스케일업 현장. 출처 = IT동아

이렇게 불편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냥 테이프를 잘라 쓰는 데 익숙하다. 테이프 커터기나 디스펜서가 쓰기 불편해도 그냥 참고, 행여 고장이 나면 새 제품을 산다.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스케일업코리아의 스케일업에 참가한 기업, 텐도의 오용철 대표도 한 때는 그랬다. 하지만, 이내 그는 테이프와 포장 업계의 불편을 해결하려 마음 먹고 텐도를 세웠다.

테이프 커터기 연구 개발에 진심인 텐도. 신제품 텐도 4세대(P-2200) 써 보니

텐도는 디자인, 실용성을 모두 갖춘 포장용품을 만든다. 주요 상품은 테이프를 자를 때 쓰는 ‘테이프 커터기’다. 일자로 된 커터기 칼날의 각도를 10° 기울이면, 손목에 무리를 주지 않고 테이프를 한결 쉽고 깔끔하게 자른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텐도(10°)다. 테이프 커터기뿐만 아니라 포장용 테이프도 만든다.

텐도를 이끄는 오용철 대표는 대학교 공업디자인과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래선지 텐도의 제품 곳곳에는 그의 세심한 디자인 철학이 녹았다. 그래선지 굿 디자인 어워드 선정, 글로벌 생활명품제품 선정등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인정 받았다. 기술면에서도 세계 3대 발명대회라 불리는 미국 피츠버그와 스위스 발명대회, 독일 iF발명대회에서 각각 금, 은, 동상을 수상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테이프 디스펜서 특허를 한국과 미국, 유럽, 일본, 중국등의 국가에 32건 등록하고 10건을 출원 중일 만큼 기술 연구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텐도 상품을 소개하는 오용철 대표. 출처 = IT동아

테이프와 테이프 커터기, 단순한 포장용품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다. 우리 삶 속에 테이프가 없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불편할까.

오용철 대표는 이미 2013년 텐도를 설립, 지금껏 운영 중이다. “쉽고! 빠른! 포장마법사-텐도”라는 슬로건 아래 누구나 갖고 싶은 매력적인 디자인, 혁신 기능을 갖춘 포장 용품을 앞세워 연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고 2025년에는 세계 포장용품 브랜드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이 그의 꿈이다.

오용철 대표의 꿈을 이룰 텐도의 신제품 ‘텐도 4세대’를 살펴봤다. 택배 포장 박스에 테이프를 붙일 때 쓰기 좋은 핸디형 테이프 커터기다. 본체 가운데 그어진 붉은 선은 박스에 테이프를 붙일 때 중심을 잡도록, 그래서 테이프를 양쪽면에 균일하게 붙이도록 돕는다고 한다. 절삭력을 높이기 위해 칼날를 두껍게 설계하고 연마과정을 커친다고 한다. 또한 업계 유일하게 고가의 고급 크롬 코팅을 칼날에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오래 써서 칼날이 무뎌지면, 본체를 원터치 조작해 손쉽게 교체해 꾸준히 오래 쓴다.

텐도의 테이프 커터 텐도 4세대. 출처 = 텐도
텐도의 테이프 커터 텐도 4세대. 출처 = 텐도

텐도 4세대 제품으로 테이프를 박스에 붙여보니, 평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손 끝으로 전해진다. 편하다. 부드럽게 밀리며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TPE 고급 고무소재로 본체 외관을 감싸 손에 쥐는 느낌이 좋으며 고무 손잡이 덕분에 손에서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본체 누름판이 테이프를 자르자마자 잘 붙도록 꾹 눌러준다. 그야말로 손에 쩍 달라붙는 느낌이다. 또한 텐도 4세대는 왼손과 오른손 어떤 손으로 쓰든 같은 감각과 편의를 주며, 본체에 받침이 있어 세워 보관 가능해 공간 활용성이 좋다.

오용철 대표는 텐도 4세대가 잡기 편하고 테이프를 손쉽게 잘라 손목 통증을 예방하며 업무 시간까지 단축, 효율을 높인다고 강조한다.

텐도, 다분할 디스펜서로 세계 포장 용품 시장 노린다

단순한 테이프 커터기라고 생각했는데, 텐도 4를 써 보니 확실히 기존 제품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 오용철 대표는 스케일업코리아 팀에게 5년의 시간을 들여 개발한 야심작인 신제품 ‘텐도 다분할 디스펜서’를 소개했다. 동그란 손잡이를 돌리면 테이프를 일정 간격으로 잘라 주는, 일명 물레방아 디스펜서다.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자주 쓰는 익숙한 제품이다. 그는 신제품 텐도 다분할 디스펜서 역시 기존 제품과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텐도의 신제품 테이프 다분할 디스펜서. 출처 = IT동아

무엇이 다를까?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갖가지 편의 기능과 깔끔한 겉모습이 돋보인다. 기존 테이프 디스펜서는 원하는 폭의 테이프를 사서 길이만 조절해 자르는 정도였다. 테이프 폭을 바꿔 사용하려면 폭이 다른 테이프를 따로 사서 교체해 써야 했다.

텐도의 다분할 디스펜서는 일반 박스 테이프를 사용해 원하는 폭을 사용자가 조절 가능하다. 1/1, 1/2, 1/3, 1/4로 1차 폭을 자르고, 2차로 길이를 일정 간격으로 잘라 간편하게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물론, 손가락 하나 두께의 얇은 테이프를 네 개까지 넣어 사용할 수도 있다.

박스 테이프를 자르지 않고 넓게 써도 되고, 세 개 혹은 네 개로 나눠 좁게 써도 된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칼날의 위치만 바꾸면 된다. 테이프 디스펜서 한 대를 여러 용도로 쓰는 셈이다. 가장 가격이 싼 박스 테이프 하나만 써도 여러 가지 규격과 길이를 조절해서 쓰니, 사용자는 각기 다른 규격의 테이프를 여러 개 사느라 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텐도의 신제품 테이프 다분할 디스펜서. 출처 = IT동아

텐도의 다분할 디스펜서는 절삭력도 좋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일자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절단면이다. 다른 테이프 디스펜서의 톱니 모양 절단면과 다르다. 테이프를 일자로 절단해 보기에도 깔끔하며 테이프를 떼어낼 때 한번에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오용철 대표는 칼날을 열처리 연마해 절삭력을 높여 적은 힘으로 테이프를 절단한다고 강조한다. 손잡이도 저소음 설계했다. 텐도의 테이프 디스펜서는 전용 무소음 테이프를 사용하여 돌리고 자를 때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직접 다뤄 보니, 텐도의 다분할 디스펜서의 또 하나의 장점을 느꼈다. 무게 배분이 잘 돼 사용 중 본체가 밀려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한 손으로도 안정적으로 사용한다. 오용철 대표는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무소음 박스 테이프를 제작했다며, 이 박스 테이프에 기업이나 체인점의 로고를 넣는 주문 생산도 한다고 말했다.

텐도의 신제품 테이프 다분할 디스펜서. 출처 = IT동아

텐도의 다분할 디스펜서는 우리나라 한 크라우드펀딩에서 1억 5,000만 원의 판매 금액과 만점에 가까운 소비자 평가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텐도 “요식업체 및 판매 매장, 사무실 등 테이프 필요한 모든 곳에 우리 제품 공급하고파”

오용철 대표는 스케일업 팀에게 텐도에서 만든 테이프 커터기의 장점과 철학을 설명하며, 현재 21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텐도 제품을 세계 모든 나라의 일터에 공급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오용철 대표가 눈여겨보는 곳은 패스트푸드, 백화점 등 매장이다. 음식을 포장하고 영수증과 배달 전표를 붙일 때, 선물 포장, 쇼핑백 등을 붙일 때 테이프를 쓴다. 텐도의 포장 용품을 이 곳에 공급해 사용자의 손목 피로와 소음을 줄인다. 테이프 사용 효율을 높여 비품 구매비용을 절약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물론 사무실, 어린이집,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도 텐도의 다분할 디스펜서가 활약할 것이다.

텐도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오용철 대표. 출처 = IT동아

해외 포장용품 시장 진출도 차근차근 준비한다. 시작은 크라우드펀딩이다. 텐도는 일본의 유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마쿠아케에서 곧 펀딩을 시작한다. 규모가 큰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단으로는 아마존 입점을 선택했다.

오용철 대표는 미국과 유럽 포장용품 시장을 분석해, 많은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건 타입 제품'도 개발 완료했다고 전했다. 이 제품을 출시해 해외 거래처를 확보하고 수출량도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

신제품도 준비한다. 텐도는 2023년 안에 연구 개발을 마친 신제품 5종을 출시 예정이다. 건 타입에 이어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차별화된 성능을 갖춘 포장 상품을 출시 예정이다.

영업 마케팅과 고객 발굴, 인지도 알리기와 복제 제품 견제…속속 드러나는 텐도의 고민

오용철 대표는 다분할 디스펜서를 포함해, 열정과 성의를 다해 만든 포장 용품을 잘 알리려고 스케일업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 포장용품 시장 제패에 도전하면서 느낀 고민과 한계를 솔직히 이야기했다.

텐도는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매장처럼 테이프를 많이 쓰는 B2B 시장을 잘 공략하지 못했다. 인력도, 자원도 부족해서다. 그러다보니 텐도 상표와 제품의 성격을 명확하게 굳혀 소비자에게 알리는 홍보 마케팅, 새로운 먹거리가 될 비즈니스모델 발굴에도 소홀했다. 이 상태로 해외 진출 전략을 세우는 것도 어렵다.

텐도의 상품과 비즈니스모델을 분석 중인 스케일업코리아 팀. 출처 = IT동아

가장 시급하고 큰 문제는 텐도의 상표 인지도를 알리는 것이다. 시장에는 수많은 테이프 커터기, 디스펜서가 있다. 텐도의 제품을 한 번이라도 써 본 사람은 곧바로 매료된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에 한 번이라도 쓰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오용철 대표가 너무 튼튼하고 편리하게 만든 탓에, 텐도의 제품들은 교체 주기가 길다고 한다. 그래서 테이프 커터기가 아닌, 테이프와 작업용 코팅장갑등을 판매하는 전략도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외 동종 업체들과의 단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한다. 중국은 세계 테이프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텐도의 가장 큰 경쟁자이자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다.

텐도의 상품과 비즈니스모델을 분석 중인 스케일업코리아 팀. 출처 = IT동아

게다가, 중국산 복제 제품도 많이 나와 오용철 대표의 생각을 복잡하게 한다. 텐도가 발명 특허를 수십 건 이상 출원한 까닭이 이것이다. 세계 포장 용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는 텐도는 제품을 차별화한 후 홍보 마케팅을 적극 펴야 하는데, 복제 제품이 많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그는 ‘탄산음료’ 하면 으레 ‘콜라’를 떠올리듯, 소비자가 ‘테이프 커터기와 디스펜서’라고 하면 ‘텐도’가 떠오르도록 할 전략을 원했다.

테이프가 환경 문제에 휘말린 것도 오용철 대표의 고민이다. 세계에서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난다.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재활용하기 어려운, 환경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테이프는 이 기조와 어울리지 않는다. 오용철 대표는 과거 종이 테이프를 개발한 경력도 있다며, 친환경 기조에 맞게 텐도의 디자인 철학을 바꿀 각오도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출 해외로의 공장 이전 문제, 테이프의 수요를 꾸준히 일으킬 구독 모델의 발전, 테이프 포장을 자주 하는 3PL 기업으로의 제품 공급 전략도 오용철 대표가 늘 하는 고민이다.

텐도의 상품과 비즈니스모델을 분석 중인 스케일업코리아 팀. 출처 = IT동아


오용철 대표의 고민을 들은 스케일업코리아 팀은 지금까지 텐도가 이룬 성과와 비즈니스모델 분석을 통해 해결점을 찾았다.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는 텐도의 비즈니스모델과 주요 상품을 상세히 분석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오용철 대표의 고민과 텐도에게 주어진 과제, 시장 상황과 새로운 소비자층, 이들을 포섭할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다음 기사에서 진단 결과와 해법을 살펴본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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