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하지만 임신부들이 꼭 필요로 하는 지원을 국가가 얼마나 적재적소에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무수한 논의들에 비해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많지 않아서다. 당장 당뇨병 관련 보건복지 정책이 그렇다.
임신당뇨병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은 임신부가 호르몬 변화로 갑자기 당뇨병을 얻거나, 이미 당뇨병을 가진 환자가 임신을 한 경우를 말한다. 임신당뇨병이 심각한 이유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 임신부는 물론이고 태아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임신당뇨병의 상당수가 출산 후 사라진다. 하지만 추후 이 여성에게서 당뇨병이 재발할 확률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높다. 아이가 과체중으로 태어나거나 나중에 당뇨병을 얻을 확률도 높아진다. 임신부 질병인 만큼 당연히 약도 함부로 쓸 수 없다.
당뇨병을 가진 임신부의 수는 결코 적지 않다. 사단법인 대한당뇨병연합이 보건복지부 등을 통해 확인한 통계에 따르면, 임신당뇨병을 가진 임신부는 2021년 기준 4만8046명에 달한다. 임신부 다섯 중 한 명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환자들을 위한 건강보험 혜택이나 질병교육 체계 등의 지원은 이상하리만큼 부족하다.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자가혈당측정과 인슐린 주입을 위한 일부 소모품 지원이 전부다. 환자들이 이 질병과 관리법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도 마땅치 않다.
임신부는 약제를 쓰는 데 제약이 많다. 그 때문에 혈당 관리를 위해 기댈 곳은 인슐린이 사실상 유일하다. 문제는 인슐린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경증 환자에 비해 혈당 측정을 훨씬 자주해야 하며, 인슐린의 체내 주입을 위해 주사기를 스스로 써야 하는 데 있다. 이런 불편함이 적극적인 치료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자신의 몸에서 스스로 채혈을 하고 주삿바늘을 찌르는 일은 누구에게나 커다란 두려움이다. 우리가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어린 당뇨병 환자들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이들을 위한 보험 혜택 확대를 외쳤을 때를 상기해 보자. 우리나라의 의료복지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당뇨병을 가진 임신부들의 처지는 여전히 외로운 섬과도 같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임신당뇨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위험성과 대책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임신당뇨병 대책이 정책의 중심에서 거론되기 시작됐다는 점이다. 가까운 예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등장한, 임신부를 비롯한 2형 당뇨병 환자 대상의 연속혈당측정에 대한 보험 혜택 확대다.
이번만은 임신부들이 맘놓고 혈당을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대한민국 미래세대의 건강에 대한 논의다. 더 이상 미뤄지지 않기를 손 모아 기원한다. 임신당뇨병 환자 지원,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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