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이하 VR) 헤드셋 제조사 피코가 VR헤드셋 신제품을 앞세워 국내 VR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피코는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VR헤드셋 신제품 '피코4'와 함께 피코의 콘텐츠 전략을 공개했다.
피코4는 다른 기기와 연결하지 않고도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독립형(스탠드얼론) VR헤드셋이다. 퀄컴의 확장현실(XR) 기기용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XR2’와 최대 3시간 지속되는 5300mAh급 배터리를 탑재했다.
디스플레이는 4320x2160의 4K 해상도급 화면을 구현한다. 한쪽 눈당 2160x2160 해상도, 1200ppi를 지원하는 LCD 패널이 뿌려주는 화면을 렌즈로 확대해 시야를 채우는 방식이다. 주사율은 72Hz와 90Hz 두 가지를 지원한다.
시야각은 수평 시야각 기준 105도로, 전작인 피코3 네오 링크의 수평 98도보다 소폭 넓어졌다. 독립형 제품으로서는 드물게 100도가 넘는 시야각을 지니게 됐지만, 얇고 가벼운 팬케이크 렌즈를 탑재한 덕분에 기기 크기와 무게는 여전히 작고 가볍게 유지했다. 배터리와 스트랩을 제외한 본체 무게는 295g이며, 두께는 가장 얇은 부분 기준으로 35.7mm다.
헤드셋 본체 외곽에는 4대의 단색 어안 카메라가 탑재돼어 있어 주변 환경을 인식해 머리 움직임을 추적하거나, 손에 쥔 컨트롤러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활용된다. 이외에도 헤드셋 전면 중앙에 RGB 카메라가 추가로 탑재돼 있어 헤드셋을 쓴 채 외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패스스루(Pass-through) 영상을 흑백이 아닌 컬러로 비춰준다. 측면 스트랩에는 360도 스트레오 스피커가 위치해 머리 위치에 따라서 소리에 공간감을 주는 입체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
헤드셋을 머리에 고정하는 스트랩은 다이얼을 돌려 조임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형태의 스트랩이 기본 제공된다. 얼굴이 닿는 쿠션 부분은 시원한 촉감과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슈퍼스킨’ 원단, 뒤통수가 닿는 스트랩에는 푹신한 폴리우레탄 소재를 적용했다. 컨트롤러 또한 ‘하이퍼센스 광대역 모터’를 탑재해 좀 더 현실적인 진동 피드백을 전달하며, 열 감지 및 공간 인식 기능으로 사용자 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피코 측은 설명했다.
피코는 오는 7일부터 정식 판매되며, 128GB, 256GB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발매된다. 가격은 각각 47만 9000원, 55만 9000원이다.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하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등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제품 자체 매력은 충분, ‘메타 퀘스트2’ 입지 위협할 듯
지난해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에 인수된 피코의 최근 행보는 여러모로 메타의 VR 사업부(구 오큘러스)를 연상시킨다.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이 VR 기기 제조사를 인수했다는 점부터 내놓는 제품의 기능, 특징이나 디자인 등 모두 메타와 메타 퀘스트(구 오큘러스 퀘스트)와 유사한 점이 많다. 바이트댄스의 피코가 메타를 상대로 일종의 카피캣 전략(모방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카피캣 전략을 펼치더라도 괜찮은 품질과 합리적 가격을 앞세우면 샤오미처럼 독자적인 브랜드를 정립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피코4는 피코가 단순한 메타의 카피캣으로 머물지, 나름의 입지를 지닌 대항마로 자리잡을지 결정할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제품이다.
피코4는 최신 기기인 만큼 발매 2주년이 다가오는 매타 퀘스트2보다 나은 성능과 사용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더 저렴하다. 메타 퀘스트2는 128GB가 55만 9000원, 256GB가 69만 9000원으로, 구형 기기임에도 피코4보다 오히려 높게 책정되어 있다. 발매 당시 가격 기준으로는 메타 퀘스트2가 더 저렴했지만, 지난 8월부터 메타가 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가성비가 역전됐다. 여기에 메타에서는 따로 판매하는 고급형 스트랩이 피코4에는 기본 제공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제품 가성비 면에서는 피코4가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메타 또한 이달 11일 연례행사인 ‘커넥트’에서 신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가격이 최소 800달러(약 114만 원) 이상으로 책정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기존 오큘러스 퀘스트2의 ‘입문용 가성비 제품’ 위치는 피코4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철저히 엔터테인먼트에 초점 맞췄다
피코와 메타의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 메타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꿀 정도로 ‘메타버스’를 강조하며, VR을 엔터테인먼트 영역 이상으로 확장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반면 피코는 이날 행사에서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피코의 제품을 철저히 게임, 영상 등 VR 콘텐츠를 소비하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소개했다. 그런 만큼 제품 못지않게 콘텐츠 생태계도 강조됐다. 이날 발표 시간의 절반가량이 콘텐츠 전략 발표에 할애될 정도였다.
먼저 세계적 콘텐츠 업체들과 협력한 독점 콘텐츠를 피코스토어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유비소프트의 인기 댄스 게임인 '저스트댄스'의 VR 버전이 오는 2023년 피코 독점으로 출시된다. 다큐멘터리 전문 방송사인 디스커버리와 협력한 독점 영상 콘텐츠도 제작한다. 유명 탐험가 애드 스태포드와 함께 아프리카 국립공원을 360도 몰입형 영상으로 탐험할 수 있는 콘텐츠다. 이외에도 ‘워킹 데드: 세인츠 앤 시너스’ 신작과 인기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 원작의 VR 게임 등 기대작들을 포함한 180개 이상 게임을 피코 내 앱스토어인 피코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내 개발사 게임 중에서는 앱노리의 ‘올인원 스포츠’, 데브유나이티드게임즈의의 ‘리얼 VR 피싱’이 피코스토어에 출시된다. 피코 측은 이외에도 지속해서 한국 개발사들과 협력해 한국 시장에 맞춘 콘텐츠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마나부 미야가와 피코 재팬 파트너십 총괄은 “한국은 다양한 분야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최전선에 있다”면서 “많은 한국 개발자와 콘텐츠 파트너와 협력해 여러분께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코 측은 또한 콘텐츠 생태계 확장을 위해 개발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디벨로퍼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