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젊은 여성 투약 증가
온라인서 익명으로 구하거나 다이어트약 통해 중독되기도
국내 생산-판매자 처벌 약하고 마약 전담 치료시설은 두곳뿐
정부서 중독자 교육-관리해야
국내에선 해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마약 투약·유통·공급 혐의로 붙잡힌다. 10일 검찰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1만2613명이었던 마약사범은 2021년 1만6153명으로 늘었다. 올해 8월까지 집계한 결과 1만2233명이 검거됐다.
이제 ‘마약 청정국’ 한국은 과거형이 됐다. 마약은 중독성은 강하지만 치료는 요원하다.
10∼20대 환자 5년간 92% 증가
최근 몇 년 동안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가파르게 늘었다. 특히 젊은 연령대, 여성이 위험하다. 장옥진 국립부곡병원 약물중독 진료소장은 “과거 암페타민, 코카인, 헤로인 같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서 엑스터시, 합성대마 등 중간 단계의 마약류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익명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 진료소장은 “젊은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 약제의 무분별한 사용도 마약의 문턱을 낮춘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마약 중독으로 치료받은 10∼20대 환자는 5년간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확보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10∼20대 환자는 167명이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 중독 환자 수가 32%(469명→618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르게 늘었다. 20대는 71명에서 146명으로 2배 이상(106% 증가) 뛰어 전 연령대 중에서 마약 중독 환자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서 의원은 “같은 기간 10대 마약사범 수가 119명에서 450명으로 278%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청소년 마약 중독 치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감기약 속 마약 성분도 위험… 오남용하면 뇌 손상 불러
마약은 크게 신경흥분제·신경자극제, 중독유발과 의학적 사용 가능성 유무를 고려해 1∼5단계로 나뉜다. 5단계 마약류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타이레놀 등 감기약이 포함된다. 장 진료소장은 “통상 5단계의 마약이라고 하면 중독성이 약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약물 오남용을 할 경우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약으로 한번 손상된 뇌는 단약을 하고도 회복하는 데 통상 1년 6개월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재발이 문제다. 마약 재발이 빈번한 이유는 마약을 했을 때 나오는 도파민 때문이다.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우리 몸에 새로운 신경 연결이 생긴다. 뇌에 특정한 기억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몸에 익숙해진 기억을 흔히 ‘습관’이라고 한다. 자의적으로 기억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약을 했을 때의 감정이 한번 뇌에 새겨지면 평생 동안 기억된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는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수(마약류범죄계수)는 33이다. 마약 관련해 엄벌주의를 택하고 있는 일본은 마약류범죄계수가 16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마약류범죄계수가 20이 넘어가면 처벌과 함께 마약 중독 치료와 재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4, 2015년 마약류범죄계수가 20을 넘어섰다. 장 진료소장은 “지금 한국 사회는 마약 중독의 치료와 재활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라며 “마약 사용자가 더 증가하느냐, 이쯤에서 줄일 수 있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처벌 강화하고 재활 시스템 늘려야
마약 사용자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투약자·생산자·유통자의 사법 처리다. 우리나라는 마약에 대해 엄벌주의를 취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생산·유통·판매한 자에 대한 처벌은 경미한 편이다. 장 진료소장은 “마약 사용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고 치료 재활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치료를 원하는 마약 중독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재활치료 기관 등에서 치료를 신청할 수 있다. 치료보호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본인이 신청하면 나라에서 치료비를 지원한다.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의사의 고발 의무도 없어졌기 때문에 치료보호제도를 신청한 환자는 처벌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 법무부 지정 20개 병원 중 마약 전담 치료 시설을 갖춘 곳은 단 2곳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에 50여 곳 있는 종합 중독 치료센터 역시 마약보다는 알코올과 담배 중독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약 중독자는 늘어나는 실태지만 마약 중독 재활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마약 치료와 재활의 가장 수월한 형태로 병원에서 처방된 마약류 중독에 대한 치료와 관리가 있다. 우리나라 마약 사용자를 살펴보면 50만 명이 불법 유통되는 마약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70∼100만 명은 병원의 관리 부족 등으로 치료 중 중독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다. 장 진료소장은 “이런 환자들은 중독 치료의 의지도 매우 강하다”며 “우선 이런 환자를 관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치료 범위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중독 질환에 있어 환자 개인의 치료동기가 매우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중독예방교육을 통해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하고 마약 중독에 취약한 젊은층이 결손이 없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혼모 지원, 위탁가정의 부모 교육, 아이의 언어발달 교육 등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건강한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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