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지영 씨는 웬만하면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는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바빠도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온갖 잡무를 떠안고 야근을 한다. 그렇다. 그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 자신과 남에게 가치를 매긴다. 우리가 남을 대하는 방식은 이런 가치매김에 근거해 나타난다. 만약 나의 가치, 즉 내 ‘몸값’을 금으로 따질 때 100돈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부모, 배우자, 자식, 상사, 연인은 몇 돈일까. 나보다 그들의 몸값을 높게 매긴 것은 아닐까?
지영 씨 같은 이들에겐 나와 상대방의 가치를 수치화해서 생각해 보는 ‘몸값 요법’을 권한다. 몸값 요법의 핵심은 ‘내 몸값을 남보다 낮게 매기지 않는 것’이다. 지영 씨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살피는 사람은 자신의 몸값이 100돈일 때 남의 몸값은 150돈인 양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계속 상대의 눈치를 보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불안감과 스트레스, 피곤함이 상당하다. 고부 갈등, 상사의 갑질, 연인 간의 가스라이팅 등에서 오는 정신적 폐해가 대표적이다.
인간관계는 등가로 상호 작용할 때 건강하고 오래가는 법이다. 불균형한 관계에서 자꾸 마음이 불편해진다면 ‘몸값 요법’을 통해 관계를 점검해 보자.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타인의 반응이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자신을 존중하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상대의 가치를 더 높이 매겨 물심양면으로 맞춰주면 상대방이 고마워하거나 상대도 나를 귀하게 여겨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의 가치를 낮춰 보고 함부로 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인간관계의 역학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의 노력과 시간을 무료 서비스처럼 제공하다 보면, 상대는 자연스레 나의 호의를 무료로 여기게 되는 법이다.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기를 바란다면? 먼저 나 자신을 존중하고 살뜰하게 챙기자. 타인을 챙기는 일은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만 하자. 남을 챙기느라 나를 돌보지 앉는 것은 일종의 방임이다.
나의 희생을 요구하는 부당한 부탁에는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아는 지혜를 기르자.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나의 가치를 함부로 할인하지 말자. 나의 가치는 금 100돈이기에. 내가 나를 귀하게 여겨야 남도 나를 귀하게 여긴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9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4만3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을 위한 시리즈 1- 몸값 요법’(https://youtu.be/AjqJblMmxSY)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