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관절염의 날에 대한 단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3일 03시 00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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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석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이신석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매년 10월 12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관절염의 날’이다. 1996년 국제기구 ARI(Arthritis and Rheumatism International)가 관절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했다. 이날을 제정한 취지는 200개가 넘는 류머티스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의 심각성을 알고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여러 관절의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자가면역 질환이다. 보통 손가락, 손목, 발목과 같은 작은 관절 부위에 통증, 부기, 뻣뻣함 등이 심해지면서 질환이 시작되는데 양쪽 관절에 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아침에 일어나서 관절이 한 시간 이상 뻣뻣하고 움직이기 어려운 느낌이 지속되는 아침 강직도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증상이 발현한 이후 2, 3년 내에 환자의 20∼30%에서 영구적인 관절 손상과 변형이 발생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관절 변형으로 장애가 발생하면 삶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생산성 저하로 직장생활을 물론 일상생활을 지속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매달 18만 원가량의 의료 관련 직접 비용과 비슷한 정도의 간접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조기 진단은 물론 진단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 장애 유발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활동하는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도 매년 ‘세계 관절염의 날’을 계기로 삼아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전에는 류머티스 관절염이 한번 발병하고 10년 정도가 지나면 장애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치료제와 치료 방법이 많이 발전해 조기에 발견해서 꾸준히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이 넘는 환자들이 류머티스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을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조사가 진행된 적은 없지만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환자들이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청구된 자료를 보면 류머티스 관절염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류머티스내과가 있음에도 36만5000명의 환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환자가 다른 진료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류머티스 및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류머티스내과 전문의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인구수가 비슷한 이탈리아에서는 1000명이 넘는 류머티스내과 전문의가 활동하고 있는 반면 국내의 류머티스내과 전문의 수는 3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젊은 의사들이 류머티스내과를 지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난이도가 높은 학문의 특성과 경험을 쌓기 위한 긴 수련 기간에 비해 낮은 의료수가가 꼽힌다.

의료 정책의 우선순위가 암과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 질환에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떨어지는 류머티스 질환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올해 세계 관절염의 날을 맞아 이러한 질환별 의료 지원 불평등에 대한 문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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