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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는 도둑·공해·뱀 세 가지가 없다. 반면, 물·돌·바람·미인·향나무 다섯 가지는 많다. 덕분에 바닷물은 맑고 푸르며 산은 깊고 깨끗하다. 이 매력에 매료된 관광객 수십만 명이 매년 울릉도를 찾는다. 하지만, 사실 울릉도에 갈 결심을 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울릉도에 가려면 먼저 경북 포항이나 울진, 강원 강릉까지 가야 한다. 이어 쾌속선을 타고 높은 파도와 싸우며 세 시간 이상 바닷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파도가 배를 세차게 때리고 흔드는 까닭에, 관광객 대부분은 심한 멀미에 시달린다. 경북 포항에서 출항하는 초대형 크루즈는 흔들림이 덜하므로 멀미할 염려를 상당 부분 줄인다. 2026년께 공항이 완공되면 한 시간 남짓 날아 울릉도까지 가는 하늘길도 열리니, 이 단점은 점차 해결될 예정이다.
울릉도에 발을 딛은 관광객을 에메랄드 빛깔 바다와 높고 푸르른 성인봉이 반긴다. 고즈넉한 해안 도로를 달리며 때 묻지 않은 울릉도의 풍광을 만끽하는 시간은 행복하지만, 이틀 남짓이면 끝난다. 그러면 관광객은 울릉도의 또 하나의 문제,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는 단점을 느낀다. 특히 울릉도에는 20대~30대 젊은 관광객이 선호하는 지역 축제,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에서 벌어지는 숙박 문화, 즐기고 놀 거리가 부족하다.
이는 인구 노령화의 탓도 있다. 2017년 행정안전부가 조사한 울릉도의 인구 수는 9,975명이다. 이 가운데 39세 이하 젊은 인구 수는 3,100여 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6,800여 명은 모두 40대 이상이다. 60대 이상 고령 인구도 3,200여 명에 달한다. 고령 인구는 대개 어업이나 식당 등 기존 산업에 종사한다. 울릉도는 제주도 수준의 관광 명소로 거듭날 각오를 밝혔지만, 고유한 개성이나 즐길 거리를 더 만들지 못하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장년의 지혜·경험과 기반에 젊은이의 아이디어·실행력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세대융합’은 쇠퇴하는 지방에 활기를 불어넣을 보약으로 통한다. 그리고 여기, 울릉도에서 세대융합을 시도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울릉도 최초의 스타트업 ‘울릉브루어리’를 세운 여상윤 대표와 정성훈 이사다.
여상윤 대표는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 회사에서 브랜딩 전문가로 성장했다. 우연히 들른 울릉도의 풍광과 자연에 매료된 그는 이 곳에서 꼭 사업을 하겠다는 각오를 오래 전부터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는 같은 광고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동시에 맥주 전문가 '브루 마스터'인 정성훈 이사를 만난다.
정성훈 이사의 가족은 맑고 품질 좋은 용출수가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울릉도 추산에서 5대째 살아온 토박이다. 그 역시 고향 울릉도의 자연과 장점을 알리려는 계획을 오래 전부터 세웠다. 뜻이 같은 두 젊은이가 의기투합해 스타트업을 세우기로 결심한다.
재미있게도, 둘이 생각한 사업 아이템은 같았다. 울릉도 추산의 맑은 용출수와 특산물로 만든 지역 ‘맥주’, 이 맥주와 어울리는 특산물 '식품', 그리고 이들을 토대로 젊은 여행자들을 불러모을 ‘문화와 콘텐츠’였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이름을 울릉브루어리로 삼고 맥주를 포함한 주요 상품과 콘텐츠를 기획했다. 이어 울릉도에 매료돼 귀농귀촌을 희망한 또 한 명의 청년, 브루어리를 꾸리고 이끌 전기 설비 경력을 가진 윤진형 이사가 울릉브루어리에 합류했다.
30대 나이, 울릉도를 사랑하는, 이 곳에서만 만날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지역 발전을 이끌 각오를 공통으로 한 세 젊은이가 모였다. 곧 합류할 맥주 생산 담당자, 펍(PUB) 운영과 상품 기획을 맡을 셰프도 이들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한다.
울릉도 추산 용출수는 프랑스의 대표 생수 에비앙(Evian)만큼이나 미네랄 성분이 많고 수질도 좋다고 한다. 라거와 에일 맥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이 미네랄 함량이다. 전국 곳곳의 유명 브루어리를 돌며 맥주를 연구하던 여상윤 대표와 정성훈 이사는 울릉도 추산 용출수로 만든 자신들의 맥주의 맛에 감탄했다고 한다.
울릉브루어리는 먼저 맥주를 네 종류 선보일 예정이다. 울릉도에 오는 젊은이들이 스쿠버 다이빙과 노지 캠핑, 자연설 스노우 보드 등 ‘액티비티’를 주로 즐기는 점에 착안해 상표를 ‘스위밍 라거’, ‘캠핑 바이젠’, ‘하이킹 페일에일’, '다이빙 스타우트’로 정했다. 모두 울릉도 추산 용출수의 맑고 깨끗한 느낌을 토대로 각각의 액티비티가 주는 즐거움을 떠올리게 하는, 개성 강한 맛을 낸다고 한다.
나아가 울릉브루어리는 맥주에 이어 증류식 소주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재료는 역시 울릉도 추산 용출수, 그리고 특산물이다. 이들 특산물은 울릉도 농가와 계약 재배로 가져와 지역 상생을 시도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주류를 만들면 자연스레 이를 마시고 함께 즐기는 ‘파티 문화’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울릉도에는 젊은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게스트하우스, 파티 룸을 가진 고급 호텔이 많지 않다. 그래서 울릉브루어리는 보금자리인 울릉도 추산을 중심으로 숙박 시설을 마련해 커뮤니티를 만들 예정이다. 기존의 빈 집을 장기 임대하거나 사서 리모델링, 숙소로 만들 계획도 세웠다.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액티비티를 즐기고, 밤에는 맥주를 나눠 마시며 울릉도의 분위기를 맛 보며 웃고 떠드는 분위기를 만들려 한다.
그래서 울릉브루어리는 자사의 맥주를 오직 울릉도에서만 판매할 예정이다. 이것이 울릉도를 방문할 매력을 만들기 위한, 맥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도 덧붙였다. 이런 독특함, 울릉도에서만 즐긴다는 희소성이 유행과 문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울릉도로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다.
여상윤 대표와 울릉브루어리 임직원들은 스스로가 젊은이이기에, 자신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문화와 콘텐츠를 울릉도에 이식하려 한다. 브루어리는 그 중심이다.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원데이 맥주 클래스, 브루어리와 울릉도 나리분지 트레킹 투어, 특산물의 식품 가공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상하는 것도 이 까닭이다.
나아가 이들은 울릉도 고유의, 이 곳에서만 즐기는 관광 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울릉도 특산물 가정 간편식도 관광 상품의 일부다. 여상윤 대표는 이 때 울릉도 농업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이들과 상생하는 길을 걷겠다고 강조한다. 명이나물을 예로 들면, 절임이나 장아찌와 같은 기존의 상품이 아니라 명이 페스토나 명이 버터 등 젊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상품으로 가공하는 식이다. 이렇게 울릉도 농업인에게는 특산물을 알리고 팔 기회를, 관광객에게는 울릉도의 새로운 맛을 간편히 즐기는 편의를 각각 전달할 각오를 내비쳤다.
여상윤 대표는 유창하게 울릉브루어리의 계획과 비전을 말하면서도, 여기까지 사업을 펴는데 아주 어려웠다고도 고백한다. 먼저 배를 타고 세 시간 이상 달려야 닿을 정도로 먼, 울릉도의 지리 특성이 여상윤 대표의 계획을 늦췄다. 브루어리를 지을 건축 자재, 맥주를 만들 기계 등을 울릉도로 가져오는 과정 자체가 고난이었다. 운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기본이고 비용도 3배 가까이 비쌌다.
투자금 유치도 어려웠다. 울릉브루어리의 청사진은 매력적이나, 이를 지금 시점에서 증명할 기반이 없었다. 여상윤 대표는 울릉브루어리의 계획에 공감한 엔젤 투자자들,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 그리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식품 벤처 육성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브루어리를 꾸릴 자금을 유치했다. 특히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웹 사이트 구축과 레시피 개발 비용, 데모 데이 참가를 지원하는 등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여상윤 대표는 이들의 도움에 보답하고자 더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와 같은 뜻을 가진 팀원들도 열의를 보였다.
울릉브루어리는 울릉도 추산 산 중턱에 브루어리를 짓는데 한창이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인근에 최고급 리조트가 들어설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11월 말 브루어리를 다 만들면 프리 오픈 행사를 열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든다. 이어 12월 말 첫 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3년 3월 울릉브루어리 정식 오픈 후에는 울릉도 내 식당과 마트로 맥주를 유통하는 데 힘쓴다. 울릉도산 오징어 볶음, 오징어 내장탕 등 울릉도 특산물로 만든 가정 간편식도 이 때 즈음 연구·개발해 판매 예정이다.
2022년 말부터는 대형 크루즈 선박이 경북 포항에 이어 경북 울진 후포항에서도 출발한다. 이어 2026년에는 울릉도 공항이 문을 열 예정이다. 이 때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울릉브루어리는 두 번째 브루어리를 세운다. 이 곳의 연간 맥주 생산량 목표는 500만ℓ, 첫 번째 브루어리의 맥주 생산량 20만ℓ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많다.
브루어리에서 만든 주류를 알리고 관광객 커뮤니티 역할을 할 펍도 구상한다. 이 곳에서 독도 새우 감바스, 산나물 소시지 등 울릉도에서만 맛보는 안주와 고유의 문화를 제공, 전국에 울릉도 여행의 유행을 일으키는 것이 울릉브루어리의 계획이다.
여상윤 대표는 “상품과 콘텐츠 기획,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울릉도의 특산물과 문화에 SNS와 뉴미디어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가미해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을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울릉도에 와서 맥주와 문화를 즐기도록 선도하는, 울릉도에 새롭고 젊은 활력을 불어넣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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