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를 비롯한 블록체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정보는 디스코드나 트위터 등의 SNS에서 공유가 되는데, 결국 목 마른 자가 정보의 바다에서 발품을 팔아 정보를 찾아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업계 사정을 빠르게 확인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언론을 통해서 정보를 얻을 것이다.
문제는 NFT와 블록체인을 설명하는 글을 읽어도 머릿속에 있는 짙은 안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쉽지 않은 기술이고, 이를 이해하려면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5년 동안 경제방송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동향을 설명하는 일을 해온 게임체인의 이광호 대표를 만났다. 그와 함께 블록체인, NFT에 대한 개념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NFT가 어떤 비즈니스로 확장될 수 있는지, 이 산업에 대해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하고 이를 두 편의 기사로 풀어내려고 한다.
NFT, 디지털 파일을 소유할 수 있게 하다
NFT는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 원본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는다. NFT를 통한 데이터의 소유권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 NFT시장의 대세는 컬렉터블 프로젝트다. 컬렉터블은 머리색이나 눈의 색 등이 다른, 조금씩 비슷한 이미지로 구성된 1만 개 정도의 NFT 작품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가 있다. 컬렉터블 NFT는 신기하고, 희귀한 그림의 모음만을 뜻하진 않는다. NFT 보유자들은 컬렉터블 NFT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BAYC 등의 NFT는 홀더를 위한 네트워킹 파티를 주최하기도 하며, 국내에서도 블루칩 NFT 홀더가 모인 네트워킹 행사가 열린다. 인맥을 쌓는 것이든, 새롭게 제작되는 NFT 할인이든 사람들은 특정한 혜택을 바라고 NFT를 구매한다.
NFT를 플랫폼을 넘나들어 활용하는 크로스플랫폼의 움직임도 존재한다. 여러 게임 플랫폼이 협약을 맺어 특정 NFT 아이템을 함께 사용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기존엔 A라는 게임의 서비스가 종료되면 게임 아이템도 사라졌다. 이용자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음에도 이에 대해 보상받을 방법이 없었다.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현재도 크로스플랫폼 방식의 NFT 활용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NFT를 게임과 메타버스 등의 플랫폼에 접목하게 되면 이용자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게 되고, 이를 처분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이 사라지면 아이템도 없어진다’는 전통적인 게임 비즈니스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을 넘나드는 플레이를 통해 NFT를 이용한 아이템의 융합, 창조 등 다양한 활용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내 참여 게임 수가 증가할수록 다양한 서비스 모델과 아이템 활용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다만, A게임과 B게임의 세계관과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템이 상호 운용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A게임의 ‘칼’ 아이템을 세계관이 다른 B게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체인의 이광호 대표는 게임 간의 상호 운용성을 위한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 메타버스와 엔진은 GTA5와 마인크래프트에서 활용하는 ‘메타홈’ NFT를 출시했다. GTA5에선 메타홈 NFT를 슈퍼카 등의 아이템과 교환할 수 있고, 마인크래프트에선 검과 교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물 경제에 접목되는 NFT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NFT를 실물 경제의 거래 시스템에도 쓸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본에선 부동산과 중고차 거래 시장에 NFT를 활용하는 시도가 이뤄졌다. 일본 가상자산 기업인 리풀(LIFULL)은 일본의 빈집과 소유자 미상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NFT 활용 방안을 연구했다. 부동산의 권리 이전의 이력관리, 계약서 및 등기부를 기록한 NFT를 발행했고, 사람들이 부동산 정보와 계약 내용을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타와 블록체인 기업인 데이터체인도 자동차 소유권 이전에 NFT를 활용하는 실험을 했다. 교통법규 위반 사항, 자동차 제조이력, 정비이력 등을 관련 기관에서 수집해 해당 차량에 대한 NFT를 발행한 것이다. NFT를 통해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권리 이전 등의 차량 정보를 확인하고 진위를 검증할 수 있다.
국내에선 게임체인이 뮤지컬 나폴레옹의 티켓에 NFT를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연 티켓에 거래 내역이 공개되는 NFT를 적용하면 2차 거래가 투명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암표 거래를 막을 수 있다.
실물경제에 NFT를 활용하는 방식엔 부동산 미술품 등의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조각투자로 판매하는 STO(증권형토큰)도 있다. STO는 부동산 등의 자산에 증권처럼 토큰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이나 예술품처럼 분할 투자가 어려운 자산에 토큰을 발행해 소액투자가 가능하며, 해당 자산의 유동성도 개선될 수 있다.
기존의 STO는 위변조 위험이 있어 상당한 거래 비용이 불가피했다. 예를 들어, STO 파일이 위변조된 것은 아닌지 기술적 검토가 필요했고, 문제가 발생할 시 법적 리스크도 대비가 필요했다. STO와 NFT가 결합하면, STO의 거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원본임을 입증하는 NFT가 STO 위변조 위험을 크게 낮춘다.
한양대 이장우 교수(업루트 대표)는 “한국은 STO가 자본시장법을 따른다. 그런데, STO형태의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세부 가이드라인이 아직 없다. STO가 법제화되면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올 거고, 이런 형태에 따라 NFT가 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STO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게임체인 이광호 대표는 “현재 기업에서 자사 멤버십으로 NFT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NFT를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지점에 언제 가는지, 무슨 상품을 샀는지 등의 구매패턴 데이터를 축적해 이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들은 NFT 멤버십을 구매하면 혜택을 받으니 이를 더욱 사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좋은 비즈니스, 즉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에 NFT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NFT라는 이름을 붙여서 돈을 모으는 방식은 장기적인 비즈니스 플랜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NFT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소유권과 저작권이 함께 거래되는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FT는 원본 증명서 역할을 하지만 이게 법적으로 소유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NFT로 원본을 소유하고 있어도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저작권과 소유권을 함께 양도하는 옵션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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